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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등골탑' 대학의 거품

입력
2014.10.24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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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비유적으로 상아탑(象牙塔)이라고 부른다. 상아탑은 속세를 떠나 학문이나 예술에만 전념하는 경지를 의미하는 것으로 프랑스 시인 생트 뵈브가 낭만파 시인 알프레드 드 비니의 태도를 비평한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대학은 한때 우골탑(牛骨塔)이라고 불렸다. 학비 마련을 위해 농촌 학부형이 내다 판 소의 유골로 대학 건물을 세웠다는 빈정거림이다.그런데 이제는 대학을 등골탑이라고 한다. 자녀를 대학까지 졸업시키려면 부모의 등골이 휘기 때문이란다.

그런 대학에 거품이 심각하다. 등록금부터 너무 비싸다. 2008년 기준으로만 봐도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다. 1인당 1년 기준 등록금이 국공립대의 경우 5,315달러, 사립대는 9,586달러다. 미국과 국민소득이 2만달러 가량 차이가 나는 것을 감안하면 우리가 더 비싸다. 그렇다고 졸업 후에 좋은 직장을 얻는 것도 아니다. 학생들이 졸업을 미루고 1년씩 휴학을 하는 일이 다반사고, 해외 어학연수 등으로 시간을 죽인다. 졸업을 해도 암담하다. 명문대학을 나와도 취직의 문은 바늘구멍이다. 대학 졸업장을 숨기고 고졸로 위장취업을 하는 경우도 있다. 대학이 투자대비 효율을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4년제 대학 졸업자 하위 20%와 2년제 대학 졸업자 하위 50%는 고졸보다 임금이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교육이 양적으로 팽창하고 관련 지출이 늘고 있는데도 실질적인 인적자본 형성으로 효과적으로 이어지지 않는 ‘교육거품’ 현상이 심각하다”고 분석했다.

통상, 개별 근로자가 학교를 1년 더 다닐 때마다 일반적으로 소득은 8% 높아지고, 평균적으로 국가 전체인구의 교육기간이 1년 늘어나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30%가 늘어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 교육기간이 늘어나도 소득이나 GDP가 오르지 않는다. 인적자본 양성에 거품이 있거나 과잉투자 상황이다. 높은 대학진학률이 오히려 국가의 효율을 저해하는 요소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상황이 이런데도 우리 대학진학률은 세계 최고다. 한때 80%에 이르던 대학진학률은 올해도 70%를 상회했다. 대학의 질을 따지지 않는다면 누구나 대학을 갈 수 있을 정도다. 좋은 대학을 가려고 재수 삼수를 하는 경우도 다반사라 학부모의 등골이 휜다. 국가경쟁력이 세계 1위라는 스위스의 대학진학률은 29%에 불과하고 다른 유럽 국가들도 40%를 넘지 않는다.

엔젤계수(Angel Coefficient)라는 것이 있다. 가계총지출에서 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흔히 인용되던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율을 나타내는 엥겔계수(Engel Coefficient)를 빗댄 지표인데 우리 사회의 엔젤계수가 너무 높다는 지적이 많다. 산업연구원(KIET)의 보고서 ‘우리나라 가구의 소비지출 행태 분석과 시사점’에 따르면 지난 23년간(1990~2013년) 도시 2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소득에서 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 5.3%에서 2013년에는 7.0%로 증가했다. 소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8.2%에서 11.7%로 상승했다. 특히 초ㆍ중ㆍ고 학생이 있는 40대 가정의 교육비 비중은 20%에 육박했다. 미국이나 영국 독일은 3%를 넘지 않는다.

문제는 교육비 때문에 다른 항목에 쓸 비용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결국 교육비 이외의 소비지출을 줄이거나 가계부채를 늘리게 된다. 이는 경기를 위축시키는 심각한 요인이 된다. 실제로 2013년 교육비 관련 가계부채규모는 28조4,000억원으로 전세자금대출 60조원의 절반에 육박한다. 또 올해 6월말 기준 27개 저축은행에서 신용대출을 받은 대학생은 7만1,682명이다. 이들은 대출금 2,515억원에 연리 30%에 가까운 높은 금리를 물고 있다. 신용불량자가 될 위험성이 매우 높은 집단으로 전락한 것이다.

2018년이면 우리나라 대입 정원이 고교 졸업자 수를 넘어선다. 지금도 지방대의 경우 정원을 채우지 못해 안달이다. 그래서 대학 구조조정이 시급하다. 대학 교육에 대한 과다투자는 낭비적 요인이 많고 경제를 위축시킨다. 하루 빨리 교육비의 덫에서 벗어나야 가계와 국가가 건강해진다.

조재우 논설위원 josus6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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