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성 동부대우 냉기연구소장
신형 김치냉장고로 명가재건 나서
집에선 ‘바보’로 불린다고 했다. 경쟁사에서 4배 이상 연봉으로 스카우트 제안까지 받았았지만 움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동부대우전자(옛 대우전자) 냉장고 장인으로 통하는 위대성(50ㆍ사진) 냉기연구소 소장 얘기다.
“이젠 탱크 냉장고가 부활할 때가 됐습니다.”
24일 인천 부평 동부대우전자연구소에서 만나 들어본 그의 생각은 분명했다. 1998년 외환 위기 이전, 삼성전자 LG전자와 더불어 백색가전 시장의 삼두마차였던 옛 대우전자의 명가 재건에 앞장서는 것이다. 강하고 튼튼한 제품을 표방한다는 의미의 ‘탱크주의’는 당시 대우전자의 또 다른 브랜드로 주목 받았다.
“모든 게 달라졌잖아요. 제대로 힘을 한번 모아봐야죠. 연구 개발 투자가 우선이어서 연구원부터 뽑습니다. 새 주인을 맞아 경영도 안정된 만큼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때와 현장 분위기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1987년 대우전자에 입사한 그는 지금까지 냉장고 관련 분야에만 매달려 온 ‘달인’이다. 1994년엔 경쟁사들을 제치고 30%의 시장점유율을 달성했던 국내 최초 3면 입체 냉각 방식 냉장고를 비롯해 서랍식 김치냉장고의 붐을 조성한 3한4온 기능의 서랍식 김치냉장고(2000년)와 싱글 가전 시대를 열었던 300리터대 콤비 냉장고(2010년) 등이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대우그룹 해체와 함께 1999년 워크아웃에 들어간 이후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TV나 컴퓨터(PC), 반도체 등과 관련된 사업은 모두 정리됐지만 동부대우전자의 마지막 보루로 남겨진 백색가전 중심에 그가 서 있었던 셈이다.
고생 끝에 낙이 오는 걸까. 최근 소비자들의 반응도 희망적이다. 특히 원조 기업답게 김치냉장 기능이 특화된 제품들의 판매가 늘고 있다. 2012년부터 김치냉장 기능을 포함시킨 3도어 냉장고 ‘클라쎄 큐브’와 지난해부터 싱글족을 겨냥해 최초로 선보인 소형(100ℓ대) 스탠드형 김치냉장고, 올해 9월 300ℓ대 대용량으로 선보인 김치냉장고 등에 대한 판매가 늘고 있다. 위 소장은 “김치냉장고는 매장에 입점하자마자, 물건이 팔려나갈 만큼 호응도가 높다”며 “워크아웃 시절, 대형 유통매장에 입점하기 조차 어려웠던 시절과 비교하면 격세지감마저 느낀다”고 말했다.
위 소장은 동부대우전자의 시작은 이제부터라고 했다. 그는 “기본 기능에 충실하면서도 소비자 눈높이에 맞춘 신제품들로 다시 한번 탱크주의 바람을 일으킬 것”이라며 “냉장고 업계의 애플로 불릴 만큼 혁신 기업으로 거듭 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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