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의원, “조선업계 다단계 하청 사업자등록도 없이 운영”
조선업계의 다단계 비정규직 도급(물량팀)이 사업자등록도 하지 않은 채 운영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산업재해를 우려해 대외적으로 재하도급을 금지하는 현대중공업은 물량팀 운영사실을 알면서도 묵인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새정치민주연합 이인영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 등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의 하도급업체 A사는 물량팀장 B씨와 재하청 계약을 맺고 용접업무 일부를 분담한 것으로 나타났다.
B씨는 사업자등록도 없이 10여명의 근로자를 두고 업체를 운영했다. B씨와 계약을 맺은 근로자들은 변변한 근로계약서도 쓰지 못했고, 신청자에 한해 A사 직원으로 이름을 올려 4대 보험에 가입했다. 이 직원들에 대한 사업주 명목의 보험료는 물량팀장 B씨가 지급했다. 월급 일부도 B씨 부인 명의의 통장을 통해 나눠 지급받았는데, 물량팀 운영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나중에 있을 지도 모를 임금체불과 탈세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사실은 2011년 B씨 물량팀에 소속된 하모씨가 A사를 상대로 부당해고 판정을 의뢰하면서 밝혀졌다. 하씨는 “2011년 부산지노위 판정 이후에도 지금까지 현대중공업은 A업체와 거래하고 있다”며 “현대중공업이 탈법적 물량팀 운영을 알면서도 묵인하고 있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A업체는 2011년 당시 부산지노위 진술조서에서도 “(재하도급을) 계약상으로는 금지하고 있지만 (이로 인해) 현대중공업으로부터 불이익을 받은 사실은 없다”고 답한 바 있다.
물량팀은 합법적인 1차 하도급업체의 다단계 하청업체로 일정한 일감을 주고 일을 시킨 뒤 일을 끝내면 즉시 해고된다. 공사기간을 맞추지 못하거나 불량결과를 만들 경우 사업자 격인 물량팀장이 손해배상을 하도록 1차 도급업체와 계약하기 때문에 무리하게 업무를 지시해 산업재해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박세민 금속노조 노동안전국장은 “물량팀이 사업자로 등록되지 않은 경우 안전훈련 실시없이 업무 지시가 내려지고, 사망 등 중대 재해가 아닌 대부분의 산업재해가 은폐되는 등 각종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용노동부는 별도 규정이 없는 현실에서 방안이 없다는 입장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현행법 상 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아도 도급 계약 효력이 발생한다”며 “재하도급 계약을 금지한 현대중공업이 하청업체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하지 않는다면 처벌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인영 의원은 “사내하청비율이 가정 적은 현대중공업조차 불법 물량팀을 묵인한다면, 다른 조선소 사정은 더 심각할 것”이라며 “고용노동부는 조선소 밀집지역인 부산, 울산, 거제, 통영, 고성 등에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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