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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게임은 정부 지원에 훨훨… 한국은 규제에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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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게임은 정부 지원에 훨훨… 한국은 규제에 '발목'

입력
2014.10.28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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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中 온라인게임 1, 2위 한국産 2년 새 美 게임에 밀려 입지 좁아져

세제혜택·산업단지 등 정부지원 업고 中 게임시장 5년 새 4배 성장

한때 한국산 게임은 중국 온라인게임 시장 최강자였다. 중국 PC방 집계사이트 바차이나에 따르면, 2012년 말을 기준 온라인게임 점유율 1, 2위는 한국게임 ‘크로스파이어’(스마일게이트)와 ‘던전앤파이터’(넥슨)가 차지했다. 두 게임의 점유율을 합치면 49%에 달했다.

그러나 2년 사이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한국 온라인게임 시장을 독식하고 있는 미국 게임 ‘리그오브레전드’(LoL)가 중국에서도 점유율 35.62%로 선두를 달리고 있고, 그 영향으로 크로스파이어와 던전앤파이터는 각각 2, 3위로 밀려났다. 두 게임의 점유율을 합쳐도 35%로 LoL 하나에 미치지 못한다.

중국 시장에서 한국 게임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수 년 전부터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는 일부를 제외하면, 중국에서 크게 인기를 끄는 한국산 게임은 점점 찾기 힘든 상황이다. 중국에 밀린 한국 게임업체들은 세계 시장에서도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2007년만 해도 중국보다 약 8억6,900만달러(9,120억원)나 컸던 한국 게임시장 규모는 이듬해인 2008년부터 중국에 뒤지기 시작하더니 2012년에는 32억500만달러(3조3,636억원)까지 격차가 벌어졌다. 만리장성에 가로막힌 한국의 게임 산업은 지금 총체적 위기다.

중국 게임시장 성장은 어디까지

중국게임공작위원회(GPC)에 따르면, 중국 게임시장은 지난해 기준 831억위안(약 13조7,000억원)규모로, 2008년과 비교해 4배 이상 성장했다. 이 가운데 온라인게임 매출액은 536억위안(약 9조1,934억원)으로 전체의 64.5%에 달한다.

아직까지는 온라인게임이 전체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중국도 모바일게임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업계에서는 8월말 기준 12억7,000만명에 달하는 이동통신 가입자수를 감안할 때 향후 3년이 본격적인 성장기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 시장조사업체 아이리서치는 2017년이면 중국 모바일게임 시장의 매출 규모가 현재보다 약 5배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중국 게임시장의 가파른 성장에는 기업들의 과감한 투자와 더불어 정부 차원의 산업 육성 정책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로 현재 중국의 금융자본은 지분 투자, 인수합병 등의 방식을 통해 게임산업에 집중 투자되고 있고, 상하이와 선전(深?), 홍콩 등 증시에 상장하는 게임업체도 급증하는 추세다.

여기에 중국 정부는 2년 전 “2020년까지 게임 산업 규모를 2,000억위안 규모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구체적인 움직임 역시 하나 둘씩 가시화해, 올 상반기에는 저작권 보호와 불법 음란 콘텐츠 근절을 위한 집중적인 단속을 전개했다. 지방 정부에서도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핵심 산업으로 게임 부문에 다양한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텐진(天津)시는 게임과 애니메이션 산업 육성을 목표로 세제 혜택과 산업단지 조성에 주력하고 있으며, 난징(南京)시와 광둥(廣東)성 정부는 각각 중국 게임디지털단지와 광둥 게임예술문화산업단지를 건설하는 등 게임 산업 생태계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정부 대응에 발목 잡힌 한국 게임

중국의 게임업체들이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성장하는 동안 한국업체들은 경쟁력을 크게 키우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그 원인으로 하나같이 ‘규제’를 꼽는다. 게임을 알코올 마약 도박과 함께 ‘반드시 치유해야 할 4대 악’으로 규정한 것이나, 밤 12시부터 아침 6시까지 청소년의 게임 이용을 제한하는 셧다운제의 실행과 같이 유독 한국에서 게임은 강도 높은 규제의 대상이 돼 왔다. 한 게임업체 관계자는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크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게임 개발자를 더 이상 매력적인 직업으로 여기지 않는다”며 “미래 경쟁력마저 잃어가고 있는 건 게임산업이 당장의 타격보다도 훨씬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게임산업의 위기는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도마에 올랐다. 특히 지난 24일 문화체육관광부 국감에서 한선교 새누리당 의원은 한국 게임업체들이 중국 거대 자본에 종속되기 시작했다고 우려했다. 한 의원에 따르면, 현재까지 국내 게임업계에 가장 많은 투자를 집행한 중국기업은 인터넷ㆍ게임 서비스 전문업체 텐센트(Tencent)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텐센트는 국내업체가 개발한 게임을 중국 시장에 공급하는 유통업체 중 하나였지만, 지금은 전 세계 게임업체들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정보기술(IT) 공룡’으로 성장했다. 한국에서 텐센트는 올 3월 CJ게임즈(현 넷마블게임즈)에 5,3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투자해 단숨에 3대 주주로 올라섰다. 이 외에도 신생 게임개발사인 NSE 엔터테인먼트(40억원)와 리로디드스튜디오(54억9,500만원) 등 텐센트의 자본을 수혈한 한국기업의 수는 알려진 것만 30여 곳에 달한다.

국내 게임시장을 공략하는 건 텐센트 뿐만이 아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도 4월 한국에 지사를 설립하고 국내 기업들에 대한 지분투자를 시작했고, 쿤룬과 창유 그리고 중국의 3대 모바일게임 업체인 공중망과 라인콩도 이미 한국 게임시장에 진출했다.

중국업체들의 한국시장 침투는 게임 수익이 중국으로 빠져나가는 결과를 낳는다. 업체들의 기술이 유출될 수도 있다는 것 또한 문제다. 상황이 심각한데도 정부는 중국 기업의 자본이 국내에 얼마나 유입됐고, 국내 중소기업을 얼마나 사들였는지 등을 파악할 수 있는 기초 통계조차 갖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 한 의원은 “정책 집행과 대책 마련에 가장 기초가 되는 통계조차 없다는 건 정부가 4조원 넘는 국내 게임시장을 중국에 빼앗기고 있는 상황에 대해 안이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꼬집었다.

이서희기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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