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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박피아

입력
2014.10.28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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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산 없는 정부가 없었다지만 이번 정권의 인선엔 일말의 철학도, 염치도 보이지 않는다. 전례 없는 측근 우선 전횡 인사다. 국립대와 공기관도 모자라 금융기관에까지 자리를 판다. 보수지마저 걱정할 정도다. 이러고선 적폐 척결 운운하니 아무도 진정성을 믿지 않고 개헌 얘기까지 나오는 거다. 왼쪽부터 김성주 대한적십자사 총재, 곽성문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사장, 자니 윤 한국관광공사 감사 등 대통령의 대표적 ‘보은 인사’ 대상으로 지목된 3명. 한국일보 자료사진
낙하산 없는 정부가 없었다지만 이번 정권의 인선엔 일말의 철학도, 염치도 보이지 않는다. 전례 없는 측근 우선 전횡 인사다. 국립대와 공기관도 모자라 금융기관에까지 자리를 판다. 보수지마저 걱정할 정도다. 이러고선 적폐 척결 운운하니 아무도 진정성을 믿지 않고 개헌 얘기까지 나오는 거다. 왼쪽부터 김성주 대한적십자사 총재, 곽성문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사장, 자니 윤 한국관광공사 감사 등 대통령의 대표적 ‘보은 인사’ 대상으로 지목된 3명. 한국일보 자료사진

도처에 낙하산이다. 전문성 따윈 필요 없다. 인연이 능력이다. 대통령은 측근을 살뜰히 챙기는 분이다. 설마 망하기야 하겠나. 안중에 국민이 없진 않다. 웃겨야 무한도전 박피아다.

“‘국감 뺑소니’ 논란을 일으킨 김성주 대한적십자사 총재가 어제 국감에 뒤늦게 출석했다. 그는 의원들의 질타에 “공인을 해본 적이 없어 잘 몰라서 그랬다”고 머리를 조아렸다. (…) 동행명령장 발부라는 엄포에 일단 예봉은 피하고 보자는 심산인 듯하다. “잘 몰랐다”는 말도 실은 사과가 아니라 동행명령을 거부하면 국회 모욕죄로 5년 이하 처벌을 받게 된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의미가 아니었을까. (…) 적십자회비 납부실적이 전혀 없는 데서 드러나듯 그 동안 적십자사 활동에 눈곱만큼도 관심이 없던 사람이 총재라는 건 난센스 중에 난센스다. 김 총재가 국민의 냉소에도 불구하고 국회를 무시하고 오만하게 행동하는 데는 대통령이라는 든든한 ‘빽’이 있기 때문이다.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를 “그레이스 언니”라 부르며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은 보답으로 공직을 하사한 대통령만 안중에 있을 뿐이다. 곽성문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사장의 자기소개서 소동에서도 친박 낙하산들의 천박함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MBC기자 시절 인터뷰를 통해 인연을 맺어 박근혜 대표의 측근이 됐고 의원 시절 내내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섰다”는 소개서는 영락없는 새누리당 공천 신청서다. (…) 한국관광공사 감사로 임명된 방송인 자니 윤의 자기소개서는 친박 낙하산 코미디의 결정판이다. “대통령님의 국정철학과 관광공사 사장님의 경영방침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겠다”는 말에는 실소가 저절로 나온다. 공기업 부정부패를 감시해야 할 감사 업무가 뭔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 전문성과 능력이 없는 인사들이 대거 낙하산으로 내려오는 가장 큰 책임은 박 대통령에게 있다. 박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낙하산 인사는 새 정부에서는 없어져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세월호 참사 후에는 관피아 척결을 약속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 취임 이후 지난달까지 132개 공공기관에서 205명의 친박 인사가 낙하산으로 임명됐다. 이게 끝이 아니라 연내에 교체될 100여 개 공공기관 고위직 자리를 친박 인사들이 대거 차지할 거라는 관측이다. (…) 공기업 사장에 무능력자들을 앉혀놓고 생산성이 떨어진다고 다그치는 것은 웃기는 일이다. 관피아도 문제지만 이제는 ‘박피아’가 더 문제가 되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박 대통령은 자신이 새로운 적폐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기는 할까.”

-‘朴피아 3인방’의 황당한 코미디(한국일보 기명 칼럼ㆍ이충재 논설위원) ☞ 전문 보기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은 박근혜 대통령을 ‘그레이스 언니’라고 부른다. 박 대통령 이름 끝의 ‘은혜 혜(惠)’ 자를 영어로 푼 호칭이다. 두 사람의 친밀도를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 그가 최근 대한적십자사(한적) 총재로 내정된 것은 파격 인사다. 박 대통령이 그에게 ‘보은(報恩) 인사’를 했다는 논란은 차치하고라도 한적 총재에 어울리는 경륜과 자격을 갖춘 사람인지 의문이다. 역대 한적 총재에는 김상협 강영훈 정원식 등 국무총리를 지낸 중량감 있는 사람이 많이 등용됐다. 적십자사의 구호 활동 이외에도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중책이 주어진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정권이 선거에서 공을 세운 사람을 챙긴다고 하더라도 줄 자리가 있고 안 줄 자리가 있다. (…) 새 정부 출범 후 이런저런 인사를 두고 수군대는 말이 박 대통령에게는 잘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김성주 ‘韓赤 총재’와 그레이스 언니(9월 26일자 동아일보 ‘횡설수설’ㆍ최영해 논설위원) ☞ 전문 보기

법리가 법감정과 일치할 순 없다. 하지만 상식과 동떨어져선 안 된다. 사법은 수학과 다르다. 여론이 삼투돼야 옳다. 입법과 교호는 경계해야 한다. 권력 결탁은 국민을 소외시킨다.

“물론 법원에 대하여는 비판이라고 하더라도 일부 법관이 법정에서 보인 고압적 자세나 특정 법원에서 선고한, 고액 벌금형을 갈음할 노역장 유치 기간이 일반인의 상식과 크게 어긋났던 사례 등에 대한 사회적 논란 정도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필자의 소견으로는 해당 법관과 소속 법원의 약간의 노력으로 개선이 가능한, 그런 재판 운영상의 문제보다 한층 근원적으로 고민하고 개선을 모색해야 할 사법행정상의 현실과 과제를 더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그 첫 번째 현실과 과제는 사법의 정치화 우려와 관련된 것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사법행정의 정치화 경향’에 대한 우려이다. (…) 독립된 사법부가 법원조직법이나 형사소송법과 같은 사법 운영에 도움이 되는 법의 개정을 정부를 거치지 않고 국회에서 직접 의원입법 형식으로 해주도록 교섭·협의하는 등 사법행정의 지휘부가 입법부의 국회의원들과 바로 접촉하는 모습이 어느새 관행화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현실에 대한 우려를 더 무겁게 느낀다. (…) 의원입법이 정부를 통한 입법보다 부처 협의나 법제처 심사 등 절차를 직접 거칠 필요가 없어 일단은 간편하고 사법부 독립의 정신에도 맞을 것 같아 보이지만 이것은 사실 대단히 순진한 생각이다. (…) 지금도 몇몇 의원이 선거법 위반 등의 사건으로 재판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사법부의 엘리트 법관들이 직접 국회의원을 만나 법원행정과 관련된 법의 제정 및 개정을 부탁하는 것이 과연 사법권의 독립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겠는가.”

-사법부에 대한 걱정도 늘고 있다(동아일보 ‘동아광장’ㆍ정성진 국민대 명예교수(전 법무부 장관)) ☞ 전문 보기

“이달 들어 전국 곳곳에서 아동학대에 대한 사법처리가 크게 변하고 있음을 알리는 사례들이 있었다. (…) 모두 아동학대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지난달 29일 시행되면서 가능해진 일들이다. 한동안 국회 계류 중이던 이 특례법이 지난해 극적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은 울산 계모의 학대에 숨진 서현(당시 8세)이 사건의 여파였다. (…) 울산 계모는 최근 항소심에서 살인죄를 적용받아 징역 18년형을 받았는데, 시민 여론이 없었다면 아동학대 치사 사건에서 처음으로 살인죄가 인정되는 일도 없었을 터다. 언론의 주목 없이 재판이 치러졌다면 상해치사로 기껏 징역 4~7년형에 그쳤을지도 모른다. 1심까지만 해도 살인이 아니라고 했다. (…) 반면 2심 재판부는 똑 같은 사실로도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를 인정했다. 비로소 흉기를 준비했는지 사전 모의가 있었는지를 기계적으로 따지던 판사의 판결과 시민의 상식적 판단이 괴리를 좁혔다. 앞으로 아동학대 치사 사건을 엄벌할 수 있는 새로운 판례가 마련된 것이다. 이 모든 일을 가능케 한 것은 이 세상에서 8년을 머물다 간 서현이의 짧고 슬픈 생이었다. 그리고 서현이를 지켜줬어야 했다고 부채의식을 느낀 시민들이 그 죽음을 헛되이 흘려 보내지 않은 결과였다. (…) 어떤 이들은 재판이 여론의 영향을 받아선 안 된다고 말하지만, 이런 여론이라면 반드시 영향을 받아야 한다. 사회적 합의를 따르지 않는 법과 판결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우리는 몇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우선 살인죄를 인정하고도 징역 18년형은 가볍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엄마 아빠가 세상의 전부였을 어린 아이에게 반복적인 폭행과 학대, 세상에 자기 편은 없다는 공포와 외로움 속에서 4년을 살게 한 죄, 갈비뼈가 부러지고 숨이 쉬어지지 않는 극심한 고통 속에서 어린 목숨을 빼앗은 죄, 그리고 밝게 자라났다면 수십년 인생에서 성취했을 그 모든 가능성을 앗아간 죄. 그 죗값은 어느 정도여야 정의로운지 논의해볼 일이다.”

-서현아, 우리는 아직도 미안하다(10월 27일자 한국일보 ‘편집국에서’ㆍ김희원 사회부장) ☞ 전문 보기

* ‘칼럼으로 한국 읽기’ 전편(全篇)은 한국일보닷컴 ‘이슈/기획’ 코너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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