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부동산과 교육 문제에 대해서는 온 국민이 전문가라고 한다. 그만큼 이 문제가 서민들의 가계에 가장 엄청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모두가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다 보니 부동산 문제에 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잘못된 지식만으로도 전문가를 무시할 정도로 확신을 가지고 엉뚱한 주장을 하는 것을 종종 보게 된다. 정부의 정책 발표 때나 전문가들과의 공개토론에서도 이런 경우는 흔치 않게 나타난다.
우선, 임대료 인상률 상한제를 도입하는 것은 반자본주의적이거나 위헌의 여지가 크다는 주장이다. 전월세 시장의 안정을 위해 전월세 인상률 상한제를 도입하자고 할 때마다 반대의견으로 제시되는 논거 중의 하나다. 그러나 임대료 인상률에 대한 규제 제도는 자본주의가 가장 발달된 미국이나 영국의 일부 주택, 프랑스와 독일의 전체 주택에서 적용되고 있다. 더구나 우리나라에는 주택임대차보호법 제7조와 시행령 제8조에서 임대료 인상률을 연간 5% 이상 인상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에도 연간 9%의 상한 규정이 있다. 그러니 임대료 인상률 상한제는 새로 도입하는 제도가 아니며, 당연히 위헌이라는 주장은 완전히 잘못된 것이다.
둘째, 전세는 전근대적인 임대방식이기 때문에 사라질 수밖에 없고 사라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근 저금리 현상과 주택담보대출의 용이성 때문에 전세가 빠르게 월세로 전환돼 세입자들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그러나 전세금이 월세로 전환될 때 적용하는 전환율은 시장금리보다 3배 이상 높은 7% 수준이고 그 비율은 전세가격이 싼 주택일수록, 아파트가 아닌 단독, 다가구주택일수록 높아진다. 전세의 월세화 때문에 가장 고통을 받고 있는 가구는 소득이 낮고 열악한 주택에 거주하는 가구라는 데 심각성이 있다. 한가하게 월세화를 주장하기에는 서민들의 고통이 너무 크다.
셋째, 매매시장이 활성화되면 전세시장이 안정된다는 주장이다. 지난 2011년 이명박 정부가 2ㆍ11 대책을 발표하면서부터 일관되게 갖고 있는 전제이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매매시장 활성화를 위해 규제완화와 조세감면 등의 정책을 연이어 발표했지만 전세가격은 2009년 3월 이후 5년 이상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주택가격이 상승하는 데 전세가격이 내릴 가능성이 없다면 주택가격 상승과 주택거래 활성화를 통한 전세시장 안정화 정책은 전제부터 잘못 설정된 것이다.
넷째, 민간임대사업자를 육성하면 전세시장이 안정된다는 주장이다. 주택가격 상승이 정체돼 매매차익을 기대할 수 없다면 집값의 70%에 불과한 전세보증금을 받아서는 임대사업을 운영할 수가 없다. 결국 민간임대사업은 안정적인 수입이 보장되는 월세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민간임대사업은 부담능력이 가장 낮은 저소득층의 과도한 부담을 통해서만 활성화될 뿐 전세시장 안정과는 무관하다.
최근 법무부는 임대차 계약기간을 현재의 2년에서 3년으로 늘리고 전세의 월세 전환율을 인하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초 6개월이었던 임대차 최소기간이 2년으로 연장된 것은 1989년이었다. 불과 25년 전만해도 1년 단위로 임대차 계약이 이뤄졌던 것이다. 노태우 전 대통령 시절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법을 개정하지 않았다면 잦은 이사와 부동산 거래로 부동산중개업이나 이사, 포장, 인테리어산업은 다소 활성화됐을지 몰라도 우리 자식들은 학교에서 친구들을 제대로 사귀기 어렵고, 우리는 금방 헤어질 이웃과 굳이 인사하며 지낼 필요도 없게 될 뻔 했다.
이번에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한다면 계약기간을 3년으로 연장하는 개정이 아니라 세입자에게 1회에 한해 임대차계약갱신청구권을 허용해 총 4년을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게 허용해야 한다. 차제에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근본적으로 개정해야 한다. 전국민의 40% 이상이 세입자로 살고 있는데 이를 관리하는 법률은 겨우 13개 조항에 불과하다는 것은 한심한 현실이다. 당장 전세가격을 안정시키기 힘들다면 세입자의 주거안정을 위한 법률 개정과 저렴한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기반 구축이라도 서둘러야 한다.
변창흠 세종대 교수ㆍ한국도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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