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특구'로 온 순유입 학생 3년 연속 감소하다 작년에 증가
학부모들 "경제적 부담 크지만 만족" 전학생 78%가 초등생… 쏠림 심각
경기의 한 신도시 아파트에 거주하며 그 지역 종합상가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의사 A씨는 올해 2월 서울 역삼동으로 이사했다. 초등학교 졸업을 앞둔 아이의 교육 문제 때문이었다. 그는 아내가 좋다고 꼽은 강남 B중학교에 아이를 입학시키기 위해 부랴부랴 이사를 감행했다. 병원까지 출퇴근 시간도 길어졌고, 급히 집을 구하느라 260만원의 월세도 부담해야 했지만 아내는 “여기서 전교 1등 해도 강남에서는 중간 정도이니 차라리 교육여건이 좋은 강남이 낫다”고 강조했다. 아이의 초등학교 친구도 같은 중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이사했지만 정원 초과로 다른 중학교에 진학했다는 소식을 듣고 A씨는 “더 늦었으면 내 아이도 입학하지 못할 뻔 했다”며 위안을 삼았다. 그는 “아이의 친구들 중엔 이미 지난해 강남으로 이사한 경우도 꽤 된다”며 “살던 곳은 학원도 마땅찮고 학교 면학 분위기도 좋지 않은데, 강남은 여건이 좋아 경제적 부담이 크지만 만족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몇 년 간 주춤했던 서울 강남ㆍ서초ㆍ송파 등 ‘교육특구’의 학생 쏠림 현상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내신 중심의 특목고 선발 방식 변경, 자율형사립고 등장 등으로 강남의 학생 유입이 감소 추세를 보이다 지난해 반전했다. 교육당국의 일반고 살리기 대책이 지지부진하고 지역별 성적 격차가 심화되면서 학부모들 사이에서 ‘역시 교육은 강남 3구’라는 분위기가 형성된 탓으로 풀이된다.
26일 입시업체 하늘교육이 올해 4월 기준으로 학교알리미에 나타난 학교별 전ㆍ출입 변동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강남ㆍ서초ㆍ송파 등 강남 3구의 순유입 학생은 2010~2012년 3년 연속 감소 추세를 보이다 지난해를 기점으로 증가 추세로 전환했다. 순유입 학생은 이 지역으로 전학 온 학생수에서 이 지역에 살다 다른 지역으로 전학 간 학생수를 뺀 것이다.
강남구의 작년 순유입 학생은 1,339명으로 2012년 653명에 비해 2배가 넘게 증가했다.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증가 규모가 가장 컸다. 서초구도 2012년 752명이던 순유입 학생이 작년 962명으로 증가했고, 2012년 순유출 298명이었던 송파구도 작년 51명 순유입으로 전환했다.
전문가들은 대학진학자수와 학력수준이 높은데다 수시 모집 확대 등에 따른 강남 지역의 대입 강세 현상이 여전하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비(非)교육특구 내 자사고들이 지역 명문고로서 자리매김을 하지 못하면서 학부모들의 위기감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강남3구와 나머지 지역의 학력 격차가 심해지면서 학생 쏠림 현상이 장기화, 고착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서울지역 일반고 출신 서울대 합격자 가운데 강남ㆍ서초ㆍ송파구 출신 비율은 2011학년도 39.0%, 2013학년도 46.4%, 2014학년도 47.2%로 증가하고 있다. 입시정책이 바뀌어도 이른바 ‘강남 불패’ 신화가 이어지면서 초등학교 때부터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실제 지난해 강남3구 순유입 학생 2,352명 가운데 초등학생은 1,829명으로 77.8%를 차지했다. 중학생은 504명(21.4%), 고등학생은 19명(0.8%)이었다. 임성호 하늘교육 대표는 “교육당국의 특단의 조치가 없는 상황에서 교육특구로의 쏠림 현상은 더욱 커질 수 있다”며 “학부모들의 교육비 외에 이동에 따른 집값, 전셋값, 금융비용 부담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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