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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 오리' 하지정맥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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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 오리' 하지정맥류

입력
2014.10.27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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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영기 연세에스병원 원장
심영기 연세에스병원 원장

올해로 60세다. 옛날에는 환갑이라고 죽지 않고 오래 살았다고 잔치를 했을 나이다. 의사가 된지도 35년이나 됐다. 의대 인턴 레지던트를 거치는 11년간의 수련생활, 종합병원에서 5년간의 성형외과 전문의 생활, 그리고 나머지 19년은 개원의 생활을 하였다. 개원 생활이란 수련기관인 종합병원 안에서의 온실생활에서 나와서 독립된 개인병원 원장으로서의 사회생활을 즉 야전에서의 사회생활을 뜻한다. 사회 속에서 사회 일원으로서 환자들을 맞이하고 환자들을 치료하고 희노애락을 같이하는 것이 개원의가 아닌가 생각한다.

그동안 개원하면서 내가 하기 싫었던 일들은 성형수술을 부추기는 의사이었고, 질병을 치료하는 의사(doctor)가 아닌 돈을 벌기 위해 미용수술만 하는 미용사(esthetician)로 비추어지는 내 자화상이 싫었다. 어려운 의대 6년 과정과 인턴 레지던트 5년간의 수련과정 총 11년을 노력하고 고생해서 미용사가 된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한국 의료의 저수가, 왜곡된 의료현실에서 생존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의사들, 자신의 전공도 아니지만 돈을 벌기 위해 미용성형수술을 하는 의사들, 미용성형의 의료사고도 다른 진료부분과 같이 엄연한 의료행위임에도 시술과정에서 합병증이나 사망과 같은 합병증, 부작용이 생기면 매스컴에서 대서 특필하는 사회분위기. 성형공화국이란 별칭과 같이 공장에서 물건 찍어내듯이 성형수술을 휩쓰는 대형 성형수술 공장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우려감이 나로 하여금 ‘색깔있는 의사가 되겠다”는 다짐을 하게 하였다.

1995년 어느 날 진료실에 중년부인이 찾아와 “내 다리에 보기 싫은 혈관을 없애주세요” 라고 말한 것이 계기가 돼 하지정맥류를 시작하게 되었다. 보기 싫은 혈관을 없애는 것은 혈관치료가 되면서 동시에 미용적 개선도 된다는 생각에 다방면으로 수소문하여 독일에서 정맥학에 대해 연수받을 수 있었고 국내 개원가로는 최초로 하지정맥류를 시작하면서 블루오션을 창출할 수 있었다. 더구나 2000년도에는 중국 대련에, 2006년도에는 중국 북경에 하지정맥류 전문병원을 개원하게 되었고, 2001년도에는 대한정맥학회를 창립하게 되었다. 그 당시 성형외과 동료들이 다들 의아해 했었으나 20년이 지난 오늘에는 미운 오리새끼 같았던 하지정맥류가 미용사로 살 수 밖에 없었던 나를 의사로서 자부심을 갖고 살게 해준 고마운 질환이 되었다.

하지정맥류는 정맥의 질환을 다루는 분야이다. 기존 집도하였던 40,000 명에 달하는 하지 정맥류 환자분들이 입 소문을 내줘 전국의 정맥류 환자들이 나의 진료실을 찾아오셨다. 동시에 정맥과는 다른 림프부종 환자들도 다리의 혈관 병을 잘 치료한다는 소문을 듣고 나를 찾기 시작하였다. 림프부종은 나에게는 생소한 분야라서 국내 의사 동료들에 문의하였지만 붕대감고 스타킹신고 마사지 해주는 것 이외에 의사들이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는 질병이었다.

그래서 여러 문헌과 해외 의료인들을 통해 수소문하여 프랑스의 어떤 교수가 권위가 있다하여 직접 프랑스에 가서 수술도 참관하고 나중에는 한국에 초빙하여 수술도 하였다. 다행히 전에 내가 많이 했던 미세현미경 수술기술이라 수술하는 데에 큰 어려움은 없었지만 그 결과가 기대했던 것보다는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했다. 그래서 다시 미국, 독일, 프랑스, 스웨덴의 교수와 학술 정보 교류를 하면서 불치병이라고 알려진 림프부종의 치료법을 독특하게 발전시킬 수 있게 되었고 환자도 만족하고 의사도 만족할 수 있는 획기적인 결과를 얻게 되었다. 이직 100% 완치시키는 치료는 아니지만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는 버려진 림프부종 환자들을 위해, 그리고 보다 좋은 치료 결과를 위해 임상 의사로서 남은 기간을 연구에 노력을 쏟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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