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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최장수 서점, 신개념 문화공간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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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최장수 서점, 신개념 문화공간 변신

입력
2014.10.2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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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 스쿨서점 60주년...경북지사 감사패 받아

전성기 5개 지점 운영하기도...서점 일부 문화공간으로 제공

"제목만 보지 말고 소제목과 편집후기 정도는 읽고 구입해야"

경북 지역 최장수 서점인 영주 스쿨서점이 개업 60주년을 맞아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변신을 선언하고 나섰다. 수도권 대형서점과 인터넷서점의 공세에 맞서 지역 사랑방 역할을 계속 하겠다는 각오다.

5년 전 운영권을 인수한 송태근(48) 대표는 “지방 중소도시에서 한때는 5개의 지점을 둘 정도였지만, 대형서점과 인터넷서점의 공세로 서점 환경이 급변하고 있어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할 때”라고 말했다.

영주 스쿨서점이 처음 문을 연 것은 한국전쟁의 포연이 채 가시지 않은 1954년 1월20일. 2006년 작고한 김휘용씨가 설립한 것을 김씨의 아들 시태(69)씨가 1972년 물려 받아 운영해 왔다. 5년 전부터는 지금의 송 대표가 경영을 맡고 있다. 그 동안 수많은 서점이 명멸하는 동안 스쿨서점은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켰다. 최근에는 독서문화진흥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경북도지사 감사패를 받기도 했다.

최근 영주 스쿨서점에서 만난 김시태 송태근 전ㆍ현 대표는 “아무리 세태가 변해도 서점 하나 없는 도시는 상상할 수 없다”며 “책을 사기 전에 서문이라도 한번 읽어 보려면 오프라인 서점이 도시마다 몇 개씩 꼭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씨가 전하는 스쿨서점의 역사는 이렇다. 맨 처음 스쿨서점은 안동에서 문을 열었다. 김씨 부친과 삼촌이 2년쯤 운영하다 영주로 옮겼다. 김씨는 “당시 영주에도 다른 서점이 3, 4곳 있었지만 대부분 헌책을 취급하거나 규모가 작았다”며 “5차례나 옮겨 다니다 나름 사업안목이 좋았던 선친께서 초등학교와 기차역을 낀 시내 중앙통에 최종적으로 터를 잡았다”며 성장의 배경을 설명했다.

경북 최장수 서점인 만큼 무궁무진한 에피소드를 간직하고 있다. 그 중 1961년 7월 사라호태풍은 스쿨서점이 존망의 기로에 서게 했다. 김씨는 “대홍수가 몰아쳐 서점 안 책이 대부분 물에 잠겼다”며 “절망에 빠진 식구들에게 다행히 출판사에서 무상으로 책을 교환해줘 위기를 넘겼다”고 회고했다.

스쿨서점 유명 고객으로 영주 출신으로 6선 국회의원을 지낸 홍사덕(71)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상임의장이 있다. 김씨는 “홍 전 의원은 중학교때부터 우리 서점을 드나들었는데, 정말 책을 엄청나게 사 갔다”고 기억했다.

김씨가 서점운영에 뛰어든 때는 대학졸업 후 서울에서 무역업을 하던 시절이었다. “나름 사업이 잘 되고 있었는데, 상경한 선친께 멱살을 잡혀 끌려 내려왔다”며 “직원 중 한 명이 인근에 독립한 데 대해 위기감을 느끼셨던 것 같다”고 말했다.

대신 김씨는 선친과 달리 공격적인 경영으로 나섰다. 서울 종로서적(5층)을 본 따 4층으로 건물을 신축했고, 당시 다방에도 없던 에어컨을 설치했다. 80년대에는 영주 안동 의성 봉화 제천 5곳에 지점을 두기도 했다.

승승장구 거침이 없던 스쿨서점도 80년대 말 학원자율화 바람에 주춤거렸다. 서점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던 참고서류 판매가 급감했다. 1990년대 말부터 대형서점과 인터넷으로 설 자리가 좁아졌다.

김 씨는 “나이도 있고 해서 접을 생각도 했는데, 5년 전 마침 지역 서점에서 오래 일해 온 송 대표가 맡겠다고 해서 천만다행”이라고 말했다.

송 대표는 “서점을 찾는 손님들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며 “다 품목 소량 판매 위주로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갈수록 서점에서 스마트폰으로 책을 촬영한 뒤 인터넷으로 주문하는 고객이 느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편치 않다.

이에 맞서 그는 서점 2층을 개조해 독서관련단체와 청소년 일반시민 등에게 문화공간으로 제공했다. 올해부터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후원하는 지역 서점 문화활동지원사업에 선정돼 다양한 문화활동지원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서점이 책만 파는 시대는 지났다”며 “단순히 돈벌이 수단이 아니라 문화공간으로 역할을 다하는 서점이 될 것”이라고 피력했다. 책을 사기 전에 표지만 보지 말고 최소한 소제목과 편집후기라도 읽어 보고 구입할 것을 독자들에게 당부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이용호기자 ly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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