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깡’이 새삼 이번 국회 국정감사 도마에 올랐다. ‘깡’은 일본어 ‘와리깡(Dutch Pay)’이 ‘할인’이란 뜻으로 잘못 받아들여진 결과다. 카드로 물건을 살 때 가격을 할인 받는 걸 가리키는 게 아니다. 급전이 필요한 사람이 미리 짜고 사채업자 등 상대에게 자신의 신용카드를 이용해 허위매출을 일으킨다. 100만원의 매출을 일으킬 경우, 상대는 결제일에 카드사로부터 100만원을 받게 되므로, 그 채권에 의거해 신용카드 소유자에게 통상 20% 내외를 수수료 명목으로 떼고 80만원을 지급한다. 신용카드 소유자는 급전을, 상대는 수수료 수익을 얻는 식이다.
▦ 카드깡의 기본 구조는 전통적 금융거래인 어음(채권) 할인거래에서 비롯했다. 상거래 결제는 통상 변제기일이 정해진 어음을 통해 이뤄진다. 하지만 어음을 받은 사람(법인 포함)이 급히 현금이 필요해 변제기일까지 기다릴 수 없을 때는 금융사나 사채업자 같은 전주(錢主)에게 보유 어음(채권)을 할인된 가격에 팔아 현금을 조달한다. 그런 거래는 합법이다. 하지만 카드깡은 자신이 확보한 채권을 제3자에게 파는 게 아니라, 자신을 채무자로 하는 허위 채권을 발행해 유통하는 것이어서 현행법상 모두 불법이다.
▦ 카드깡은 이용자들을 빚 구렁텅이에 몰아넣을 뿐 아니라, 부실채권을 양산함으로써 금융시스템에 혼란을 부르기 십상이다. 그런데도 카드깡은 최근 인터넷 카드깡으로 발전하는 등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다. 특히 개인카드뿐 아니라, 법인카드를 이용한 카드깡으로 회사 자금을 빼돌리는 행위도 광범위하게 퍼진 것으로 추정된다. 대개 법인카드 이용이 허용된 음식점이나 술집 등의 주인과 짜고 허위 매출을 일으킨 뒤, 매출액 일부를 현금으로 받아 가로채는 식이다.
▦ 김상민 새누리당 의원에 따르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사무실 인근 서울 중구 정동의 한 파스타집에서 2011년부터 지난 7월까지 법인카드로 무려 8억2,000만원을 결제했다. 직원수 269명인 평가원이 3년 7개월간 5만4,856인분을 먹은 셈이다. 평가원은 잦은 행사 때문이라는 설명이지만, 카드깡을 통한 횡령 가능성을 의심하는 사람들이 많다. 안 그래도 방만경영으로 공공기관이 욕을 먹고 있는 마당에 해도 너무 했다는 비난이 거세다. 범죄혐의까지 있는 만큼 철저히 조사해 마땅하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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