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질 성분 활용 시멘트 대체
합성가스 정화 후 전기 생산도
민간기업 앞 다퉈 재활용 연구

환경 파괴 주범으로 낙인 찍혔던 석탄이 친환경 자원으로 180도 변신 중이다. 한번 태우고 나면 폐기물만 남던 발전용 석탄 부산물을 재활용할 뿐 아니라 가공해서 다른 제품의 원료나 새로운 에너지로 만드는 기술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화력발전소에서 석탄을 태우고 나면 재(석탄회)가 남는다. 현재 국내 대다수 발전소에선 석탄회를 폐기물로 분류해 별도 매립시설에 묻는다. 하지만 이렇게 처리하기엔 아깝다. 석탄회 성분 대부분이 산업계에서 많이 쓰이는 무기질이기 때문이다. 한국남동발전이 삼천포화력에 석탄회 가공 설비를 지어 시멘트 대체용으로 공급하고 있지만, 이처럼 토목 분야에 재활용되는 석탄회는 국내 전체 발생량의 약 37%에 그친다.
남동발전은 영흥화력에 새로운 석탄회 가공 설비를 짓고 이달 말 준공을 앞두고 있다. 이곳에선 석탄회가 고부가가치의 산업소재로 탈바꿈한다. 가령 석탄회를 가공해 고무나 플라스틱 제품에 채워 넣는 필러재로 만들면 쓰임새가 무궁무진해진다. 남동발전 박성제 기후환경팀 차장은 “수도권 전력 소비량의 약 20%를 생산하는 영흥화력이 수입하는 석탄은 연 1,100만톤인데, 이를 연소해 생기는 석탄회는 110만톤에 이른다”며 “설비가 본격 운영되면 이 석탄회의 95%가 산업소재로 재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부가가치를 낳을 수 있는 만큼 민간기업도 석탄 재활용 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대전의 SK이노베이션 석탄 가스화 파일럿 플랜트에선 석탄을 연소시키지 않고 수증기와 반응시킨다. 석탄 속 탄소가 수증기와 만나면 수소와 일산화탄소(합성가스)가 만들어지는데, 여기에 화학처리를 하면 메탄올, 초산을 비롯한 각종 산업원료로 바뀐다. SK이노베이션 에너지연구소 권태완 박사는 “석탄에서 얻은 합성가스로 의류와 페트병에 들어가는 폴리에스터 같은 합성섬유 원료를 생산하는 기술을 2020년 가량 상용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석탄 합성가스를 정화한 뒤 가스터빈을 돌리면 전기도 만들 수 있다(석탄가스화복합발전ㆍIGCC). 석탄 자체를 태워 나오는 열로 증기를 만들고 그 압력으로 스팀터빈을 돌리는 기존 발전에 비해 효율이 높고, 산성비를 만드는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 발생이 적다. 때문에 IGCC는 신재생에너지로 분류된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은 이미 IGCC 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한국서부발전이 충북 태안에 2015년 상업운전을 목표로 IGCC 공장을 짓고 있고, 포스코건설은 경남 남해군에 IGCC 시설 건립을 제안한 상태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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