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모·친부 추가 기소 사건 공판서 6월엔 재판 내용 유출된다는 이유로
지난주엔 "변호인 인감 안 냈다"며 피해아동과 변호인 위축시켜
의붓딸을 학대해 숨지게 한 칠곡 계모 사건의 담당 재판장이 피해아동 측 변호인의 입회를 지난 6월에 이어 지난 주에도 연달아 막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학대아동 변호인 조력권은 법에 보장돼 있는데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칠곡 계모 사건의 피고인인 계모 임모(36)씨와 친부 김모(38)씨에 대한 검찰의 추가 기소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대구지법 제21형사부(부장 백정현)는 지난 6월 23일 열린 속행 공판에서 숨진 딸의 언니 김모(12)양의 변호인 자격으로 참석한 이명숙 여성변호사협회장에게 퇴정을 명령했다. 이 회장은 재판 시작 전 피해 아동에 대한 법률적 도움을 보장하는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16조에 근거해 미리 변호사 선임계를 재판부에 제출했으며, 김양과 가족들의 동의도 모두 얻은 상태였다.
하지만 재판장인 백 부장은 “검사가 있는데 피해아동 변호가 왜 필요하냐, 이 회장이 (변호인으로) 있으면 언론에 재판 내용이 유출될 수도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백 부장은 이 회장에게 “법정에서 나가라”고 지시한 뒤 휴정을 선언했다. 10분 뒤 백 부장은 이 회장이 재판부에 항의하기 위해 법정에 남아 있자 당일 재판을 종료했다.
이 같은 일이 지난 20일 열린 속행 공판에서 다시 반복됐다. 백 부장은 김양의 변호인으로 선임계를 제출한 황모 변호사에게 “변호인 선임계를 내면서 인감증명서를 안 냈다. 알 만한 사람이 왜 그러냐”며 황 변호사를 퇴정 조치했다. 이 회장은 “(형사재판에서) 선임계 제출 시 인감증명서를 첨부하는 변호사는 아무도 없다”며 “칠곡 사건 1심은 물론, 울산 계모 사건에서도 피해아동 측 변호사가 입회했고 지금까지 아무 문제도 없었는데, 이번 재판부만 유독 피해아동 변호사에게 엄격한 잣대를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대구지법 관계자는 “이 회장에게 퇴정을 명령한 것은 당시 법정에 김양의 정신감정을 담당하는 모 대학 심리학과 교수가 참석한 상황에서, (피해아동 측 변호사라지만) 경찰 조사까지 관여한 이 회장이 해당 교수의 진술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어 대응한 것일 뿐이다”고 강조했다. 황 변호사의 퇴정에 대해서도 “처음 보는 사람이 비공개 재판에 30분 늦게 들어와 일방적으로 피해아동 측 변호사라며 선임계를 제출하니, 재판부 입장에선 변호사인지 확인이 필요했다”고 항변했다. 재판부는 황 변호사의 신원만 확인되면 입회를 거부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나 피해 아동과 그 변호인을 위축시킬 수 있는 조치라는 지적이다.
의붓딸을 학대해 사망케 한 혐의로 기소된 임씨와 친부 김씨는 지난 4월 1심에서 징역 10년과 3년을 각각 선고 받은 뒤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 이후 검찰은 임씨 등에 대해 추가 수사를 벌여 언니인 김양도 학대하고 동생을 죽였다고 허위진술을 하도록 강요한 혐의(아동복지법 위반과 형법상 강요ㆍ학대)를 찾아 재차 기소했다. 이번 재판에서 임씨 등이 김양에 대해서도 유죄를 받는다면, 항소심 사건과 병합돼 형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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