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의료원 등 몇몇 병원서 암 절제와 유방 재건 동시 시행
두 번의 전신마취 수술 피하고 여성성 상실 기간도 줄여
"병원 입장에서도 힘은 들지만 환자 위한 도전 성취감 커"
“뱃살 조직이 부족해서 자가조직재건은 안 되겠는데요.”(임우성 교수)
“등살 조직도 부족해요. 코젤로 가는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서현석 교수)
서울 양천구 목동 이화여대의료원의 한 작은 회의실. 이 병원 유방암센터 임우성 교수와 성형외과 서현석 교수가 심각한 표정으로 머리를 맞댄 채 주고받는 말이다. 한 유방암 환자에게 유방 전절제와 재건을 동시에 시행하는 ‘유방 동시재건술’을 하려는데 유방 재건에 필요한 자가조직이 부족한 것으로 드러나자 어떤 차선책을 택할지 논의하는 것이다.
유방암에 걸렸다는 진단이 떨어지기 무섭게 유방을 전부 잘라내던 시절이 있었다. 암 재발의 공포 때문이었다. 요즘은 달라졌다. 미용 목적 뿐 아니라 환자들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 유방을 최대한 보존하자는 흐름이다. 한국유방암학회 조사에 따르면 2000년 27.9%에 머물던 유방부분절제수술 비율이 2012년 67.2%로 치솟았다. 유방암 진단자의 절반 이상이 자신의 유방을 보존하고 있는 것이다. 유방암환자의 재건수술이나 종양성형수술도 점차 보편화하고 있다. 같은 학회의 조사 결과 2000년 총 99건이던 유방재건수술이 2012년 910건으로 늘었다.
그럼에도 유방 보존이 불가능한 경우가 있다. 임우성 교수는 “유방이나 흉벽에 고용량 방사선요법을 받은 경험이 있거나, 임신 중 방사선 치료를 받거나, 유방보존술 후에도 암 세포가 남아 있을 것으로 의심되면 유방을 모두 절제하는 유방전절제술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유방전절제 시 유방의 피부와 유두를 모두 제거한다. 여성성 상실에 따른 환자들의 정신적ㆍ신체적 상실감의 크기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유방암 판정을 받은 여성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여성의 상실’이라는 조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유방재건술은 전절제술을 통해 잃은 유방을 다시 만들어 주는 것이다. 유방을 만드는 재질에 따라 자가조직과 인공보형물로 나뉜다.
보형물을 이용한 재건술은 유방확대 수술에서 사용되는 실리콘 보형물을 암세포가 제거된 빈 공간에 채워서 반대쪽과 모양을 맞추는 것이다. 보형물 재질로는 실리콘젤 중에서도 점성을 높인 코젤(코헤시브젤)이 요즘 많이 쓰인다. 유방전절제술 후 피부가 남아 있다면 피부 밑으로 보형물을 넣으면 되지만, 피부까지 절제된 상태라면 보형물이 들어갈 만큼의 조직을 확장한 뒤 가슴을 인공적으로 만든다. 자가조직 이식보다 수술 시간이 짧고 상처가 작은 것이 이점이지만 자연스러운 가슴 모양을 만드는 데 한계가 있고 방사선 치료 시 보형물의 변형이 올 수 있다는 게 단점이다.
자신의 신체 일부 조직을 이용한 자가조직재건술은 주로 배와 등에 있는 조직을 이용하는데, 뱃살이 가장 흔하다. 자신의 조직을 이용하기 때문에 몸 안에 이물질이 들어가는 느낌이 적고 보다 자연스러운 모양의 가슴을 만들 수 있다는 게 이점이다. 수술의 난이도가 높은 데다 4~5시간이 넘는 오랜 수술 시간으로 인해 모든 병원에서 두루 시행되고 있지는 않다.
자가조직을 이용한 유방동시재건술은 5cm 크기의 최소 절개로 피부와 유두를 보존하면서 유방 암 세포를 제거하고, 복부근육과 지방조직을 이용해 유방조직을 동시에 재건하는 수술이다. 기존의 복부의 혈관줄기를 끌어 오는 이른바 ‘유경피판술’이 아닌, 현미경을 이용해 피판조직의 혈관을 직접 내유동맥에 연결하는 고난도 술기를 요한다. 피판술이란 암세포 제거 등으로 인해 결손된 부위에 체내 다른 정상 조직을 혈액이나 신경을 포함해 통째로 이식하는 것을 말한다. 암제거 수술 후 발생된 부위에 다른 정상부위의 혈관을 포함한 조직을 이식하는 수술입니다암제거 수술 후 발생된 부위에 다른 정상부위의 혈관을 포함한 조직을 이식하는 수술입니다암제거 수술 후 발생된 부위에 다른 정상부위의 혈관을 포함한 조직을 이식하는 수술입니다서현석 교수는 자가조직 동시재건술에 대해“지방조직의 괴사가 거의 없어 미용적 효과가 뛰어나다”고 했다.
유방재건술은 절제 시점에 따라 즉시재건과 지연재건으로 나뉜다. 지연재건은 암 덩어리를 제거한 뒤 암세포의 잔존 여부를 확인한 뒤 시행하기 때문에 보다 안전한 방법이다. 반면 유방 절제 시 자신의 남은 유방 피부 조직을 쓸 수 없다 보니 재건 뒤 모양이 자연스럽지 않다는 게 흠이다. 이에 따라 유방암 환자들은 종종 공포의 암세포로부터의 완전한 해방감을 누릴 것인가, 보다 예쁜 가슴을 가질 것인가 중 어느 한 가지를 택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지기도 한다. 그런데 조사결과에 따르면 유방재건에 대한 만족도는 즉시재연 쪽이 되려 더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수술 전의 기대감이 그만큼 높았던 때문으로 분석됐다.
이화의료원 등 몇몇 병원에서는 유방암 절제와 동시에 유방 재건을 하는 유방동시재건을 하고 있다. 외과 전문의가 유방암 암세포를 잘라내는 동시에 성형외과 전문의가 유방을 재건함으로써 유방의 암세포 제거와 재건을 한 번에 끝내는 방식이다.
유방절제술 뒤 시차를 두고 재건술을 받게 되면 환자들은 가슴이 없는 기간 동안 여성을 잃었다는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는 데다 두 번의 전신마취수술을 해야 하는 것도 부담이다. 유방동시재건술은 환자들의 이런 고통을 줄이거나 없애주자는 취지다. 서 교수는 “자가동시재건술은 유방에 남는 흉터의 길이가 짧고 유방의 모양이 자연스럽다”면서도 “방사선 치료가 필요할 경우 치료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서 시행해야 한다”고 했다.
유방동시재건술을 가능케 하는 것은 서로 다른 진료과 의사 간의 협진 시스템이다. 이는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 진료 과를 앞세우는 전통이 뿌리깊다는 점은 논외로 하더라도, 수술에 참여하는 서로 다른 과의 의료진이 일정과 손발을 맞춰 치료계획을 세우고 수술을 해내야 하는 어려움의 연속인 때문이다. 한 환자의 유방동시재건을 위해서는 외과의 성형외과 전문의가 팀을 이뤄 5시간 이상 땀을 쏟아야 한다. 임 교수는 “바쁠 때는 내가 위쪽에서 절제를 하고 서 교수가 밑에서 성형을 동시에 한다”고 했다. 서 교수는 “워낙 오랜 시간이 걸리고 10명이 넘는 인력이 투입되는 일이라 병원 입장에서도 돈 되는 일이 아니다”라면서 “힘든만큼 도전감도 크다”고 했다.
송강섭기자 eric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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