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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분을 빨아들이며...블랙홀 너머로 뻗친 놀런의 상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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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분을 빨아들이며...블랙홀 너머로 뻗친 놀런의 상상력

입력
2014.10.2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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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구원 위한 목숨 건 우주탐험

상대성 이론 공부한 작가 시나리오 작업

완성도 높인 환상적 시각효과 압권

필름 신봉자인 놀런 감독은 ‘인터스텔라’를 디지털이 아닌 35㎜ 필름으로 촬영했다. 한국에서는 40여개 상영관에서 필름 영사 방식으로 상영한다. 하지만 1시간이 넘는 아이맥스 카메라 촬영 분량을 만끽하려면 아이맥스 상영관을 찾는 것이 좋다.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필름 신봉자인 놀런 감독은 ‘인터스텔라’를 디지털이 아닌 35㎜ 필름으로 촬영했다. 한국에서는 40여개 상영관에서 필름 영사 방식으로 상영한다. 하지만 1시간이 넘는 아이맥스 카메라 촬영 분량을 만끽하려면 아이맥스 상영관을 찾는 것이 좋다.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입이 떡 벌어진다. 우주 탐험을 시각화한 장엄한 영상 때문만은 아니다. 복잡한 양자역학을 대중적인 상상력과 환상적인 시각효과로 풀어낸 뒤 보편적인 감동을 안기는 재능에 자연스레 혀를 내두르게 된다. ‘다크 나이트’ 시리즈와 ‘인셉션’으로 지적인 블록버스터의 대가라는 평을 들어 온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이 만든 또 한 편의 역작 ‘인터스텔라’다. 종말을 앞둔 지구를 떠나 새로운 행성을 찾아 나선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야심만만한 이 영화가 내달 6일 개봉한다.

‘인터스텔라’는 지구 종말의 위기에서 출발한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해체되고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마저 사기극이라고 말하는 미래, 세계는 지구를 뒤덮은 먼지 속에서 생존을 위해 오로지 식량 생산에만 골몰하고 있다. 과거 파일럿이자 엔지니어였던 쿠퍼(매슈 매코너헤이)도 인류 최후의 식량인 옥수수를 경작하는 농부다. 쿠퍼는 우연찮게 발견한 좌표를 추적하다가 비밀리에 인류 구원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물리학자 브랜드 박사 부녀(마이클 케인, 앤 해서웨이)를 만나고 가족과 세상을 구하겠다는 일념 아래 목숨을 건 우주 탐험을 떠난다.

놀런 감독이 고안해 낸 우주 탐험은 웜홀을 통해 다른 은하계에 진입해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는 것이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대한 존경의 뜻을 현대적으로 표현했다고 할까. 현재의 과학으론 경험할 수 없는 웜홀과 블랙홀 너머의 세계를 여행하는 과학적 공상을 장대한 시각효과로 스크린 위에 펼쳐낸다. 빛조차 빨아들이는 엄청난 중력의 블랙홀을 통하면 시공간의 왜곡 현상으로 시간 여행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상상력까지 대범하게 끌어들인다.

4년간 대학에서 상대성이론을 공부한 시나리오 작가 조너선 놀런(감독의 동생)과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의 촬영감독 호이트 반 호이테마, 놀런 감독의 오랜 파트너인 미술감독 네이선 크로리가 ‘인터스텔라’의 완성도를 높였다. ‘배트맨 비긴즈’부터 함께해온 음악감독 한스 치머는 우주 공간을 묘사하는 음악에서 부녀의 절절한 사랑을 담은 음악까지 영화의 다채로운 분위기와 감정을 그려내며 영화음악의 새로운 모범을 제시했다.

‘인셉션’처럼 이 영화도 시간과 공간의 상대적인 개념이 주는 제한 속에서 가족 간의 절절한 사랑을 그려낸다. 내면의 깊은 곳을 파고 들며 어려운 수수께끼를 잔뜩 심어 놓고 결말을 열어 놓은 ‘인셉션’과 달리 지구에서 가장 먼 곳까지 나아가 비교적 명쾌한 해답으로 결말을 정리한다는 점에서 ‘인터스텔라’는 보다 대중적인 영화라 할 수 있다.

연출, 촬영, 시각효과, 음악, 연기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10점 만점을 받을 만한 영화이지만 각본과 캐릭터 구축에선 아쉬움을 남긴다. 말끔한 결말을 위한 스페이스 오페라(우주를 배경으로 한 대중적 SF 활극)식 설정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면 상관 없지만, 영화가 강조하는 양자역학 이론에 비춰볼 때 절체절명의 위기를 해소하는 해결책이 썩 믿음직스럽진 않다. 해서웨이가 연기하는 아멜리아를 비롯해 평면적인 캐릭터가 많은 것도 아쉽다.

‘인터스텔라’가 ‘다크 나이트’나 ‘인셉션’에 필적할 만큼 강렬한 영화라고 말하긴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고 평범한 수작이란 얘긴 아니다. 단점 몇 가지가 또렷하게 눈에 띄긴 하지만 영화의 완성도에 큰 흠을 남길 정도는 아니다. 영화가 끝날 때쯤이면 극장에도 상대성이론을 적용할 수 있을 거라 착각할지 모른다. 2시간 49분의 긴 상영시간이 블랙홀에 빨려 들어간 듯 훅 지나갈 테니까. 12세 이상 관람가.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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