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안무가 프렐조카주의 발레단
장 폴 고티에의 과격 의상 앞세워 내달 14~16일 예술의 전당
영화 '블랙 스완'의 안무가 밀피예의 LADP 첫 내한 공연
내달 13, 14일 LG아트센터


현대무용의 새 정보를 가득 담은 두 무대가 동시에 한국을 찾는다. 동시대와 고전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할 춤판이다.
청년의 테를 막 벗은 듯 두 눈을 치뜬 안무가 벵자멩 밀피예(37)가 로스앤젤레스댄스프로젝트(LADP)와 함께 처음 내한해 11월 13, 14일 LG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 지난해 가을 파리오페라발레단 예술감독에 취임한 그의 성가가 예술적 성취와 실제로 어울리는지 살필 수 있는 기회다. ‘제2의 바리시니코프’ ‘할리우드 여배우 나탈리 포트먼의 남편’ 등 이름 앞에 붙던 화려한 더께를 걷어낸 그의 본령이 어떤 모습일지 확인할 수 있다.
밀피예는 로잔 콩쿠르에서 우승한 실력파 무용수로 2001년 안무를 시작해 뉴욕시티발레단에서 최다 관객을 동원하는 등 주목을 받았다. 아메리칸발레시어터, 파리오페라발레단, 네덜란드국립발레단 등 세계적 무용단의 단골 안무자였던 그가 2012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띄운 자신의 무용단이 바로 LADP다. LA의 예술적 자원을 그러모아 관객을 불러모으는 그의 능력을 뉴욕타임스는 지난해 10월 지면에 크게 싣기도 했다.
이번 내한 무대는 작품 세 편으로 구성된다. 지난해 5월 밀피예가 안무한 ‘리플렉션스’, 엠마누엘 갓이 지난해 9월 안무한 ‘모건스 라스트 처그’ 그리고 안무가 윌리엄 포사이드의 ‘퀸테트’다.
‘리플렉션스’의 배경은 미국 개념주의 미술의 대가인 바버라 크루거의 대표작과 극히 단조로운 피아노 음악이다. 여기에 남자 셋, 여자 둘의 무용수가 중력을 벗어난 듯 몸 언어의 향연을 더한다. ‘모건스…’는 바흐의 ‘프랑스모음곡’을 배경으로 한 즉흥적 춤이며, 다섯 무용수의 현대판 왈츠 ‘퀸테트’는 재즈 뮤지컬 안무를 예술로 승화해 한국서도 낯설지 않은 안무가 포사이드의 작품이다. (02)2005-0114
프랑스의 현대무용 안무가 앙줄랭 프렐조카주(57)는 자신의 이름을 딴 발레단을 이끌고 와 11월 14~16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발레 ‘스노 화이트’를 공연한다. 동화 ‘백설공주’를 성인용으로 버전업한 작품으로 백설공주는 목이 깊게 파이고 두 다리가 드러난 드레스를, 새엄마는 하이힐에 몸에 달라 붙는 검은 옷을 입었다. 그림형제가 만든 ‘백설공주’를 선정적이면서도 잔혹한 동화로 재탄생시켰는데 여기에 말러의 세기말적이고 관능적인 오케스트라 선율을 보태 공감각적 조건을 충족시켰다.
프렐조카주는 한 인터뷰에서 “현대 로맨틱 발레의 주인공으로 백설공주를 재창조했으며 그녀를 한 인간으로 그리고자 했다”면서 “무용수들의 몸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최대한 집중했다”고 말했다. 복장을 통해 연희자의 관능미를 도드라지게 한 것은 세계적 패션 디자이너 장 폴 고티에의 의도이기도 하다.
프렐조카주의 해석은 ‘로미오와 줄리엣’ ‘봄의 제전’ 등 고전과 신기술을 탁월하게 결합한 무대 메커니즘에서 늘 객석의 상상력을 앞질렀다. 특히 파리오페라단을 위해 안무한 ‘르 파크’는 1994년 초연 당시 파리 현지의 발레 사상 미증유의 기립 박수를 받을 정도였다.
이번 ‘스노 화이트’에서는 악한 계모 왕비를 서사의 중심에 둔 해석이 이채롭다. 계모를 “의붓딸을 희생해서라도 자신을 끝까지 주장하려는 자아도취적 인물”로 그리는 접근법이 어떤 식으로 형상화할지 지켜보는 즐거움이기도 하다. 1577-5266
장병욱 선임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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