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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문학자들이 본 텔레비전 역사드라마의 사회적 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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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문학자들이 본 텔레비전 역사드라마의 사회적 담론

입력
2014.10.24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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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드라마연구회 지음

소명출판 발행ㆍ487쪽ㆍ3만2,000원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이름 하나만 보고 드라마를 만들었다.”

이병훈 PD가 2003년 대하사극 ‘대장금’을 연출하면서 한 말이다. 그는 당시 조선왕조실록의 중종실록에 ‘대(大)장금’이라는 이름이 여러 번 등장하지만 의녀라는 것 외에는 설명이 없자 상상력을 더해 김영현 작가와 함께 드라마를 완성했다고 했다. 그렇게 탄생한 ‘대장금’은 한국에서 50%가 넘는 어마어마한 시청률을 기록했고, 중국의 13억 인구를 매료시켰으며, 여성의 지위가 낮은 중앙아시아로 수출돼 큰 반향을 일으켰다.

‘텔레비전 드라마, 역사를 전유하다’는 김태연 한양대 교수, 문경연 동국대 교수, 박명진 중앙대 교수, 배선애 성균관대 교수, 백경선 한양대 교수, 이승현 경북대 교수 등 국문학자 10명이 2000년 이후 텔레비전 역사드라마의 특징과 그 속에 담긴 사회적 담론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국문학자들이 문학 작품이 아닌 드라마를 연구 대상으로 삼고 분석한 것이 흥미로운데 이는 21세기 문학의 영역을 어디까지로 규정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기도 하다.

저자 중 한 명인 윤석진 드라마평론가 겸 충남대 교수는 “‘허준’을 시작으로 ‘상도’ ‘다모’ 등 2000년 이후 나온 역사 드라마들은 1980년대 MBC ‘조선왕조 오백년’ 시리즈의 조선ㆍ왕조ㆍ남성의 정사(政史) 중심 드라마에서 벗어나, 주변에 머물거나 가려진 시대와 인물군을 부각시켜 역사드라마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고 평가했다. 역사적 사실에 근거를 두고 인물 중심으로 꾸려갔던 이른바 정통 사극이, ‘대장금’이 그랬던 것처럼 단 한 줄의 이름과 설명에 작가의 상상력을 더해 확장된 영역을 그리는 드라마로 탈바꿈했다는 것이다.

책은 ‘정치와 권력’ ‘혁명과 스캔들’ ‘일상과 판타지’ 등 총 3부로 구성돼 있다. 이 중 ‘정치와 권력’은 드라마 ‘주몽’ ‘선덕여왕’ ‘뿌리깊은 나무’ ‘대장금’ ‘이산’ 등의 주인공들이 시청자에게 권력과 정치의 바람직한 행태를 상상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고 분석한다. ‘혁명과 스캔들’은 ‘일지매’ ‘돌아온 일지매’ ‘추노’ ‘성균관스캔들’ ‘경성스캔들’ 등의 드라마가, 보수적일 수밖에 없었던 TV 드라마 영역에 혁명과 개혁이라는 진화한 시선을 들여왔다는데 의미를 둔다. ‘일상과 판타지’에서는 ‘태왕사신기’ ‘별순검’ ‘동양극장’ ‘전우’ 등의 드라마를 통해 역사를 판타지로 구현해내는 획기적인 변화가 모색됐다고 설명한다.

저자들은 역사드라마의 ‘역사’ 개념을 어떻게 볼 것인가 고민했다고 말한다. 시대극, 신화, 전설, 민담 등을 소재로 한 드라마를 역사드라마에 포함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심사숙고였다. 그 같은 고민을 거친 윤 교수는 “‘퓨전사극’ ‘팩션사극’ ‘판타지사극’ ‘픽션사극’ 등 그 이름도 다양하지만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을 소재로 하거나 과거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를 포괄하는 맥락에서 역사드라마라는 용어를 사용하고자 한다”고 책에 적었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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