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 김씨, 오늘 병원 가는 날이잖아. 준비됐는가? 오늘 한 7명 정도 가야 해서 봉고차 한 대 빌렸어. 그 병원 물리치료사가 안마를 끝내게 해준다네. 오늘 힘 나는 주사도 맞고 오자고.”
농사짓는 어르신이 많은 농촌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이들 어르신은 오늘 하루 시간을 내 지역 의원에서 물리치료도 받고, 링거주사(혈관을 통한 영양치료)도 맞을 것이다. 링거주사의 종류는 다양하다. 비타민C를 고용량으로 빠르게 주사하는 ‘고용량 비타민C 주사’는 만성 피로, 급성 감염성질환 등에 사용된다. 여러 가지 비타민과 미네랄을 섞어 혈관으로 투입하는 ‘마이어스 칵테일주사’도 만성 피로와 함께 천식, 두통, 관절통증, 감기 등에 쓰인다. 귀족주사, 보혈주사로 불리는 마늘주사도 빼놓을 수 없다. 비타민 B1을 주사하면 코에서 잠시 마늘냄새를 느낄 수 있어 마늘주사로 불리는 이 주사는 피로회복, 체력증진 등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문제는 농촌 등 지방에 살고 있는 어르신이 약을 멀리하고 무조건 주사제 처방을 원하는 것. 어르신들은 “기존에 먹고 있는 약도 많은데 여기에 얹어 약을 먹으면 문제가 될 것 같다”며 주사제를 선호한다. 물론 주사제가 먹는 약보다 흡수율도 빠르고 번거롭게 챙겨먹을 필요가 없어 어르신에게 안성맞춤일 수 있다. 하지만 주사제는 먹는 약을 액체로 만들어 놓은 것에 불과하다.
전문의들은 주사제를 투입하면 기존 약의 5배 이상을 먹은 셈이라 말한다. 주사제를 잘못 맞으면 맞은 부위에 감염이 생길 수 있고, 주사 약물에 대한 쇼크 발생 위험도 있다. 하지만 이들 어르신 중에는 한 주가 멀다 하고 주사제 처방을 요구하는 사례도 적지 않아 중독 위험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의료시설이 태부족하고, 농사 등 노동을 할 수밖에 없는 지역 어르신들에게 주사제는 삶의 질을 유지하는데 결정인 역할을 하고 있다. 농촌 어르신들이 돈을 모아 지역 의원에서 주사제 치료를 받는 진풍경이 벌어지는 것도 다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지역에서 개원을 한 의사들의 경제적 문제도 한몫하고 있다. 사실 대도시와 달리 지역에서 환자의 요구를 거부하면 불친절한 병원으로 소문이 나 병원을 운영할 수 없다. 하지만 주사제 용량을 적게 하고, 주사제 투여횟수를 줄이는 등 적정치료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면 지금보다 상황이 개선될 여지는 있지만 비급여 유혹을 이겨낼 의료인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주사제 맞는 것이 뭐가 잘못 됐나”라며 반문한 할머니는 오늘도 물리치료도 받고 마늘주사를 맞아 컨디션이 최고일 텐데 말이다.
김치중기자 c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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