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자사고, 선발권 포기 대신 취소 유예 선택할 듯
서울시교육청이 지정 취소 대상인 8개 자율형사립고(자사고)에 대해 ‘운영개선계획’을 제출하라고 요구하면서 학생 선발권을 포기할 경우 지정 취소를 2년간 유예하겠다고 제안했다. 일부 자사고들은 시교육청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대신 자사고 자격을 유지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교육청은 지정 취소 대상 자사고인 경희ㆍ배재ㆍ세화ㆍ숭문ㆍ신일ㆍ우신ㆍ이대부속ㆍ중앙고에 29일 오후 4시까지 ‘자율형 사립고 운영 개선 계획’을 제출하라는 공문을 전달했다고 28일 밝혔다. 공문에는 “학교별로 미흡한 평가를 받은 내용에 개선 계획을 간략히 기술하라”며 “행정처분을 확정 짓기 위한 최종 참고 자료”라고 명시돼 있다. 다만 시교육청 관계자는 “자사고들의 개선 계획에 따라 이달 말 발표할 지정 취소 학교 최종 명단에서 제외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자사고들은 이를 사실상 학생 선발권 포기 제안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 자사고 교장은 “시교육청이 교장들에게 개별적으로 학생 선발권을 포기하면 지정 취소를 유예하겠다고 제안했다”며 “사실상 선발권 포기 의사를 물은 것”이라고 말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자사고들이 다양한 교육과정 운영이라는 당초 설립 취지와 다르게 우수 학생을 선점해 입시 교육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며 “학생 선발권 포기 여부와 개선 방안이 담긴 운영개선계획서를 검토해 2년간 지정 취소를 유예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사고의 반응은 크게 엇갈렸다. 한 자사고 교장은 “자사고가 일반고의 위기를 심화시킨다는 비판이 있어 일반고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선발권 포기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법인 차원에서도 일반고와 동일한 조건으로 뽑은 아이들을 잘 가르치는 게 진정한 자사고의 길이라는 인식도 있다”고 밝혔다.
다른 자사고 교장은 “이미 소송까지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개선계획을) 낼 의사는 전혀 없다”며 “다른 자사고들이 선발권을 가진 상황에서 우리만 포기한다면 학부모나 학생들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8개 자사고 교장들은 28일 오전 긴급 회의를 열었지만 의견을 모으지는 못했다. 서울자사고교장연합회장인 김용복 배재고 교장은 “학교마다 사정이 달라 공통된 입장은 나오지 않았다”며 “개별 학교가 법인과 의논해 결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자사고들의 개선 계획을 검토해 이달 30일이나 31일 지정취소 학교를 최종 발표할 예정이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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