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ㆍ화재 지분 취득"
0.1% 불과하지만 1주라도 사면 최대주주 특수관계로 지배 가능
형제 제외하고 단독으로 행사, "삼성 경영권 승계 일환" 분석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금융당국에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지분취득을 위한 자격승인(대주주 변경승인)을 신청했다. 불과 0.1%에 불과하지만, 그 상징성은 남다르다. 이 부회장이 이번 지분취득을 시작으로 비금융계열사를 넘어 금융계열사로 장악력을 넓혀 ‘이재용 체제’를 더 굳건히 하려는 수순으로 해석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28일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에 대한 대주주 변경승인 신청이 들어와 관련 내용을 검토 중”이라며 “이 부회장이 두 회사의 지분을 취득하면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이기 때문에 1주라도 살 경우 지배주주가 될 수 있어 금융당국의 승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행법상 보험사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이 되려는 주주는 최초 지분을 취득할 때 금융위원회 승인을 거쳐야 한다. 사전승인을 받지 않으면 취득한 지분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고, 6개월 내 금융위로부터 주식처분 명령을 받을 수 있다. 금융위는 29일 정례회의에서 이 부회장의 지분취득을 의결한다.
금융위 승인을 받으면 이 부회장은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지분을 각 0.1%씩 매입할 계획이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올해 5월 삼성자산운용 지분(7.7%)을 매각해 252억여원의 여유자금이 생겼다”며 “자금운용 차원에서 두 회사의 지분을 취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를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는 이는 없다. 일련의 경영권 승계 작업 일환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삼성전자 등 비금융계열사에 더해 삼성생명을 주축으로 하는 금융계열사의 이 부회장 경영권 강화를 알리는 신호탄이라는 얘기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이 부회장이 다른 형제(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를 제외하고 단독으로 지분을 취득하는 것은 재산증식이 아닌 금융계열사 승계의 의미가 짙다”고 말했다.
금융계열사 중에서도 삼성생명은 제일모직(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제일모직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구조에서 핵심 계열사다. 삼성전자나 제일모직을 주축으로 지주회사 전환을 검토 중인 삼성그룹 입장에서는 삼성생명의 경영권을 잃지 않으면서 안정적으로 이 부회장에게 경영권을 승계할 수 있는 묘안이 필요하다.
이건희 회장이 삼성생명 최대주주인 현재 상황에서는 경영권에 큰 문제가 없지만 이 부회장이 삼성생명 지분을 상속받는 데 문제가 생기면 2대주주인 제일모직이 최대주주가 된다. 이 경우 제일모직은 금융지주회사로 자동 전환되고 삼성생명은 제일모직의 자회사로 편입된다. 채이배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삼성생명의 최대주주가 제일모직으로 바뀌면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규제를 받게 돼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7.6%)을 매각해야 되고 자칫 삼성전자 경영권에도 무리가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지분취득 신청이 이 부회장이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삼성생명 지분을 상속 받아 안정적으로 삼성생명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보고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최근 들어 삼성 경영권 승계 움직임이 빨라졌고, 이 일환으로 금융은 누가 가져갈 것인가에 대한 업계 관심이 높았다”며 “이번 지분취득 신청은 대외적으로 이 부회장이 금융계열사를 지배하겠다는 사실을 알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이재용 부회장의 지분취득 신청 소식에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주가는 전날보다 각각 1.4%, 1.06% 올라 기대감을 나타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