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ST發 ‘과학한류’ 중앙亞 유학 러시

국제올림피아드 입상자 17명 등 카자흐 출신 49명 유학

키르기스스탄 영재교육기관, 카자흐스탄 사례 벤치마킹

세계적 자원부국으로 꼽히는 중앙아시아 국가의 과학영재들이 UNIST(총장 조무제)로 몰려오고 있다. 최근 4년간 카자흐스탄 영재 49명이 UNIST에 유학 중인 가운데 이중 17명이 각종 국제과학올림피아드에서 메달을 딴 글로벌 영재다. 인접 키르기스스탄에서도 과학올림피아드 메달리스트 2명을 포함 총 33명의 영재들이 UNIST에 와있다. 우즈베키스탄과 몽골에서도 16명이 유학 중이다. 중앙아시아에 불고 있는 ‘UNIST 발(發) 과학한류’의 영향이다.

이들 중앙아시아 국가는 세계적 자원부국이지만 이를 개발하고 활용할 과학과 산업기술 이 미미한 ‘저개발 자원부국’이라는 게 공통점이다. UNIST는 2009년 개교 직후부터 이들 국가의 과학영재 영입에 전략적으로 뛰어들었다. 자원부국 영재들을 과학기술인재로 길러 친한파를 양성한다는 구상이었다. 조무제 총장은 “UNIST에서 공부한 자원부국 영재들이 자국의 국가 엘리트로 성장하면 한국의 자원외교에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가장 심혈을 기울인 곳은 카자흐스탄이다. 석유(매장량 398억배럴, 세계9위), 가스(매장량 1.8조㎥, 세계17위), 우라늄(매장량 세계2위), 크롬, 아연 등 세계적 자원부국이다. UNIST는 지난 3년간 매년 현지에서 입학설명회를 개최하고, 해마다 카자흐스탄 국제올림피아드 대표팀을 UNIST에 초청, 대회 준비 캠프를 마련해주는 등 적극 지원을 해왔다.

카자흐스탄 과학영재의 UNIST 러시는 2011년부터 시작됐다. 2012년엔 카자흐스탄의 교육재단 KATEV(Kazakh-Turkish Educational Foundation)과 협약을 맺은 뒤 우수 이공계 학생들이 대거 UNIST로 진학했다. 이 가운데 17명은 수학과 물리, 화학, 생물, 정보통신 등 과학 분야 국제올림피아드(IMO, IPhO, IChO, IOI, IBO, IZhO, Mendeleev Olympiad)에서 금, 은, 동메달을 수상한 글로벌 영재들이다.

코자베코프 KATEV 부총재는 “UNIST에 재학 중인 카자흐스탄 학생들은 본국에서 상위 0.1% 해당하는 최우수 과학영재들”이라고 말했다. 카자흐스탄 측은 우리나라의 경제발전 과정에서 축적한 경험이 자국의 경제개발에 유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을 주목하고 있다. 코자베코프 부총재는 “카자흐스탄의 우수 인재들이 한국에서 과학기술을 배우고, 경제발전 경험 등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하고 돌아온다면 귀국 후 카자흐스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한국의 여러 대학 중에서도 UNIST에 주목하는 이유는 글로벌 연구 교육 인프라 때문”이라며 “UNIST의 최첨단 연구시설과 100% 영어강의, 전액 장학금 지원 등에 과학영재들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UNIST 발 과학한류’는 카자흐 인접 국가로도 확산되고 있다. 키르기스스탄의 영재교육기관인 SEBAT(International SEBAT Educational Institute)은 카자흐스탄의 사례를 벤치마킹해 2013년부터 UNIST의 문을 두드렸다. 키르기스스탄은 이미 우수 과학영재 33명을 UNIST에 보냈으며, 올해부터는 협약을 맺고 본격적인 교류를 희망하고 있다.

UNIST는 29일 SEBAT과 과학교육분야 상호 업무교류 협약을 체결한다. 쿠르다이베르디에프 SEBAT 총재는 “UNIST는 개교부터 100% 영어 강의를 진행, 학생들이 적응하기 수월하다”며 “외국인 교원 비율이 높은데다 최첨단 장비를 갖췄다는 점도 매력적인 요소”라고 말했다. 협약을 위해 방한한 SEBAT 총재단은 사흘간 울산에 머물려 강연과 산업시찰 등을 진행한다.

‘과학한류’는 우즈베키스탄과 몽골에도 번지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의 경우 UNIST 디자인ㆍ인간공학부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한 라지옙 아유브칸씨가 본국으로 돌아가 지난해 9월부터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몽골 출신인 호스즐 푸릅남질씨는 올해 2월 졸업 후 몽골 중앙은행에 취업해 자국의 경제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조무제 총장은 “각국의 과학영재들을 글로벌 리더로 양성시켜 자국의 경제발전에 기여하는 데 큰 의미를 두고 있다”며 “이들이 UNIST의 교육을 통해 한국과 맺은 인연은 20~30년 후 우리나라 자원 확보에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목상균기자 sgmo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