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외벽 공사 중이다. 주민 투표를 했는데 녹색과 노란색 띠를 두르게 될 것 같다. 페인팅 전에 청소를 하고 균열을 막는 일이 진행되었다. 로프를 탄 사람들이 유리창과 벽을 닦아내고 코팅제를 바르기 시작했다. 베란다 밖에 매달린 사람들과 마주치더라도 놀라지 말라는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아슬아슬 줄 탄 사람들과 마주치면 놀랄 법도 하다. 뿌옇던 창이 말끔해지니 풍경이 새롭다. 더 놀라운 것은 이 많은 금을 아파트가 숨기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건물은 작은 균열을 숨구멍으로 품고 있는 것일까. 좀 무섭기까지 했다. 심각한 수준의 균열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문득 도심 안팎을 가득 메우고 있는 이 많은 아파트들은 나중에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건물도 낡고 오래되면 더 이상 쓸모가 없어질 텐데 말이다. 지금도 쓸모 이상으로 지어진 아파트가 골칫거리인 것 같기도 하다.
사람의 마음도 그렇다. 무수히 많은 상처를 봉합하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잘 살아간다는 것은 완전무결한 마음이 아니라 금간 마음을 다스리는 일일 것이다. 그래서 취미활동도 필요하고 기호식품도 즐기고 여행도 다니고 하는 것이겠지. 마음은 나이 들면 더 다스리기 어려워지는 것 같다. 엉엉 울 수도 없고 마음 놓고 안길 품도 많지 않다. 아이들의 그림 속에서 사람과 아파트는 키가 같다. 다가서서 서로를 품을 수 있는 팔다리가 있어 사람은 아파트와 다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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