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낙점으로 2012년 세계은행(WB) 수장에 오른 김용 총재. 이후 미국의 정책 노선을 완벽하게 지지하던 그가 최근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문제를 놓고는 유독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28일 미국 언론에 따르면 AIIB 설립 등 중국의 움직임을 기존 미국이 주도하던 국제금융질서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이는 오바마 대통령과 달리, 김 총재는 WB의 손이 미치지 않는 후진국 개발을 촉진할 새로운 대안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김 총재는 지난 24일 워싱턴의 한 조찬간담회에 참석, “WB를 포함한 많은 국제금융기구가 AIIB 설립 문제를 놓고 중국 당국자들과 꽤 긴밀하게 협조해왔다”고 소개했다. 또 “WB는 AIIB와 매우 잘 공조할 수 있을 것이며, 중국은 WB의 전문 인력을 활용하기를 원하고 여러 면에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고 덧붙였다. 아프리카와 아시아 후진국 개발을 위해서는 총 1조5,000억 달러의 투자가 필요하지만 기존의 각종 개발은행이나 개인 투자자가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은 2,050억 달러에 불과한 상황인데, 중국이 나서준다면 큰 힘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반면 오바마 정부는 AIIB 설립에 대한 반대 입장을 숨기지 않고 있다. 한국, 호주 등 주요 동맹국의 AIIB 동참에도 부정적 신호를 보내고 있다. 젠 사키 국무부 대변인 등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이미 아시아개발은행(ADB)이 지역 인프라 투자와 개발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WB와 ADB에는 수십 년간 축적된 경험과 노하우가 있다”며 AIIB 무용론을 제기하고 있다. 또 중국이 주도하는 지배구조 등을 빌미로 “AIIB는 분명히 넘어야 할 문턱이 있다”는 입장이다. 파이낸셜타임스나 뉴욕타임스 등도 한국, 호주 등이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주저하는 이유를 오바마 정부의 압력 때문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 동안 오바마 대통령과 김 총재는 세계 빈곤 구제나 질병 극복, 기후변화 대응 등에서 같은 목소리를 낸 것은 물론 골프를 함께 칠 정도로 절친한 사이로 알려져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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