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되고파 끼 펼치고 싶어도… 이스라엘서 간첩 의심받고 아랍선 이스라엘인 입국 금지
천신만고 끝 결선 올랐지만… 이스라엘 당국이 소환 여권 압수

아이돌 스타가 되고 싶은 꿈은 세계 보편적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해 자기의 숨은 실력을 발휘한 뒤 스타덤에 오르고 싶은 열망도 마찬가지다.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아랍권에서도 오디션 프로그램 열풍은 뜨겁다. 아랍의 별이 된 뒤 세계에서 빛나고 싶은 젊은 꿈들이 치열한 경쟁을 펼친다.
이스라엘 안에 살면서 이스라엘 사람들과 격렬한 갈등 관계에 놓여있는 팔레스타인의 젊은이들도 예외는 아니다. 텔레비전 카메라 앞에 서 자신의 재능을 뽐내고 싶지만 현실은 험난하다. 오디션 프로그램 출연만으로 간첩이란 의심을 받기 일쑤다. AP통신이 두 가수 지망생을 통해 오랜 꿈에 접근을 시도하기 조차 어려운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고단한 삶을 최근 전했다.
이스라엘에 사는 마날 무사(25)와 하이탬 할라일리(24)는 최근 레바논을 향한 드라마틱한 여정을 거쳤다. 아랍권에서 가장 유명한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가하기 위해 집을 나선 두 사람은 이스라엘 보안 당국의 감시를 받았고 자신들의 정체성에 대한 의문도 새삼 되묻게 됐다.
시작은 단순했다. 두 사람은 가수가 되고 싶었다. 자신의 노래를 아랍 사람들에게 알리고 스타가 되고 싶은 꿈을 펼치고 싶었다. 오디션 프로그램 출연은 자연스러운 행보였다. 그러나 현실은 복잡다단했다. 레바논 베이루트까지 가는 길은 멀고도 험난했다. 무사와 할라일리의 정신은 아랍권에 기반하고 있으나 몸은 이스라엘 국적이다. 팔레스타인인이 이스라엘 내부에 자치정부를 따로 두고 있다고 하나 국적은 달라지지 않는다. 이스라엘 여권 소지자의 아랍권 국가 입국은 대부분 금지돼 있다. 많은 아랍권 스타들이 배출되는 레바논도 이스라엘과 적대적인 관계다.
지난 3월 서안지구에서 열린 오디션 예선 무대에 오를 때만해도 국경은 장애로 여겨지지 않았다. 무사와 할라일리를 포함한 팔레스타인인 12명이 예선을 통과한 뒤 베이루트로 향할 때 국경은 현실이 됐다. 수백 명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검문소에 줄지어 서있는 것을 보고 무사 등은 낙담했다. 무사와 할라일리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특별 발급해준 서류를 지니고 요르단으로 입국해 베이루트행 비행기를 탔다. 베이루트에서 두 사람은 나머지 세 관문을 통과한 뒤 26명이 겨루는 결선에 올랐다. 이스라엘에서 온 아랍인으로서는 최초였다.
집으로 돌아온 뒤 이스라엘 정보기관 신베트는 무사와 할라일리를 소환했다. 신베트가 여권을 빼앗아 세 달 동안 출국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인권단체들이 손을 써 며칠 뒤 겨우 여권을 되찾았다. 이스라엘 법에 의하면 레바논 여행만으로도 4년형에 처해질 수 있다. 이스라엘과 적대적인 이슬람 과격 무장단체와 접촉했다는 의심만으로도 체포될 수 있다. 유대인계 이스라엘인은 물론 예외다.
무사와 할라일리가 레바논까지 가서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하려는 이유는 단순하다. 제아무리 실력이 좋아 이스라엘 TV의 오디션 프로그램 우승을 차지해도 인기는 이스라엘을 넘지 못한다. 아랍권 TV프로그램을 통해서만 아랍권에 진출할 수 있고 미국이나 유럽 시장도 넘볼 수 있다.
무사와 할라일리에게 이스라엘 국적은 또 다른 면에서 장애다. 오디션 프로그램 우승은 시청자들 전화 투표의 영향도 적잖이 받는다. 팔레스타인에선 실시간으로 레바논 TV를 보며 전화 투표를 할 수 없다. 무사와 할라일리의 가족들은 프로그램이 방송될 때면 전화 투표가 가능한 방법을 찾느라 고심이다. 아랍계 이스라엘인이라는 정체성도 변수다. 일부 아랍인들은 이스라엘에 사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배신자로 여긴다. 그들을 동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아랍인도 물론 많다.
심사위원들의 평은 대체로 호의적이다. 팔레스타인 전통의상을 입고 팔레스타인 발라드를 부른 무사에게 한 심사위원은 “당신 안에 있는 팔레스타인에 경의를 표한다”는 심사평을 남겼다. 다른 심사위원은 “당신은 팔레스타인의 목소리가 전세계에 닿을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고 평했다. 관객들은 박수를 쳤고 무사는 눈물을 글썽였다.
아이돌 스타덤으로 향하는 두 사람의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근심도 여전하다. 칼라일리의 누나는 동생이 베이루트에서 돌아온 뒤 처벌 받을까 벌써부터 걱정이다. 그래도 동생의 꿈과 용기를 존중한다.“그는 노래를 하기 위해 그곳에 갔고 그런 행동은 그가 사랑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는 그의 목소리가 곳곳에 이르기를 원한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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