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과수 1차 감정 결과
16명의 사망자와 11명의 부상자를 낸 판교테크노밸리 환풍구 추락사고 원인 중 하나가 부실한 환풍구 시공이었음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결과 드러났다.
경기경찰청 수사본부는 27일 국과수 1차 감정결과 사고 환풍구가 부실하게 시공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박성주 형사과장은 “추락사고는 환풍구 덮개를 세로로 지탱하고 있는 2개의 받침대(일명 부재) 중 좌측 받침대가 꺾이고, 이와 맞닿아 있던 가로 받침대 용접부분(좌측 3분의 1 지점)이 끊어지면서 붕괴돼 발생했다”며 “전체적인 감정결과 용접불량과 지지대 절단, 앵커볼트 미고정 등 부적절한 시공 형태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사고 환풍구는 세로 받침대(3.7m) 2개 위를 가로(6.1m) 받침대 1개가 지나는 직사각형 형태로, 덮개 13개가 그 위에 얹혀져 있는 구조로 시공됐다. 하지만 일체형 강관으로 시공한 세로 받침대와 달리 가로 받침대는 짧은 강관 3개를 용접으로 연결한 형태로 시공됐다. 이 때문에 부실하게 용접된 가로 받침대 좌측 3분의 1 지점이 하중을 이기지 못하고 아예 떨어져 나갔고, 좌측 세로 받침대가 휘어져 꺾이면서 덮개 9개가 붕괴돼 사고가 발생했다. 이들 받침대 3개가 서로 맞닿는 부분도 대강 용접돼 고정된 상태였다.
전체 환풍구 콘크리트 구조물 위를 둘러 덮개를 지탱해야 하는 L자형 테두리받침대 시공에서도 부실시공이 확인됐다. L자형 테두리받침대는 콘크리트 구조물에 밀착돼 시공해야 하지만 사고 환풍구 좌측 부분은 성인 손바닥 하나가 들어갈 정도로 이격이 생겨 또 다른 L자형 소형 앵글(일명 하스너)로 괴어져 있었다. 이로 인해 콘크리트 구조물과 테두리받침대 사이를 결합하는 볼트와 너트 결합부 40곳 중 11곳은 대강 용접된 채 마무리됐고, 이 중 2곳은 아예 너트도 없었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감정은 시뮬레이션 실험결과와 하중실험 결과가 반영되지 않은 1차 중간 결과로 추후 최종 감정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이데일리와 행사 하청업체 플랜박스, 경기과학기술진흥원 등 출국금지 조치된 공연 관계자 6명 전원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적용해 참고인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했다. 시공 관계자들에 대해서는 보강 조사를 거쳐 형사 입건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경찰에 출국금지 조치된 관련자는 모두 11명이다.
김기중기자 k2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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