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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 돌아 결국, 손진책·김성녀의 아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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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 돌아 결국, 손진책·김성녀의 아들로

입력
2014.10.2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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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후광 큰 자산이자 부담...가수 외도·도피성 유학 방황 끝내고

조연출 7편 만에 연출 데뷔..."어차피 끝엔 실력으로 평가받겠죠"

연극 '요요현상'으로 대학로 무대에 연출 데뷔하는 손지형 연출자는 "아버지(손진책 연출)가 연습실을 두번 방문했는데 제 작품을 보고 속이 타 들어 가고 있을 것"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최선아 인턴기자(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3)
연극 '요요현상'으로 대학로 무대에 연출 데뷔하는 손지형 연출자는 "아버지(손진책 연출)가 연습실을 두번 방문했는데 제 작품을 보고 속이 타 들어 가고 있을 것"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최선아 인턴기자(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3)

다이어트를 해본 사람이라면, 굳은 결심으로 살을 뺐다가도 체중계의 바늘이 원상태로 돌아갔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다이어트에 성공한 스스로를 과신하거나 예전의 습관이 다시 고개를 든 탓에 체중은 줄었다 늘었다를 반복한다. 삶도 비슷하다. 어렵게 꿈을 이뤘다가도 잠깐의 방심 탓에 나락으로 떨어지기도 하고, 마음을 굳게 먹고 현실과 타협했다가도 예전의 영광을 잊지 못해 다시 꿈을 꾸기도 한다. 삶의 요요현상을 겪는 세 여성의 이야기가 대학로 무대에 오른다. 27일 서울 혜화동 한 카페에서 연극 ‘요요현상’으로 연극무대에 데뷔하는 연출자 손지형을 만났다.

“극적 효과나 무대 미장센은 최대한 자제하려고 해요.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기 위해 건조하게 무대를 꾸미고 있습니다.”

손지형 연출은 분주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날은 극장에 무대를 세우는 첫 날이었다. 온 신경이 무대 세팅에 가있기 때문인지 그는 무대연출에 대한 소신을 길게 설명했다. “이번 작품은 흔히 볼 수 있는 보편적인 사람들의 이야기”라며 “그러다 보니 조명 등 연극적 요소를 강조하기보다 관객이 옆집을 들여다보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사실적인 무대를 꾸미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는 “10년이 넘는 세월의 흐름을 표현하기 위해 1막과 2막 사이에 꼭 한 번 극적 장치를 썼다”며 “회색 조명이 무대를 비치고 암전에 들어가는 1막 마지막 장면으로 마치 한 장의 사진과 같은 느낌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요요현상’은 가수의 꿈을 키워가던 20대 여성 세 명이 작은 성취를 이룬 후 십여 년이 지나 다시 현실과 마주한 내용을 담은 연극이다. 그들의 성공과정은 과감하게 생략하고 첫 무대를 앞두고 부풀었던 20대 여성의 모습과 이미 그룹 해체를 고려하는 30대 여성의 모습이 각각 1막과 2막에 그려진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대적 배경으로 맞물리며 이들의 사연을 더욱 강조한다.

극은 재일교포 연출자이자 극작가인 정의신이 일본무대에 올렸던 작품이다. 정의신 연출이 손지형 연출에게 먼저 이 작품을 제안했다. 오랜 시간 연출과 조연출로 맺은 인연의 연장선이다. 손지형이 받은 축복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그의 아버지는 국립극단 예술감독을 지냈던 한국연극계의 거장 손진책 연출이다. 어머니 김성녀와 누나 손지원도 배우로 활동하는 등 온 가족이 ‘무대 밥’을 먹는다.

그에게 이런 배경은 큰 자산이면서 동시에 넘어야 할 산이다. 일각에서는 조연출 7편 만에 연출로 데뷔하는 것을 두고 부러움과 시샘을 보내기도 한다. 손 연출 역시 “혜택을 입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고 인정했다. 그는 “누나가 배우로 데뷔하면서 비슷한 이유로 상처를 받았다”며 “그래서 나도 연극연출자가 되는 것을 피하려고 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하지만 아무리 후광이 밝더라도 어차피 장기적으로는 내 작품과 실력으로 평가 받는 것이기 때문에 ‘그냥 잘 하자’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연극을 피해 가수를 준비하기도 했고 중국과 일본으로 ‘도피성 유학’을 떠나기도 했던 그는 결국 돌고 돌아 아버지가 섰던 그 자리에 섰다. 그 때문인지 연습실에서 만난 연극 ‘요요현상’은 어딘지 그와 꽤나 잘 어울리는 작품이다. 다음달 1~16일 서울 혜화동 게릴라극장.

박주희기자 jxp93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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