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이 생기고 난 후, 주위에서 카메라를 보기가 힘들어졌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스마트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다. 그러면서 언제부턴가 카페나 식당에서 음식이 나왔을 때 득달같이 달려드는 행동은 무례한 것이 되었다. 수저보단 스마트폰이 먼저 손에 들린다. 음식은 으레 배 속이 아닌 폰카에 먼저 담긴다. 얼마 전에는 셀카봉이라는 것도 처음으로 구경해봤다. 혼자서 사진을 찍을 때조차 우리는 가장 예쁜 모습으로 우리 자신을 기억하고 싶어 한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지우고 다시 찍으면 된다. 배 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도 참아야 한다. 음식은 소화되면 그뿐이지만, 사진은 남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진은 이제 쉽게 찍고 지울 수 있는 것이면서, 개중 잘 나온 것은 일행끼리 서로 공유해야 하는 어떤 것이 되었다. 그 사진을 올리는 곳이 미니홈피에서 페이스북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얼마 전 고향에 갔을 때 앨범을 넘겨보다가 한 장의 사진에 눈길이 갔다. 어린이였던 내가 양념치킨을 먹는 사진이었다. 입가에 양념이 더덕더덕 붙어 있는, 우스꽝스러운 사진이었다. 나는 전라도 말로 ‘허벌나게’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있었던 것이다. 불현듯 그 순간이 떠올랐다. 닭다리를 들고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좋아하던 순간. 내 얼굴은 무너졌지만 내 감정은 고스란히 남아 있던 순간. 내가 잘 나오지 않았더라도 섣불리 지워서는 안 되는 장면에 대해 생각한다. 사진이 남기 위해서는 그 시간을 마음에 먼저 새겨야 한다.
시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