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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자라는 것이다

입력
2014.10.27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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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무슨 일이 생겼다 하면 나는 책부터 검색하는 사람

예전에는 미워했던 자기계발서, 다시 보니 거기에 숨은 보물이

광고회사 아이디어 회의 다룬 책, 내 머릿속의 회의실과 똑같아

서울 시내의 대형 서점에 들르면 늘 특정 분야의 책만 보고 오곤 했다. 일단 문구점에 들러서 (필기구와 수첩류에) 새로 나온 제품이 없나 살펴보고, 조금이라도 머리가 맑을 때 인문학 책부터 살핀다. 글 쓰고 책을 펴내는 것이 직업인 주제에 이상하게 서점에만 가면 빨리 피로를 느끼는 체질인데, 세계의 온갖 지성들이 모여 자웅을 겨루는 장소라 주눅이 드는 것인지 아니면 책 먼지가 심해서 그런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내 책이 이렇게 큰 서점에 입고돼 있다는 현실이 믿기지 않아서 다리가 후들거리기 때문인지 이유를 모르겠다. 종교와 역사와 철학을 두루두루 거치고 나면 문학 쪽으로 간다. 문학으로 가도 절대 한국문학 쪽으로는 가지 않는다. 혹시 내 책이 거기 있을까 봐, 누군가 심드렁한 표정으로 내 책을 읽고 있는 장면을 목격할까 봐 절대 가지 않는다(이건 너무 좋은 경우만 상상하는 거겠지. 내 책이 거기 없을 수도 있다!). 알고 지내는 사람들이 서점에서 내 책을 보고 사진을 찍어 보내주는 경우 말고는 서점 진열대에 오른 내 책을 본 적이 거의 없다. 책을 여러 권 냈는데도 나는 어쩐지 계속 부끄럽다.

외국소설과 에세이와 새로 나온 시집을 살펴보고 곧장 예술 쪽으로 자리를 옮긴다. 예술 쪽에 가면 보고 싶은 책이 무척 많다. 음악과 미술과 스포츠와 영화와 춤의 책들이 나를 사로잡는다. 거기서 한참 시간을 보낸 다음 자연과학 쪽으로 가서 최근 공들여 읽고 있는 우주와 몸에 대한 책이 새로 나온 게 없나 확인한 후에 컴퓨터와 프로그램에 대한 책을 뒤적인다(매뉴얼을 보는 게 나의 취미라면 취미다). 그러고 나서는 이어폰, 휴대전화 케이스 같은 액세서리를 파는 가게에서 한참 아이 쇼핑을 한 후 기진맥진하여 밖으로 나선다. 나의 서점 여행은 늘 비슷비슷한 여정으로 이뤄진다.

서점에 갈 때마다 매번 놀라는 것은 세상에는 여전히 참으로 많은 책들이 출간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불황이든 안 팔리든 인문학의 위기든 소설의 위기든 어쨌거나 사람들은 책을 만들고 또 책을 산다. 종이책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어쩌면 기우가 아닐까 싶게 활자가 넘쳐난다. 독자를 유혹하는 책들의 기운이 천장까지 뻗어 있고, 원하는 책을 찾으려는 독자들의 집중력이 바닥을 뚫고 지나간다. 세상에는 무슨 일만 생겼다 하면 책부터 검색하는 나 같은 사람이 여전히 많은 것이다(그래요, 저, 컴퓨터, 디자인, 스포츠, 연애, 꽃꽂이, 바둑, 기타, 피아노 조율…, 모든 걸 책으로 배웠어요). 나는 나라는 인간을 만들어준 책의 힘을 믿는다. 책을 만들어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려는 사람의 절실함을 잘 알고, 책을 통해 자신을 발전시키려는 사람의 절실함도 잘 안다. 그래서 책과 서점이 절대 사라지지 않을 거라고 믿는다. 그래서인지, 그럼에도 불구하고인지, 경제와 경영 관련 책 근처에는 가본 적이 거의 없는 것 같다.

한때 자기계발서를 미워했다. 고백한다. 죽도록 싫어했다. “계발 따위 개나 줘버려!” 같은 심한 말로 관련 책들을 모욕했고, 그런 책을 내는 것 자체가 심각한 종이 낭비라고 생각했다. 하나마나한 말들의 잔치를 벌이다가 해보나마나한 습관의 힘을 강조하다가 자기는 하지도 못할 마음의 평정을 요구하며 어물쩍 모든 책임을 독자들에게 떠넘기는 책이라고 생각했다. 솔직히 지금도 그런 마음을 다 버리지는 못했지만 ‘자기 계발’이라는 단어를 ‘싸잡아’ 욕하지는 않게 됐다. 얼마 전부터 자기계발서들을 조금씩 찾아서 보기 시작했다.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겠지만 거기에도 숨은 보물이 많았다.

서점의 자기계발서 분야에서 가장 자주 볼 수 있는 단어가 바로 ‘창의성’ ‘창조’ ‘독창성’ 같은 단어들이다. 이상한 일이다. 자기를 계발하려면 오히려 꽃꽂이나 도자기를 배워야 하는 거 아닌가? 카메라 사용법이나 블로그 만드는 법을 배워야 도움이 되는 거 아닌가? 사람들이 생각하는 자기 계발과 내가 생각하는 자기 계발이 그 동안 달랐던 것이다. 자기계발서 분야의 독창성을 강조하는 책들은, 말하자면 컴퓨터 프로그램 매뉴얼처럼 ‘독창성’을 배울 수 있다는 말이었다. 나는 나를 계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람들이 계발하고자 하는 자기를 들여다보고 싶어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편견을 내려놓고 책들을 차근차근 살폈다. 재미있는 책들이 꽤 많았고, ‘창작의 비밀’에 도움이 될 만한 책도 많았다(나중에 제대로 정리해볼 생각이다). 50페이지면 될 얘기를 300페이지로 쓴 책도 더러 있었고, 같은 이야기를 계속 반복하는 책도 많이 있었지만 (진정한 자기 계발은 역시 반복 학습?) 김민철씨의 ‘우리 회의나 할까?’와 같은 보석 같은 책을 발견하기도 했다. 물론 이 책은 진정한 자기 계발서라고 보기는 힘들다. 회사 실무 가이드북 같은 제목이고, 실제 책의 편집이나 내용도 그렇다. 이 책을 발견한 곳이 자기 계발서 근처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서점 직원의 판단이 옳았다고 밖에는 말할 수 없겠다. 이 책이야말로 내가 원하던 ‘자기계발서’였다.

광고대행사 TBWA KOREA의 카피라이터 김민철씨와 그녀의 회의록
광고대행사 TBWA KOREA의 카피라이터 김민철씨와 그녀의 회의록

‘우리 회의나 할까?’는 ‘TBWA KOREA’라는 광고대행사의 회의 과정을 담은 책이다. ‘TBWA KOREA’는 ‘책은 도끼다’ 등의 책으로 유명한 박웅현씨가 몸담고 있는 회사이기도 한데, 저자는 팀장인 박웅현씨와 팀원들의 회의 과정을 책에다 그대로 담았다. SK텔레콤, LG엑스캔버스, SK브로드밴드, 대림e편한세상 등 네 건의 광고를 만드는 과정이 책에 실렸는데 회의록을 보는 것만으로도 머리 속에서 꼬인 실뭉치가 풀어지는 느낌이다. 나는 이 책이야말로 ‘아이디어란 어디서 시작되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좋은 답변이라고 생각한다. 저자 역시 서문에다 “이 책은 아이디어란 어떻게 나오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긴 대답”이라고 적어놓았다. 회의실을 묘사한 부분을 읽고 있는데, 분명히 어디서 본 풍경이었다. 나는 이 회의실을 잘 알고 있다. 어디서 봤더라.

잡지사로부터 특정 주제에 대한 에세이를 청탁 받으면 내 머릿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른다. "좋습니다, 써보죠."라고 오케이 사인을 보낸 직후 수많은 의견들이 머릿속의 탁자 위에 올라온다. 예를 들어 ‘내 인생의 공간’이라는 글을 청탁 받는 순간 나는 지금까지 살아왔던 모든 공간을 떠올린다. 사소한 순간들과 중요한 사건들을 함께 떠올리고, 어릴 적의 운동장과 살았던 집과 학교와 공원과 아파트가 제 각각의 크기로 머릿속에 떠오른다. 나는 오랜 시간 그 공간들을 면밀히 검토하고, 공간 속에서 좀더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를 발굴해내기 위해서 뜸을 들인다. 어떤 날은 어머니와 함께 자전거를 탔던 운동장에 대해 쓰면 좋을 것 같다가도 다음날이면 그건 전에 썼던 이야기와 비슷하다는 생각에 다른 소재를 선택한다. 한 편의 에세이를 쓸 때마다 늘 그 과정을 거쳐야 한다(잡지에 쓰는 에세이와 내 마음대로 쓰는 소설은 전혀 다른 과정을 거치는데, 그건 나중에 자세히…). ‘우리 회의나 할까?’를 읽다가 무릎을 쳤다. “이 회의실 풍경이 매일 내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이잖아!” 맞다. 내 머릿속에 회의실 들어 있다.

물론 TBWA KOREA의 회의실과 내 머릿속의 회의실을 1 대 1로 비교할 수는 없다. 거긴 더 많은 사람들의 생각들이 뒤엉키는 곳이고, 더 많은 돈이 오가는 곳이다. TBWA KOREA의 회의실이 2시간짜리 장편 상업영화라면, 내 머릿속은 30분짜리 단편영화 같은 것이다. 하지만 어느 곳이나 구조는 비슷하다. 영화를 찍는 방식이 비슷하듯 생각이 발생하는 구조 역시 비슷하다. 나는 회의실 풍경이 좀더 알고 싶었고, 회의실에 도착하기 전의 김민철씨도 궁금했다. 그를 만나보기로 했다. 만나서 인사를 나누고, 책에 대한 감상도 얘기하고, 쑥스러워하는 저자 앞에서 회의실과 내 머릿속이 비슷하다는 둥 잡담도 건네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지만 서론은 생략하고 본론부터 적겠다.

“책을 보니 카피라이터 시험이라는 게 있는 모양이에요. 박웅현씨 표현을 빌자면 '제가 내고도 제가 떨어졌을 시험'에는 어떤 문제가 출제되나요?”

“일단 문장을 구성하는 능력을 봐요. 기억나는 문제 중 하나는 ‘자기가 좋아하는 책을 친구가 읽게 만드는 글을 써라’는 거였어요. 제가 한강 작가를 좋아하거든요. 한강 작가의 ‘검은 사슴’을 읽게 만드는 글을 썼어요. 또 하나는 ‘짝사랑하는 사람에게 고백하는 편지’를 쓰는 거였는데요, 몇 가지 조건이 있었죠. 절대 사랑한다는 표현을 쓰면 안 되고, 친한 친구가 봤을 때는 ‘너무 노골적인 애정 표현 아냐?’ 싶지만 잘 모르는 사람이 보면 ‘이게 뭐? 그냥 보통의 편지잖아.’ 싶은 그런 편지를 쓰는 문제였어요. 제가 그쪽 방면에는 전문가라서 잘 썼죠(웃음). 또 기억나는 건 단어를 스무 개 정도 주고, 거기에 대해 한 줄 뜻풀이를 하고, 세 줄로 자신의 느낌을 적는 거예요. 알랭 드 보통, 비제, 돌체앤가바나, 뱅앤올룹슨 같은 이름들이 시험에 나왔어요.”

“카피라이터가 되려면 그만큼 다양한 관심사가 필요하다는 뜻이겠네요.”

“그렇죠. 저는 최고의 직업은 백수라고 생각해요. 저, 정말 잘 놀 수 있어요(웃음, 방금 한 말이 진심임을 강조하는 웃음). 그런데 살면서 굳이 돈을 벌어야 한다면, 카피라이터가 제일 좋은 직업 같아요. 책상에 앉아서 영화를 봐도, 책을 읽어도, 만화를 봐도, ‘아, 쟤는 아이디어를 내려고 저러고 있구나.’ 생각하거든요. 그게 사실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소설을 읽거나 영화를 볼 때도 아이디어로 바로 연결될 거라는 생각은 안 해요. 세상에 그런 일이 어디 있어요. 소설을 읽고 영화를 보고 그렇게 차곡차곡 쌓아놓으면 어딘가에 숨어 있다가 필요할 때 나오게 돼 있어요. 제가 기억력이 엄청 안 좋거든요. 그래도 필요할 때가 되면 다 나와요.”

“(갑자기 흥분하며) 제 말이 그거예요. 실용이라는 말을 다시 생각해봐야 할 때가 아닌가 싶어요. 어디에 써먹으려고 소설을 읽거나 영화를 보는 게 말이 안 되잖아요. 소용에 닿지 않는다고 생각하니까 점점 책을 안 읽게 되는 거죠. (흥분한 걸 조금 머쓱해하며) 메모는 많이 하는 편이에요?”

“요즘은 아이폰 메모장에다 정리해요. 다른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저에게는 10년 된 홈페이지가 있어요. 좋아하는 문장이나 생각들을 정리해두고, 찍은 사진도 올리고 메모도 해두죠. 가끔 아이디어가 필요할 때 홈페이지 검색을 하면 관련된 글이 다 나와요. 예를 들어 ‘진실’이라는 단어를 입력하면 관련 글이 다 나오는데, 문제가 좀 있긴 해요.”

“어떤 문제요?”

“제가 생각보다 좀 어두운 편이라서 검색되어 나오는 문장들이 대부분 광고에 부적합한 것들이에요. ‘에이, 하나도 쓸 게 없네.’ 그러고는 홈페이지를 닫죠. (웃음, 자신이 어둡다는 사람치고는 해맑은 웃음)”

“언제 메모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

“인터뷰 하기 전에 ‘창작의 비밀’ 좀 읽어봤는데요. 저도 비슷해요. 샤워하면서 아이디어가 많이 떠올라요. 출근하기 전에 한 10분 정도 샤워하는데, 어쩜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는지…. 샤워하면서 아이디어가 많이 떠오르는 이유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기 때문이에요. 아침 회의 시간에 아이디어를 내놓아야 하는데 아무것도 없는 거죠. 어떡하지, 어떡하지, 어떡하지, 그러면서 샤워를 하니까 아이디어가 생각나는 것 같아요.”

“아, 정말 창작의 비밀이네요. 역시 창작의 비밀은 ‘마감’이네요(웃음, 누구나 비슷한 것 같다는 씁쓸한 안도의 웃음).”

“맞아요, 마감이죠. 그런데 회의실에 들어가면 아주 편안해져요. 회의 시간에 돌아가면서 아이디어를 말하면 감이 딱 오거든요. 아, 오늘은 내 아이디어는 아니구나. 바로 비교가 돼요. 그때 열린 마음이 필요한데요, 몇 가지 아이디어를 결합해보면 아주 훌륭한 결과물이 될 때가 많거든요. 이런 적도 있어요. 대체로 팀장님의 평가에 수긍하는 편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선택된 아이디어보다 내 아이디어가 좋다고 생각될 때가 있어요. 그럼 설득해보다가 포기하는데, 가끔 그때를 돌이켜보면 섬뜩할 때가 있어요. ‘아, 그때 내가 주장했던 아이디어로 갔으면 큰일날 뻔했구나’ 싶은 거죠. ‘그럼 팀장님은 그 순간 미래를 볼 수 있었던 거야?’ 싶으면서 한 번 더 소름 끼쳐요.”

“그걸 볼 수 있으니 팀장인 거겠죠? 생각을 확장시킬 때는 어떤 방법을 주로 써요?”

“가장 많이 쓰는 방법은 잡지를 보는 거예요. 집에 대한 광고를 준비한다고 집에 대한 잡지를 보는 게 아니라 그냥 아무 잡지나 손에 잡히는 대로 봐요. 뭘 얻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그냥 잡지를 넘기다 보면 어느 순간 아이디어가 떠올라요. 글 때문도 아니고 사진 때문도 아니고, 그냥 ‘아, 사람들이 이런 걸 원하지?’ 그런 생각과 함께 자연스럽게 아이디어가 나와요.”

“왜 그런지 알 것 같아요. 저도 잡지를 자주 보는데, 잡지는 모든 페이지의 레이아웃이 다 다르잖아요. 제각각 다른 크기의 사진과 글씨를 보면서 뇌가 막 활발해지는 게 아닐까요?”

“그럴 수도 있겠네요. 또 신기한 건 제가 읽은 책이나 음악은 거의 기억을 못하는데요, 사람들하고 나눴던 얘기는 잘 기억해요. 집에 대한 광고를 준비할 때 집에 대해서 친구들과 나눴던 이야기를 떠올리는 거죠. 아이디어가 필요한 사람에게 제가 해주는 조언은 그거예요. ‘믿을 수 있는 누군가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봐라.’ 그 사람은 믿을 수 있긴 하지만 내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내가 뭘 원하는지 전혀 몰라요. 그냥 자신이 생각하는 집에 대한 이야기를 할 뿐인데 저한테 와닿는 거죠.”

“김민철씨 경우에는 믿을 수 있는 사람이 회사 회의실에 있는 거고요.”

“그렇죠. 전 회의실을 믿어요. 제가 가장 자주 하는 말이 그거예요. 아이디어는 태어나는 게 아니라 자라는 거다. 완결된 형태로 아이디어가 떠오른다면 회의실에 들어갈 필요도 없죠. 회의실에 들어가면 이 단어와 저 단어가 싸우고, 저 단어와 그 단어가 합해지면서 공동의 결과물이 탄생하는 거예요. 회의실에 있는 모두가 회의실 책상에 올라와 있는 아이디어를 공동의 재산이라고 생각해요.”

잠깐 쉬면서 김민철씨가 적은 회의록을 살폈다. 낙서 같은 단어들이, 의식의 흐름 같은 문장들이 어지럽게 적혀 있었다. 이 단어와 저 단어가 싸운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알 것 같다. 그의 회의록은 사람들의 머릿속 풍경을 사진으로 찍어놓은 것 같았다. 창작하는 사람으로서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 이야기가 있다. 나는 하나의 아이디어를 공동의 재산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동료가 낸 멋진 아이디어를 시샘하지 않을 수 있는 능력이, 상대의 유능과 나의 무능을 비교하지 않을 수 있는 대범함이 가능할까. 거기에도 비법이 있다고 했다. 김민철씨의 질투 없애기 비법은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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