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특파원 칼럼] 독도문제 이성적 해법찾기

입력
2014.10.26 14:38
0 0

독일 월드컵이 한창이던 2006년 6월 영국 스코틀랜드 방문 당시 ‘잉글랜드의 악동이 스코틀랜드의 영웅이 됐다’는 제목의 현지 신문 칼럼을 읽고 깜짝 놀란 경험이 있다. 잉글랜드가 전날 포르투갈과의 8강전에서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승부차기에서 패배했는데, 잉글랜드 지역에서는 이 원인이 루니의 퇴장 때문이라고 비난하던 것을 비꼰 것이었다.

잉글랜드의 패배 원인을 제공한 선수를 스코틀랜드의 영웅으로 취급하는 기사를 보며, 같은 나라이지만 축구에서는 늘 팀을 달리해 출전하는 이유는 물론 두 지역간 감정의 골을 새삼 실감할 수 있었다. 당시 만난 몇몇 스코틀랜드인은 한결같이 잉글랜드인을 비하하는 발언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어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두 지역간 뿌리깊은 반목 정서는 최근 스코틀랜드의 독립 투표가 이뤄진 배경이기도 하다. 반면 스코틀랜드 독립투표가 영국연방으로부터의 독립으로 연결되지 못한 것은 300년 이상 지속돼온 영토의 개념을 인위적으로 변경하는 것이 그만큼 어렵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런 현실은 스코틀랜드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지난 달 일본의 영유권을 주장하는 쿠릴열도 4개섬(구나시리, 에토로후, 시코탄, 하보마이군도ㆍ일본명 북방영토)을 목전에 둔 홋카이도 라우스초, 네무로시 일대를 찾아 현지 주민들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이 자리에서 북방영토 섬 출신으로 어린 시절 구소련군으로부터 쫓겨난 주민, 어업이나 관광업에 종사하는 주민 등 다양한 계층의 목소리를 들었다.

주민들과의 만남은 아베 신조 총리의 영토문제에 대한 대외발신 강조 차원에서 외무성의 주선으로 이뤄진 것이었지만 이들에게서 일본 정부의 노력만큼 영토 반환에 대한 의지를 느끼기는 어려웠다.

한 지자체 단체장은 “러시아땅이 된 지 69년이 지나면서 너무도 변해버린 고향에서 어린 시절을 기억해낼 수 없었다”며 “이런 마당에 반환이 된다고 해도 자식들과 함께 고향으로 돌아갈 생각은 없다”고 전했다. 한 어민은 “영토문제 해결보다는 어종이 풍부한 러시아 해역에 더 많은 어선이 조업을 할 수 있도록 일본 정부가 적극적은 노력을 펴야 한다”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영토를 둘러싼 현상 변경의 어려움은 독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일본 시마네현은 1905년 2월22일 독도를 시마네현에 편입시킨 것을 계기로 2006년부터 매년 이날을 다케시마의 날로 지정, 기념 행사를 열고 있다. 올해 2월 다케시마의 날 행사 취재차 방문한 시마네현 주민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애당초 독도가 일본땅이라는 근거가 약한데다, 한국이 지배하고 있는 독도를 이제 와서 일본영토로 되돌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주민은 아무도 없었다. 이들은 오히려 이 시기만 되면 정치권의 쇼에 편승한 우익세력들이 몰려와 동네를 시끄럽게 구는 것이 더 못마땅하다고도 했다. 시마네현과 한국의 지자체가 사이 좋게 지낸다면 보다 많은 한국 관광객이 방문할 것이고, 그것이야말로 일본 정부나 지역 에 보다 많은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안타까워하는 주민도 적지 않았다.

과거부터 한국영토인 독도는 스코틀랜드와 북방영토의 그것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만큼 영토를 둘러싼 현상 변경 시도는 훨씬 어렵고 벽이 두텁다. 아베 총리는 독도 문제를 분쟁 지역화할 심산으로 국제사법재판소 회부,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교과서 확대 등을 시도하고 있지만 실제로 독도가 일본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일본인은 거의 없다.

독도 문제를 두고 다양한 견해가 존재하고 있지만 모든 면에서 유리한 입장에 놓은 한국으로서는 조용한 외교가 최선의 방책이 아닌가 싶다. 일본의 최근 잇따른 독도 도발의 배경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 등 한국 정치권의 움직임에 반발하는 제스처 차원에서 이루진 것이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말이다.

10월 25일은 고종황제가 1900년 독도를 울릉도 부속섬으로 제정한 것을 기념하는 독도의 날이었다고 한다. 독도를 둘러싼 현실을 좀더 냉철하게 바라보는 시각을 키울 수 있는 기념일로 자리잡기를 기대한다.

한창만 도쿄특파원 cmha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