性에 관한 파격적·적나라한 묘사에 2011년 첫 발표 때부터 숱한 논란
"도덕적으로 정숙한 국가 독자들 여성의 성 언급 자체 포르노로 여겨"
프랑스 현대 문단에서 가장 논쟁적인 작가 중 한 명인 마리 다리외세크(사진)가 한국 독자들을 찾았다. 28일 서울 중구 정동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작가는 2011년 프랑스에서 발표돼 숱한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가시내’(열린책들)에 대해 직접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책의 배경인 프랑스의 1970~80년대는 이른바 성 해방 운동의 여파가 강하게 남아 있던 시기입니다. 여성들이 어떻게 하면 가장 빨리 처녀성을 잃을까를 고민하던 시절, 10대 소녀가 겪는 몸의 변화와 내면의 방황을 그렸습니다.”
소설의 주인공 솔랑주는 이제 막 초경을 치른 사춘기 소녀다. 파경 직전의 부모와 사회부적응자 보모 등 의지할만한 어른이 아무도 없는 상황에서, 솔랑주는 잡지를 보거나 친구들과 수다를 떨면서 성에 대한 호기심을 해결해 나간다. 소녀의 첫경험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은 여느 성장소설들의 그것과 달리 잔인할 만큼 적나라하다. 소설에는 폭력적인 성행위와 항문성교 등 파격적인 내용이 상당 부분을 차지해 프랑스 출간 당시 “너무 외설적이라 메시지를 알 수가 없다” “감히 다루지 못했던 주제를 다리외세크가 떠맡아 제대로 해냈다”는 상반된 평가를 받았다.
작가는 이날 간담회에서 “나는 여성의 성에 대해 가장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쓰려고 노력할 뿐”이라며 “도덕적으로 정숙한 국가의 독자들은 여성의 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그 자체를 포르노그래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가시내’는 작가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청소년기에 대한 소설을 쓰기로 마음 먹은 작가는 우연히 14~17세 때 일기처럼 녹음해 두었던 테이프를 발견했고 그것을 바탕으로 이 작품을 썼다. 한 달에 150시간에 이르는 테이프 속 자신의 수다를 들으며 작가는 “말이 몸에 주는 영향”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는 “당시 내가 사용했던 단어들이 실제 나의 내면을 전혀 표현해내지 못했다는 사실이 충격이었다”며 “거의 강간에 가까운 첫 경험을 잡지에서 본 글이나 어른들의 말로 서술하는 것을 보며 말이 몸에 주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1969년 바스크 지역에서 태어난 다리외세크는 프랑스 최고학부인 파리 고등사범학교 졸업 후 파리3대학과 파리7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했다. 1989년 ‘르 몽드’지의 젊은작가상을 수상했으나 스스로 수준 미달이라고 여겨 7년 뒤인 1976년 문제작 ‘암퇘지’로 데뷔했다. 한 여성이 혼란스러운 사회 속에서 점점 암퇘지로 변해가는 과정을 그린 이 작품은 프랑스에서만 55만부가 팔리고 34개국에서 번역되는 등 단숨에 다리외세크를 스타 작가의 반열에 올려 놓았다. 2013년에는 ‘남자를 사랑해야 한다’로 메디치상을 수상했다. 한국에는 ‘암퇘지’ 외 ‘유령들의 탄생’이 번역 출간됐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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