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단-프런트 갈등 소송전 조짐
2년 연속 ‘가을 야구’에 실패한 롯데가 내분에 휩싸였다. 선수단과 프런트, 코칭스태프의 의견이 엇갈리며 정면 충돌하고 있다. 야구단 자체가 난파 직전까지 몰린 모양새다. 김시진(56) 전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 놓으면서부터 폭발한 갈등의 해법이 보이질 않는다.
곪았던 종기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졌다. 3년동안 ‘참았던’ 선수단이 마침내 칼을 빼 들었다. 선수단은 “더는 이런 시스템에서 야구를 할 수 없다”고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그간 감수한 부당한 처사들, 그로 인해 발생한 그라운드 안팎의 문제들을 뿌리째 뽑아내겠다는 것이다.
겉으로 드러난 내홍의 원인은 새 감독 선임이다. 지난 27일 구난 수뇌부가 밀고 있는 공필성(47) 감독 체제를 “선수들이 결사 반대한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프런트, 선수단, 공필성 코치가 진실 공방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선수단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담당 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모든 선수들이 그렇듯 감독 선임 과정에서 선수단이 입김을 불어넣을 권리는 없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사태가 일단락되는 찰나, 프런트를 옹호하는 보도들이 쏟아지면서 선수단과 프런트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프런트에 놀아났다’고 배신감에 휩싸인 선수단은 28일 성명을 발표했다. 선수단은 성명서에서 첫 번째 문자 메시지가 구단 프런트의 협박과 회유에 의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프런트가 반박기사를 요구했다고도 밝혔다. 그러면서 구단 프런트 직원 한 명의 실명을 거론했다. 이 직원이 오고부터 “편이 갈리고, 라인이 생기고, 코치와 선수의 불화가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롯데 구단 내부의 잡음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선수들은 구단 프런트를 믿지 못했고, 코치진 사이에서도 반목의 골이 깊어졌다. 선수단이 문제의 원흉으로 지목한 A씨는 매년 연봉 협상 과정에서 일방적인 통보 또는 말 바꾸기로 원성을 샀다. 선수들은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2012년 “새로운 연봉은 오직 정규시즌 성적만을 토대로 한다”는 말을 A씨로부터 들었다. 1년 뒤 이번에는 가을 야구에 실패하자 “4강 안에 못 들었으니 당연히 올려줄 수 없다”는 바뀐 얘기가 협상 테이블에서 나왔다. 이 밖에 현장에 대한 간섭이 지나치게 심해 야구에 집중할 수 없다는 하소연이 지난 3년간 선수들로부터 끊임없이 흘러 나왔다.
A씨는 이에 대해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선수단의 집단행동 과정에서 여러 차례 이름이 거론된 공필성 코치도 비슷한 입장이다. 녹색 그라운드가 아닌 법정에서, 프로야구 초유의 선수단-프런트 간 싸움이 벌어질 조짐이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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