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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진정한 스펙은 직무능력이다

입력
2014.10.2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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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 학벌과 학력, 어학성적과 어학연수, 인턴십과 아르바이트 경험, 동아리 활동과 봉사활동 이력, 각종 자격증과 수상경력 등을 일컫는 ‘스펙’이 취업의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취업난 속에서 자신을 어필하는 수단으로 스펙쌓기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문제는 이런 스펙쌓기가 구직자 입장에서 많은 시간과 비용, 노력을 요구하지만 직무를 수행하는 데는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구직자 스스로 이를 잘 알지만 취업을 위해서는 스펙을 꼭 쌓아야 한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이런 맹목적 스펙쌓기는 구직자 개인의 고민을 넘어 사회문제로까지 거론된다.

다행스러운 건 스펙 중심의 채용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정부 주도의 ‘스펙초월’ 노력이 확산돼 가고 있다는 점이다. 스펙초월이란 직무와 무관한 다양한 형태의 ‘불필요한 스펙(over-spec)’이 아닌 직무수행에 필요한 지식, 기술, 능력, 경험 등의 ‘필요한 스펙(on-spec)’을 통해 인력을 채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스펙이란 인사분야에서 해당 직무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지식, 기술, 능력 등의 인적요건을 이르는 말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채용은 ‘스펙’을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

최근 많은 기업들도 스펙초월을 위해 힘쓰고 있다. 기업들의 이런 노력은 서류전형, 인적성검사, 역량면접 등의 과정에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으며, 핵심은 직무중심의 평가 강화다.

먼저 서류전형의 경우 과거 학벌, 학력, 어학성적 중심의 평가에서 해당 직무와 관련된 교육, 자격, 경력, 경험 중심으로 변하고 있다. 개인사 중심의 자기소개서는 직무관련 경력이나 경험을 구체적으로 기술하는 경력기술서와 경험기술서로 변하고 있다. 이런 서류전형의 경우 아무리 좋은 대학을 나오고 높은 어학성적을 가진 구직자라 하더라도 직무 관련성이 부족하다면 서류평가를 통과할 수 없다.

두 번째는 인적성검사의 변화다. 1990년대 중반부터 도입된 인적성검사는 이후 지속적으로 확산돼 현재는 거의 모든 대기업과 많은 공기업에서 활용하고 있다. 과거에는 기초 인지능력과 기업 공통의 인성에 대한 평가에 머물렀다면 최근에는 직무별 특성을 반영한 인적성검사의 도입이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동일한 구직자라 할지라도 자신의 적성과 인성에 잘 맞는 직무를 선택했을 때 높은 점수를 받게 된다.

세번째는 전통적 면접방식에서 역량 중심 면접으로의 변화다. 과거 면접이 구체적인 평가요소 없이 면접관의 주관에 의해 평가가 이뤄졌다면 최근 면접은 해당 직무별로 구체적인 평가요소와 평가기준을 설정해 면접관의 주관적 판단을 배제하고 있다. 경험, 상황, 발표, 토론 등을 통한 다양한 면접방법들을 도입하고 면접관들에 대한 철저한 사전교육을 통해 평가의 정교성을 높이는 것이다. 이런 면접 방식의 변화에서도 핵심은 직무 능력이다. 경험면접과 상황면접에서는 개인의 직무역량과 관련된 경험, 직무상황이 중심이다. 발표면접과 토론면접의 과제 또한 향후 직무수행 과정에서 접하게 될 문제나 이슈들이 주를 이룬다. 이런 변화는 막연히 열심히 일하겠다는 의지나 그럴듯한 지원동기, 좋은 인상과 화려한 말솜씨만으로는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기업 채용방법에서의 이런 변화는 구직자들의 구직전략도 맹목적 스펙쌓기에서 직무중심의 직업선택과 역량개발로 전환될 필요가 있음을 말해준다. 구직자들은 자신의 교육적 배경, 경력과 경험, 개인적 특성과 역량에 맞는 직업ㆍ직무에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아직 학업 중인 학생이라면 자신의 직업ㆍ직무 목표를 정하고 이와 관련된 교육과 경험들을 쌓고 필요한 역량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오동근 ORP 연구소 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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