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제보자 작성 사실확인서 입수… 검찰 "구체적 증거·정황들도 확보"
검찰이 현직 판사의 거액 금품수수 의혹(본보 4월 8일자ㆍ9일자ㆍ10일자) 수사와 관련해 사건 제보자의 진술이 모두 신빙성이 있다고 결론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판사와 수사관 등 ‘명동 사채왕’ 최모(60ㆍ구속기소)씨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것으로 지목된 인사들 대부분에 대해 사법처리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져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26일 “검찰이 다양한 수사방식을 동원해 파악한 결과 최씨의 금품공여 혐의에 대한 제보자 진술이 사실에 부합하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며 “제보내용을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증거와 정황들도 확보했다”고 밝혔다. 수원지법에 근무 중인 A 판사는 2008~2009년 동향 출신인 최씨로부터 6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아왔다.
A 판사를 비롯해 최씨로부터 금품을 제공 받은 ‘뇌물 리스트’는 제보자가 직접 수기로 작성해 검찰에 제출한 사실확인서에 자세히 기재돼 있다. 한국일보가 입수한 A4용지 7쪽 분량의 사실확인서에 따르면 최씨는 판사와 검찰 수사관, 경찰 등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금품을 살포했다. A 판사는 최씨로부터 4차례 이상 돈을 건네 받았으며, 검찰 수사관 3명도 사건을 축소하거나 알아봐주는 대가로 수천만원씩 챙겼다. 최씨가 시키는 일을 처리하며 하수인 역할을 해온 경찰들도 다수 기재돼 있다. 사실확인서에는 금품을 수수한 인사들의 실명과 근무지, 돈 받은 장소, 날짜 등이 구체적으로 적혀 있으며, 돈을 수수하기 전후 상황 및 이유에 대해서도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검찰은 최씨가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금품수수 인사들의 사법처리에는 지장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제보자가 최씨와 함께 금품을 준 현장에 동행하기도 했고, 계좌추적에서 혐의가 발견되는 등 증거들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법조계에 전방위 로비를 벌여온 최씨가 심경변화를 일으켜 본격적으로 입을 열 경우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전망이다. 최씨 주변 인사들은 “수사의 불똥이 튈까 봐 떨고 있는 공직자들이 한두 명이 아니다”고 전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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