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신(野神)’ 김성근(72) 감독이 3년 2개월 만에 현장으로 돌아왔다. 최근 3년 연속 최하위에 머문 한화가 러브콜을 보냈다. 구단은 김 감독의 풍부한 경험, 카리스마가 팀 재건에 맞아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잇따른 70대 감독 체제다. 한화는 제9대 사령탑이던 김응용(73) 전 감독에게 프로 스포츠 사상 최고령 감독의 훈장을 달아줬다. 2012년 10월, 당시 나이 만 71세였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우승 청부사’ 김응용 체제의 성과는 크지 않았다. 김성한, 김종모, 이종범 등 해태 출신 제자들의 결집에도 한화 야구는 살아나지 않았다.
그런 구단이 다시 한번 노(老)감독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미 70대 사령탑 체제의 실패를 경험했기에 김성근 카드는 다소 파격적인 결정이다. 특히 한화와 김성근 감독은 2012년 계약 직전까지 갔다가 틀어지지 않았는가. 당시 상황을 잘 아는 야구계 관계자는 “김성근 감독이 청주까지 왔다가 다시 돌아갔다”는 표현을 썼다. 대전행을 눈앞에 두고 세부적인 조건에서 이견을 보였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한화의 선택은 돌고 돌아 ‘야신’이었다. “꼴찌 팀의 구세주는 김성근뿐”이라는 팬들의 목소리가 컸을 테고, 김승연(62) 한화그룹 회장도 장고 끝에 김 감독을 품었다. LG, SK 시절 구단과 마찰을 빚어온 껄끄러운 지도 스타일도 문제되지 않았다. 한화 구단은 활력을 잃어가는 조직을 되살리는 덴 김성근 만한 적임자가 없다고 판단한 듯 하다.
리더십 이론가로 저명한 아이라 샬레프는 활력을 잃은 조직의 특징을 크게 7가지로 분석했다. ①리더십에 대한 불신 ②성공경험의 부족 ③조직의 내분 ④창립목적의 상실 ⑤제품 라이프 사이클의 종말 ⑥예의범절의 상실 ⑦조직에 대한 재투자 부족 등이다. 그 중 한화는 적어도 3가지 이상의 특징을 보였다. 특히 1,2번에 취약한 모습을 드러냈다. ‘리더십 분야의 100대 인물’로 꾸준히 선정된 샬레프는 “리더는 실패했더라도 낙관적인 미래에 대한 희망을 조직원들에게 줘야 하고, 직원들이 창의적인 에너지로 가득 차게 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김성근 감독은 2006년 10월 SK 제3대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이 시점부터 과거 성적은 백지”라고 취임 일성을 던졌다. “내년부터 SK는 새로운 성적으로, 새로운 팀으로 탄생한다”는 강한 메시지를 던졌다. 비록 구단과의 이별 과정은 좋지 않았지만 SK는 김성근 체제로 3차례나 한국시리즈를 제패했다. 만년 백업 멤버들에게 1대1 레슨으로 희망을 줬고, “필요하지 않는 선수는 없다”는 명언으로 선수단 전체를 하나로 모았다.
한화가 기대하는 것도 이 부분이다. 당장의 가시적인 성공이 아닌, 리더십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직원들(선수단)이 지독한 패배의식에서 벗어나길 바라고 있다. 김성근 한화 신임 감독은 28일 대전 구장에서 취임식을 갖는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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