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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배 최대 범죄는 위안부...문제해결 없는 반성 의미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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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배 최대 범죄는 위안부...문제해결 없는 반성 의미 없어

입력
2014.10.26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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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호협력조약 통해 무력 포기하고 북핵 등 현안 포괄적 해결 모색

무라야마ㆍ고노담화 계승과 위안부 명예회복 노력 천명

日정부 위안부 문제 책임지고 고노담화 부정론 되풀이 안 되게

시이 가즈오 일본 공산당 위원장은 26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일본에는 "아베 정권만이 아닌 또 하나의 제대로 된 일본이 있다"며 "집단적 자위권 행사 반대, 비정규직 문제 해결 등의 문제의식을 갖고 공산당에 입당하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고영권기자 youngkoh@hk.co.kr
시이 가즈오 일본 공산당 위원장은 26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일본에는 "아베 정권만이 아닌 또 하나의 제대로 된 일본이 있다"며 "집단적 자위권 행사 반대, 비정규직 문제 해결 등의 문제의식을 갖고 공산당에 입당하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고영권기자 youngkoh@hk.co.kr

“동북아시아에서 우호와 협력을 발전시켜 가는 토대는 일본의 과거사 반성입니다.”

아베 일본 정권의 우경화를 거침 없이 비판해 온 시이 가즈오(志位和夫ㆍ60) 일본 공산당 위원장(대표)은 26일 “동북아시아 지역의 영토 분쟁 해결은 역사적 사실과 국제법에 근거한 외교적 해결을 추구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한일의원연맹 총회 참석을 위해 방한한 그는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은 결코 이상론이 아니다”며 이미 약 40년 전에 “아세안이 우호협력조약을 통해 무력 사용을 포기하고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당사국간 평화의 룰을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시이 위원장은 27일 고려대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 강연을 한다. 시이 위원장을 만나 한중일 동북아가 평화의 길로 나아가기 위해 어떤 틀을 만들어내야 할지, 얼어 붙어 있는 한일 관계를 풀어가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지 들었다.

-동북아 평화협력을 위해 어떤 구상을 갖고 있나.

“동북아에는 여러 긴장과 분쟁의 불씨가 남아 있다. 북한 핵무기, 영토 분쟁, 역사를 둘러싼 대립과 상호불신 등이다. 올해 1월 일본 공산당 전당대회에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을 제창했다.

크게 네 가지다. 첫째, 평화의 룰을 정할 수 있는 동북아 규모의 우호협력 조약을 체결한다. 둘째, 북핵 문제와 관련 6자회담 참가국들이 2005년 9월 합의한 공동성명 입장으로 돌아가 한반도 비핵화, 핵미사일, 납치 등과 같은 현안의 포괄적 해결을 도모한다. 셋째, 이 지역에 존재하는 영토 분쟁의 해결과 관련 역사적 사실과 국제법에 근거한 외교적 해결을 철저히 추구하고 국제법에 따라 우호적 협의나 협상을 통해 분쟁을 해결하는 행동 규범의 합의를 지향한다. 마지막으로 이 지역의 우호와 협력을 발전시키는 토대가 되는 일본이 과거 저지른 침략전쟁과 식민지배에 대한 반성이다.”

-이상적인 모델로 동남아국가연합(ASEAN)을 꼽는다고 들었다.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은 결코 이상론이 아니다. 동남아 국가들은 이미 아세안을 통해 평화를 위한 지역 공동의 대처를 실천하고 있다. 1976년 체결된 아세안의 우호협력조약(TAC)은 무력 사용의 포기와 분쟁의 평화적 해결 등을 내걸고 아세안 당사국들의 평화의 룰을 만들었다. 또 1987년 이후부터는 국제조약으로써 57개국으로까지 확대돼 세계 인구의 72%가 참여하는 거대한 흐름으로 성장했다. 동남아가 세계와 아시아 평화의 원천이 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베 정권은 오히려 동북아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는데.

“아베 정권은 우선 어떠한 외교 전략도 없이 주로 군사적으로 대응하려고 한다.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용인하려는 움직임이 상징적이다. 일본이 군사적인 대응을 하면 어떻게 되겠나. 상대국도 군사력 증강하고 군사 대 군사라는 악순환을 부른다. 어떤 문제라도 평화헌법 9조 정신 아래에서 평화적 외교로 해결해야 한다.”

-한일의원들이 “위안부 명예회복 노력”을 천명했다.

“아베 정권은 고노담화를 계승하겠다고 표명하고도 거기에 걸맞은 행동을 취하고 있지 않다. 예를 들어 아베 수상은 “‘성노예’는 근거 없는 중상”이라고 말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도 “강제연행은 없었다”고 말한다. 고노담화를 계승하겠다고 말하면서 실제 행동은 사실상 이를 부정하고 있다. 그래서 한일의원연맹이 25일 공동성명에서 무라야마 담화와 고노 담화를 계승하는 것과 더불어 이에 걸맞은 행동을 취하기로 했다.

이런 내용이 명기된 것은 역사적인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역사를 잘 이해하고 제대로 된 역사교육을 하기 위해서 일본에서 일본 교과서의 참고서로 한국과 중국의 교과서를 쓰도록 하는 방안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가장 바람직한 방안은 세 나라 연구자들이 모여서 공동 교과서를 만드는 일이라고 본다.”

-고노담화 수정이나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극력 반대해왔는데.

“‘성노예가 아니었다’ ‘강제연행은 없었다’는 식으로 고노담화를 부정하는 세력들은 역사를 날조하고 있다. 여성들은 위안소에 끌려 가면 모든 자유를 빼앗기고 병사들의 성 행위 상대를 강요 받았다. 일본의 공문서 기록과 증언도 있고 절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또 여성을 감언이든, 협박이든 형태는 여러 가지지만 여성들 의사에 반해서 끌고 간 강제연행이었다는 것도 역시 많은 증언이 있었다.

이번이 네 번째 한국 방문인데도 올 때마다 식민 지배의 상처가 얼마나 깊은지 통감하고 있다. 특히 식민지배의 최대 범죄가 위안부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를 인정하지 않으면 피해 여성의 인권을 두 번 유린하게 된다. 이 문제를 확실히 해결하지 않으면 말로는 과거사를 반성한다 하더라도 공허할 뿐이다.

아베 정권의 집단적 자위권 용인 역시 평화헌법 9조를 껍데기만 남기겠다는 의도다. 일본 자위대는 지금까지 한 번도 사람을 죽인 적이 없다. 이는 세계 주요국에서 보기 드문 일이다. 모두 평화헌법 9조가 있고 전쟁을 하면 안 된다는 규범이 있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아베는 이를 바꿔서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로 만들려 한다. 아베 정권은 과거의 침략전쟁이나 식민지배를 반성하지 않는다. 과거를 반성하지 않는 세력이 전쟁을 하려고 하고 있다. 이만큼 위험한 게 없다.”

-아베 정권이 역사를 날조하는 정치적 이유는 무언가.

“과거사가 제대로 청산되지 못한데 역사적인 근원이 있다. 일본의 역사를 보면 자민당이 계속 정권을 잡고 있었다. 특히 침략전쟁과 식민지배에 대한 반성이 없는 전범 세력이 자민당의 중심 세력이 됐다. 예를 들어 아베 수상의 외할아버지인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는 A급 전범 혐의도 받았다. 독일에선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아베 총리는 그런 흐름이 가장 극단적인 형태로 나타난 사람이다. 하지만 이런 흐름은 대다수 일본인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 일본인의 50~60%는 자민당이 추진하고 있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반대하고 있다. 평화헌법 9조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일본인들이 다수다.”

-일본 양심세력의 설 자리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지 않나.

“예를 들어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오에 겐자부로를 포함한 9명의 지식인들이 발기인이 돼서 헌법 9조를 지키겠다는 취지로 ‘평화헌법 9조회’를 만들었다. 현재 전국 각지에 7,500개의 9조회가 있다. 국민의 50~60%가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반대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은 우연이 아니라 이런 시민운동이 거듭된 결과다. 아베 정권만이 아닌 또 하나의 제대로 된 일본이 있다. 일본에선 젊은 층을 중심으로 집단적 자위권 행사 반대를 포함해 원전, 비정규직 문제 등의 과제를 가지고 공산당에 입당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지난해 6월 도쿄도의회 선거와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일본 공산당 약진했다. 또 25세, 30세의 젊은 의원들이 당선해 정치 최일선에서 활동하고 있다.”

-한일 과거사는 어떻게 풀어가야 하나.

“일본 정부 차원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해 국가로서의 책임을 인정해야 한다. 고노담화를 더 이상 훼손시키지 말고 국가의 책임을 인정한 후, 피해자들이 여성으로서 존엄을 회복하도록 하는 성의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또 고노담화 부정론이 일본에서 되풀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1910년 한일합병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일본은 이 조약이 불법, 부당한 조약이라는 점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 조약이 불법, 부당한 조약이었다는 사실을 일본 정부가 인정해야 한일 간 모든 역사 문제의 뿌리를 해결할 수 있다.”

▶ 시이 가즈오 위원장은

도쿄대 물리공학과 재학시절 소선거제 반대운동에 참여하면서 일본공산당에 입당했다. 대학 졸업후 공산당 교토위원회, 와세다대 청년학생운동 담당 등을 거쳐 1987년 당대회에서 공산당 준중앙위원에, 이듬해 서기국원에 임명됐다. 1989년부터 당중앙위원으로 승격했고 다음해 35세 나이로 당서기국장에 취임했다. 1993년 중의원(하원) 선거에서 고향인 지바(千葉)현에 출마해 당선해 이후 공산당 비례후보 1순위로 지금까지 7선이다. 2000년 일본공산당 최고위직인 위원장에 취임했다.

한국은 2006년 일본공산당 위원장으로는 처음 방문해, 일본 정치인으로는 또 처음으로 서대문형무소 유적과 역사관을 찾아 추도비에 헌화까지 했다. 시이 위원장은 당시 서대문형무소역사관장과 만나서도, 한국 언론과 인터뷰에서도 “서대문 형무소 역사관을 제1 방문지로 한 것은 일본의 식민지지배에 대한 저항의 상징인 데다 일본제국주의에 저항한 한국의 애국자에 대해 추도의 마음을 받치기 위한 것”이라며 “일본공산당은 1922년 창당 당시부터 조선 식민지 지배에 반대해 이들 애국자들과 함께 연대해서 조선 해방을 위해 싸운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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