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은 뿌리부터 잎까지 한 줄기로 연결된 식물이다. 그 구조가 지조와 일편단심을 상징하기도 한다.
생김부터 기품이 있는 ‘연(蓮)’은 땅속 줄기인 연근부터 열매인 연자, 연꽃, 연잎까지 모든 부위를 아울러 맛과 향을 두루 즐길 수 있는 식재료다. 이렇게 전체가 훌륭한 식재료임에도 불구하고, 연은 우리에게 그 중 단 하나의 선택만을 바라는 식물이기도 하다.
우리가 쉽게 접하는 연근은 연의 땅속줄기인데 이 연근은 4개의 마디로 이루어져 있으면서 연근의 끝은 다시 잎이 되는 줄기와 연잎으로 이어져있다. 쉽게 말하면 연근 가운데의 그 구멍이 뿌리부터 연잎줄기까지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이런 구조 때문에 요리사나 연을 기르는 농부들이 결국은 연의 여러 부분 중 하나만 골라야 하는 어려운 숙제를 남긴다. 만약 연잎으로 요리를 하고 싶어서 연에서 연잎을 잘라내면 연줄기의 구멍은 비바람에 노출이 되고 이 구멍을 통해서 들어온 빗방울은 그대로 침투해 연근을 썩게 만든다. 그래서 연은 우리에게 ‘연근이냐 연잎이냐 혹은 연꽃이냐’를 선택하게 한다.
부분만 요리할 수 있는 연에서 우리가 자주 선택하는 것은 연근이다. 연근은 조림과 같은 밑반찬으로 흔히 먹지만, 이는 연근의 매력을 다 보여주기엔 부족하기에 간단한 요리를 몇 가지 더 알리고자 한다.
연근을 얇게 썰어서 소금물에 살짝 데쳐 보자. 데친 연근에서 물기를 제거한 후 160도 기름에 튀기면 바삭바삭한 연근 튀김이 완성된다. 이 연근 튀김은 소금, 설탕 등 간을 하지 않아도 과자로 먹기 안성맞춤인데 연근 하나면 과자 한 봉 이상 만들 수 있으니 시간 날 때 튀겼다가 영화를 볼 때나 여행 중 간식으로 먹으면 건강까지 챙기는 간식으로 안성맞춤이다.
데친 연근을 다 튀기기 힘들다면 알배추와 함께 요리한 겉절이도 추천한다. 연근의 특성상 살짝 데쳐도 아삭아삭한 식감이 살아있기 때문에 살짝 데친 연근을 알배추와 함께 매콤하게 무쳐 겉절이로 만들어 먹기에도 제격이다.
연근 요리도 맛이 좋지만, 특별한 요리를 위해서라면 연잎을 사용해보길 권한다.
연잎에는 방부효과가 있어서 예부터 우리 조상들이 먼 길 떠날 때 밥이나 음식물을 싸가지고 다니는데 유용하게 사용했는데, 이 연잎을 활용해 특별한 음식을 만들어보자.
소풍을 갈 때 주로 준비하던 김밥보다 색다른 음식의 나들이 도시락을 위해, 필자는 만들기도 쉽고 보기에도 좋은 연잎밥을 추천한다.
찹쌀과 팥, 밤, 잣 등을 넣고 살짝 쪄낸 밥을 연잎 가운데 두고 선물 포장하듯 둘둘 말아 전자레인지에서 2분만 돌리면 연잎밥이 완성된다. 그리고 다른 연잎 한 장에는 이 찰밥과 같이 먹을 반찬을 담으면 되는데, 갓 무친 나물이나 짭짤하게 볶아낸 멸치볶음, 집에서 담근 메주 향 나는 매콤한 고추장 등이 좋겠다.
실하게 채운 연잎 도시락과 연잎밥은 가을 단풍놀이에 제격일 것이다. 교외 어디서나, 혹은 도심의 작은 공원에서도 연의 향에서 우러나오는 평안함과 차분함으로 가을 분위기를 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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