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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에볼라 대응 강제격리 인권침해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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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에볼라 대응 강제격리 인권침해 논란

입력
2014.10.26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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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ㆍ뉴저지ㆍ일리노이ㆍ코네티컷주

환자 접촉자 21일간 격리 의무화

"인권 침해하는 과도한 조치" 비판

국경없는 의사회도 "우려" 표명

사진은 미국 뉴욕의 벨뷰병원 간호사들이 지난 8일 에볼라 방역복을 입고 격리병실에서 환자를 다루는 연습을 하고 있는 모습. AP=연합뉴스
사진은 미국 뉴욕의 벨뷰병원 간호사들이 지난 8일 에볼라 방역복을 입고 격리병실에서 환자를 다루는 연습을 하고 있는 모습. AP=연합뉴스

에볼라 전염 공포에 휩싸인 미국의 일부 주가 서아프리카 에볼라 발병 3개국에서 환자와 접촉하고 돌아온 의료진 등 감염 의심자를 증상 유무에 상관 없이 21일간 강제 격리하는 조치를 시행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인구 800만 뉴욕까지 뚫린 마당에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인권침해 소지가 있는 과도한 조치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미국 뉴욕과 뉴저지주는 24일부터 서아프리카 에볼라 발병국인 기니,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에서 에볼라 감염ㆍ의심 환자와 접촉한 뒤 귀국한 모든 의료진과 여행객을 ‘의무격리’하도록 했다. 두 주는 “연방정부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지침보다 엄격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며 이 같은 극단적인 조치를 강행했다. 이에 따라 세 나라에서 에볼라 환자와 직접 접촉했던 사람 중 뉴저지 뉴어크 국제공항과 뉴욕 JFK 공항을 통해 입국할 경우 감염 증상이 없더라도 에볼라 잠복기인 21일간 의무적으로 격리된다.

시카고 오헤어 국제공항이 있는 일리노이주도 25일부터 뉴욕, 뉴저지와 비슷한 강제 격리를 시행했다. 앞서 브래들리 국제공항이 있는 코네티컷주는 7일부터 이 정책을 먼저 도입해 지금까지 증상 없는 9명을 격리했다. 미 연방정부의 대처가 느슨하다고 비판하며 여러 주들이 강화된 대응법을 시행하자 백악관도 대책 회의를 열었다. 한 당국자는 “한층 강화된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에 대해서는 반발도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시에라리온에서 에볼라 감염환자 의료지원 활동을 한 후 이날 귀국하자마자 뉴저지 인근 병원에 격리된 간호사 케이시 히콕스(33)는 지역 언론 댈러스모닝뉴스에 “과도한 조치”라며 비판하는 글을 게재했다. 이 글에 따르면 그는 뉴저지 뉴어크공항에 도착해 약 7시간 동안 격리상태로 방치됐다. “배고프다”고 하자 그래놀라바를 받은 게 전부였다. 뉴저지 보건 당국자는 “도착 직후 발열 증세가 있었지만 25일 혈액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며 “추가 검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히콕스는 자신의 발열증상(38.3도)에 대해 “이마 부위의 체온 스캐너 측정은 아무런 설명 없이 붙잡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고 화 난 상태에서 진행됐다”며 “여성 경관이 그걸 보고 우쭐한 표정으로 ‘당신 열이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결국 경찰 8명의 감독 아래 대학병원으로 이송됐고 그 건물 밖 텐트로 옮겨졌다. 거기서 경구용 온도계로 다시 체온을 측정한 결과 정상인 36.6도로 나왔고, 의사도 목을 만져보고 체온을 점검한 뒤 “당신은 열이 없고 얼굴이 상기된 것”이라고 말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히콕스는 “서아프리카에서 에볼라와 싸우고 온 보건의료 종사자들을 공항에서 이런 식으로 대접해 너무 무섭다”며 “다른 의료진도 고국에 도착해서 혼란과 공포, 또 가장 무서운 격리와 마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와 함께 일한 ‘국경없는 의사회’도 성명을 통해 “새로운 가이드라인에 결함이 있다”며 히치콕스 사례에 “우려”를 표시했다.

미국의 다른 주들은 이 같은 ‘21일 강제 격리’에 동조하지 않는 분위기다. 수도 워싱턴DC와 버지니아주, 메릴랜드주의 당국자들은 25일 ‘21일 의무격리’를 따르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편 기니와 서쪽으로 국경을 접한 말리에서 처음 에볼라 확진 판정을 받은 2세 여아가 숨졌다. 이 아기는 어머니와 함께 기니 남부 지역을 다녀와 20일부터 아프기 시작해 이틀 뒤 병원에서 혈액검사결과 양성 반응을 보였다. 말리와 접하고 있는 모리타니 정부는 바로 국경을 폐쇄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5일 전세계 에볼라 감염자는 1만141명이며 이중 4,922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특히 시에라리온은 전지역에서, 라이베리아는 1개 지구를 제외한 전역에서 한 건 이상의 감염 사례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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