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보험회사 퇴사 후 상담가 변신...지금까지 21억원 넘는 보험금 찾아줘
찾은 보험금 일부 기부 캠페인 계획도
“질병이나 사고를 입었을 때 보험금 액수를 의심해본 적 있습니까?”
21일 서울의 한 카페에서 만난 윤용찬(44) 올댓인슈(AllthatInsu) 교육센터 소장은 “보험사들이 고객들에게 가입을 권유할 때는 굽신거리지만, 정작 고객이 아프고 다쳐 보험금을 요구할 때에는 ‘슈퍼 갑’으로 돌변하곤 한다”며 “‘아는 만큼 더 받는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라고 말했다.
‘약관 읽어주는 남자’라는 별칭을 가진 윤 소장은 외국계 생명보험회사의 보험 설계사 출신이다. 지난해 퇴사한 뒤 고객 상담을 통해 보험 가입자들이 몰랐거나, 혹은 보험사가 ‘의도적으로 외면’했던 보험금을 무료로 찾아 주고 있다. 그 동안 윤 소장이 찾아 준 ‘숨은 보험금’은 21억3,200여 만원. 200여명의 상담의뢰자 중 100명에게 추가 보험금을 찾아줬다.
윤 소장은 “보험사로부터 욕먹을 각오로 시작했다”며 “하지만 보험사 직원들 조차 이해하기 어려운 약관을 면밀히 분석해 고객들의 정당한 권리를 찾아주는 것이 옳은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윤 소장이 ‘보험금 찾아주기’를 시작하게 된 건 자신을 통해 보험에 가입한지 얼마 안된 고객 김모씨가 큰 사고를 당한 게 계기였다. 다행히 김씨는 4주 만에 기적적으로 의식을 되찾았지만, 신체 재활 및 우울증 치료비에 비해 보험금은 턱없이 부족했다. 자신을 믿어준 고객에 보답해야겠다고 생각한 윤 소장은 김씨의 보험 약관을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히 파악했다. 이후 보험사가 빠뜨리고 지급하지 않은 보험금을 신청, 당초 보험사가 지급했던 금액 외에 무려 130% 가량을 추가로 받아냈다.
이 일 이후 윤 소장에게 보험을 가입하려는 고객이 늘었고 급기야 실적이 좋은 보험설계사들에게 수여되는 ‘MDRT(Million Dollar Round Table)’에도 수년간 선정됐다. 하지만 끊임없이 압박하는 실적 스트레스로 보험사 문을 박차고 나왔다. 더 많은 보험가입자들이 당당하게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돕고 싶어서였다.
지난해 초 ‘보험 약관 읽어주는 남자’라는 홈페이지를 운영하면서 많은 관심을 모았고 9월에는 ‘당신의 보험금을 의심하라’라는 책도 냈다. ‘대장내시경 중 용종을 제거했다면, 보험금을 받을 수 있을까?’ 등 몰라서 못 받는 보험금을 사례별 문답식으로 알기 쉽게 정리했다. 광고 한번 없이 6,000권을 팔았고 벌써 4쇄째다. 특히 홈페이지 방문자의 절반 이상은 보험사 직원들이라고 한다.
황당한 일도 있었다. 한 보험사 직원이 이 책의 내용을 거의 그대로 베껴 자신의 홈페이지에 게재했던 것. 책 내용이 노출되면서 발생한 보이지 않는 금전적 손해도 그렇지만, 모든 노하우를 쏟아 부어 어렵게 집필한 소중한 정보를 저자와 한마디 상의 없이 이용하는 데에 절망했다.
윤 소장은 “보험 약관 내용을 널리 알려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 하자는 목적이었기에 그 동안 책 내용 중 일부를 발췌한 일부 사례에 대해서는 문제 삼지 않았다”며 “하지만 사실상 책 한 권을 그대로 무단 전제한 것을 보고 굉장히 화가 났다”고 털어놨다.
앞으로는 보험금 나눔 캠페인을 전개할 계획이다. 몰랐던 보험금을 찾은 고객들이 찾은 금액 중 10% 미만의 범위 내에서 비영리단체에 기부토록 권유하는 것이다.
글ㆍ사진=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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