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보수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 삼아 남북 고위급접촉 무산 가능성을 시사했다. 북측은 지나 26일 우리 정부에 보낸 전화통지문에서 전날 보수단체들의 낮 시간 전단살포 계획은 무산됐으나 우리 당국이 저녁 시간 전단살포를 강행토록 방임했다면서 남북관계 개선 분위기를 살리자는 북측 요구를 (우리 정부가)달갑게 여기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위급 접촉이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이뤄질 수 있겠는가를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며 우리 정부의 행동을 촉구했다.
전통문 표현으로 볼 때 북측이 고위급접촉 성사의 전제조건으로 전단 살포 문제를 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보수단체의 전단 살포는 우리 정부가 완전히 통제할 수도 없거니와 남북대화의 전제조건이 될 수 없는 문제다. 애기봉 철거 등 우리 정부도 대화 성사를 위해 북측에 성의를 보였다. 오는 30일 개최하자는 우리측 제안에 대해 보름 동안 가타부타 대답은 없이 대북전단 문제에 집착하는 걸로 봐서 오히려 북측의 대화의지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남북 경색을 푸는 일은 남북 모두에게 필요한 윈-윈 게임이다. 하지만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과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도발로 남북관계는 꼬일 대로 꼬여 있고, 정치상황과 맞물려 원만한 해법을 찾기가 어렵다. 낮은 단계부터 신뢰를 회복할 것인지, 고위층 결단을 통해 위로부터 풀 것인지 방법론도 불투명하다. 고위급 인사의 깜짝 만남, 일회성 대화는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할 공산이 크다. 이런 사정을 감안하면 당면 현안에 대한 양측 입장을 조율할 실무회담 절차를 밟을 필요도 있지만 북측은 아직도 묵묵부답이다.
북측이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문제를 대화 문턱으로 삼을 의도가 아니라면 황병서 총정치국장이 합의한 고위급접촉 일정에 대한 입장부터 조속히 밝혀야 한다. 엄중한 한반도 주변 정세를 감안할 때 가시적 성과를 목표로 접촉이 이뤄져야 한다. 대화 자체를 호의나 목적으로 여기던 시대착오적 사고나, 끊임 없이 조건을 만드는 구태의연한 전술로는 당면 현안을 풀 수 없다.
아울러 정세를 위태롭게 하는 보수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행위는 마땅히 자제돼야 한다. 실효성 여부를 따지지 않는 극우적 선명성 경쟁이자 공명심의 발로라는 지적이 보수 일각에서도 나온다. 보여주기식 전단 살포는 남남갈등만 유발할 뿐이다. 북한 주민에게 역효과를 낼 뿐만 아니라 정부가 주장하는 표현의 자유 범주에도 벗어나 있고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킬 자극적 도발일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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