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은행 박진회 수석부행장 차기 은행장에 선임돼 실적 회복·노조 설득 등 숙제
SC은행 박종복 부행장 사상 첫 한국인 은행장에 내정 "소매금융 철수 수순" 의혹 여전
외국계은행인 한국씨티은행과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의 수장이 모두 교체된다. 한 곳은 전임 행장이 자진해서 옷을 벗었고, 다른 한 곳은 경질의 성격이 짙다. 두 은행은 해마다 실적이 악화되면서 국내 소매금융 철수설 등이 끊이지 않는 상황. 행장 교체로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들이 읽히긴 하지만, 얼마나 효과적일 지는 불투명해 보인다.
하영구 전 행장의 사의 표명으로 14년 만에 행장을 교체하게 된 씨티은행은 27일 행장후보추천위원회를 열어 박진회 수석부행장(기업금융그룹장)을 차기 은행장 후보로 단독 추천하고 이사회와 주주총회에서 이를 승인했다. 박 신임 행장은 서울대 무역학과 졸업 후 미국 시카고대에서 경영학 석사를 마쳤고 씨티은행에 30년간 근무하면서 자금담당본부장, 기업금융본부장등을 거쳐 2007년부터 기업금융그룹장을 맡아왔다.
신임 씨티은행장 선임은 그야말로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하 전 행장이 KB금융 회장 자리에 출사표를 던지면서 사의 표명을 한 지 불과 10여일 만이다.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겠다는 본사측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다.
하지만 씨티은행의 국내 입지는 갈수록 위축돼 가고 있는 상태다. 점포 수는 7월 현재 134개로 쪼그라들었고, 직원 수도 3,600명을 간신히 웃도는 수준이다. 자산 역시 50조원 수준에 불과하다. 2009년 4,326억원이던 당기순이익도 작년에는 반토막(1,824억원)이 더 났고, 올해 상반기에는 아예 적자(-749억원)로 돌아섰다. 무엇보다 외국계은행의 특성상 행장이 운신할 수 있는 폭이 매우 좁기 때문에 공격적인 영업을 펼치는 것이 쉽지 않다. 노조가 이날 오전부터 행장 임명을 반대하는 출근저지 투쟁에 들어간 것도 이런 상황을 대변한다. 물론 여느 은행장들이 겪는 통과의례일 수도 있지만, 노조의 거부감은 상당히 강해 보인다. 노조 관계자는 “사실 박 행장인 하 전 행장과 한 몸과 다름없다”며 “올해 점포 폐쇄와 희망퇴직 실시 등 대규모 구조조정을 주도하면서 경영진 전반에 대한 직원들의 반대 정서가 팽배하다”고 말했다.
SC은행이 동북아시아 지역 총괄 대표를 겸하고 있는 현 아제이 칸왈 행장이 동북아 지역 총괄을 전담하기로 하고 조만간 새로운 행장을 선임하기로 한 것도 갈수록 악화되는 실적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SC은행 역시 씨티은행과 마찬가지로 당기순이익이 2011년 2,560억원, 2012년 1,947억원, 2013년 1,824억원 등으로 하락하다 올 상반기에는 225억원의 순손실로 돌아섰다. 차기 행장으로 내정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은 박종복 소매금융 담당 부행장.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해 SC은행 역사상 처음으로 한국인을 행장으로 택한 것으로 보이지만, 역시 우려의 시선이 적지 않다. 금융권에서는 “SC은행이 현지화에 실패한 소매금융 부문에서 조금씩 철수하는 수순을 밟아나가지 않겠느냐”는 견해들이 여전히 강하게 제기된다.
김우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은행권의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기업금융에 강한 SC은행이 국내에서는 소매금융 영업에 치중하고 씨티은행은 부유층 소매금융에 강한 씨티그룹의 강점을 살리지 못하는 등 각자의 정체성을 부각시키지 못하고 있다”며 “국내 시중은행과 차별화된 확실한 자기 색깔을 내세우지 못한다면 실적 부진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