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다섯 시 이십 분쯤 딸랑딸랑 종이 울리고 두부를 가득 실은 오토바이가 아파트 단지에 들어선다. 여러 동에서 사람들이 실내복 차림에 슬리퍼를 끌고 나와 1,800원을 주고 두부 한 모씩을 사간다. 뜨뜻한 두부는 그냥 먹어도 맛있다. 이웃이란 같은 시간 종소리를 듣고 두부를 사러 나오는 거리에 있지만 그게 누구인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쉽게 알 수는 없다. 두부를 먹고, 저녁 뉴스를 보고, 잠자리에서 어떤 고민을 할까. 서로에게 짧은 인사를 건네는 것이 이웃이지만 우리가 서로에게 진심으로 건네야 할 것은 무엇일까.
건너편 동에 하나둘씩 실내등이 켜진다. 가벼운 차림으로 나와 놀이터에서 담소를 나누는 이웃들이 있다. 빽빽 소리를 지르며 뛰어다니는 아이들, 쉼터로 조용하게 발걸음을 옮기는 노인들도 있다. 근거리에 살며 끼리끼리 모이는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이웃은 폐쇄적인 공동체이기도 하지만 사람은 자기 자신을 넘어서 내가 아닌 사람들의 삶에 깊이 관여하고 사유할 수 있다. 관계를 통해 자신과 이웃의 삶을 변화시킬 수도 있다. 한정된 시공간에 살아가지만 인간은 그 이상을 상상할 수 있는데 바로 그 범위가 그 자신이며 이웃이 아닐까. 거리에서 광장에서 이웃되기를 고민하며 하루 종일 서 있는 사람들이 있다. 함께 잘 살기 위해서는 개인적인 노력과 용기도 필요하지만 잘 마련된 규범과 제도 역시 필요한 것 같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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