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펀드는 된장 고추장 같은 ‘장’이 아니라서 묵힌다고 좋은 게 아니다.”라는 말이 유행처럼 돈 적이 있었죠. 결국 이 말은 손실이 난 투자상품의 ‘리밸런싱(재조정ㆍrebalancing)’이 중요하다는 점을 얘기하려는 의도일 것입니다. 리밸런싱이란 무엇이며 왜 필요한지에 대해 말씀드리려 합니다.
리밸런싱이란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는 자산이 투자의 결과로 당초 자산 배분 비율에 변화가 생겼을 때, 최초의 비율 기준을 맞추기 위해 비중 조정을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포트폴리오를 구성하여 투자하다 보면 시간이 지나면서 어떤 자산은 이익이 나고 또 어떤 자산은 손실이 나면서 전체 자산의 규모 대비 비중이 바뀌게 되는데 이를 원래 계획된 비율로 유지할 수 있게끔 되돌리는 것이죠.
예를 한 번 들어볼까요. 만약 투자원금 1억원을 가지고 6:3:1의 비율로 펀드, 채권, 예금에 투자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런데 1년이 지난 뒤 펀드, 채권, 예금 각각 10%, 3%, 2% 수익이 난다면 각 자산은 6,000만원, 3,000만원, 1,000만원(6:3:1)에서 6,600만원, 3,090만원, 1,020만원(6.16 : 2.89 : 0.95)으로 비율이 변동됩니다. 따라서 수익으로 인해 증가한 자산의 비중을 6:3:1의 원래 비율로 조정하기 위해서는 펀드 자산 중 일부를 환매하여 채권과 예금 자산을 키워야 하는 거죠.
이 경우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리밸런싱을 항상 손실이 발생한 상품을 정리하는 것으로만 이해하면 안 됩니다. 때로는 수익을 실현하는 의미가 포함됩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앞서 들었던 예시처럼 수익만 나는 행복한 상황보다 그 반대가 더 자주 발생한다는 게 반전(?)일 겁니다. 그 얘기를 조금 더 해 볼까요.
2007년에 1억원으로 이머징국가(신흥국가)들에 투자하는 펀드에 가입한 사람이 있습니다. 현재 수익률은 -50%입니다. 다시 50% 수익이 나서 원금이 복구되면 환매하겠다며 끝까지 기다리고 있는 고객입니다. 이분에게는 송구스럽지만 여기서 잘못된 판단을 바로잡아 드리고, 손실 회복을 위한 첫 단추인 리밸런싱을 진행하기 앞서 세 가지를 말씀 드립니다.
첫째, 원금이 회복되기 위해선 50%가 아닌 100% 수익이 나야 합니다. 왜냐하면 최초 1억원이 5,000만원이 된 상황에서 50%의 수익이 나면 7,500만원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애초 원금인 1억원에 도달하려면 현재 평가액 5,000만원이 100% 수익이 나서 5,000만원이 더해져야 합니다. 그래서 흔히 “-50은 +100과 같다” 라고 말하는 것이죠.
둘째, 기회비용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원금 회복은 정말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 원금회복을 동일 상품에서 꼭 해야 하는 법은 없습니다. 똘똘한 다른 투자상품으로 갈아타서 ‘잃어버린 7년’을 속히 되찾는 게 더욱 현명한 판단일 수 있습니다.
셋째, 정신건강에 좋지 않습니다. 사실 약간 우스갯소리로 들리실 수 있겠지만 실제로 그렇습니다. 깊어진 손실 폭만큼 주름과 한숨이 늘어날 것이니까요. 얼른 눈에서 치워 버리고 피하는 것이 답답하고 무거운 마음의 짐을 더는 방법입니다.
한승우ㆍKB 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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