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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친환경 프로젝트 잡아라" 몰려드는 해외 기업들

입력
2014.10.2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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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염 따른 경제 손실 한 해 500조원, 환경정책 강화하면서 우리에겐 기회

포스코 친환경 공법 수출에 교두보 中企 수처리 프로젝트 진출 청신호

23일 중국 시안(西安)에서 열린 '한중 친환경산업 프로젝트 상담회'에서 우리 중소기업인들이 중국 바이어들과 개별 상담을 하고 있다. KOTRA 제공
23일 중국 시안(西安)에서 열린 '한중 친환경산업 프로젝트 상담회'에서 우리 중소기업인들이 중국 바이어들과 개별 상담을 하고 있다. KOTRA 제공

지난 19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마라톤대회 일부 참가자들은 방진마스크를 쓰고 짙은 스모그 속을 달리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해외토픽으로 보도된 ‘마스크 마라톤’ 사진은 중국의 열악한 대기환경을 다시 한번 세계인의 뇌리에 각인시켰다.

1990년대 후반부터 거침없는 성장을 거듭해 미국에 필적할 경제대국으로 우뚝 선 중국은 환경오염이란 ‘내부의 적’과 마주했다. 우리도 환경을 등한시한 압축성장으로 혹독한 대가를 치르면서 관련 산업을 발전시켜온 만큼 중국에서의 환경문제 대두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해주고 있다.

중국 친환경시장이 열렸다

‘그로스만-크루거(Grossman-Krueger) 가설’은 국민소득과 환경의 연관성을 설명한다. 1인당 국민소득(GDP)이 5,000달러를 넘으면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되고, 1만달러 이상이 되면 정부의 환경오염 극복 노력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1989년 1인당 GDP 가 5,000달러를 넘자 이듬해 환경청이 환경처로 격상됐고, 1만달러를 돌파한 1994년 환경부가 생겨 가설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중국 역시 2011년 5,449달러로 5,000달러 벽을 깼고 지난해 6,500달러를 기록하며 1만달러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환경에 대한 정부 투자도 본격화됐다.

2011년 12월 ‘환경보호 12차 5개년 규획(規劃)’을 통해 대내외에 환경개선 의지를 천명한 중국 국무부는 지난해 9월 12일 대기오염에 집중한 행동계획을 추가 발표했다. 2017년까지 베이징-텐진(天津)-허베이(河北) 지구와 창장(長江)삼각주 지구 등 3대 대기오염 심각지역을 비롯한 전국의 대기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계획이다.

지난 3월 초 베이징에서 열린 양회(兩會)도 올해 9대 중점업무에 생태환경개선을 포함시켰다. 생태환경개선 사업은 오염방지 시스템 강화, 에너지 생산ㆍ소비 개혁, 환경보호 및 재건설 등으로 추진된다.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정치협상회의를 일컫는 양회는 한 해 정부정책을 결정하는 중국 최대의 정치행사다.

중국은 2011년 환경오염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500조원에 달했고, 전체 도시 중 절반에서 산성비가 내리는 환경재앙을 겪고 있다. 환경오염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생태환경개선을 내수확대ㆍ신도시화 등 국가경제의 근간을 바꿀 정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만들었다.

우리 기업들의 ‘중국상륙작전’

우리 기업들은 중국의 친환경시장을 꾸준히 노크하고 있다. 그 동안 대기업을 중심으로 중국에서 7건의 신ㆍ재생에너지 프로젝트가 성사됐고, 수처리 기술을 보유한 ANT21이나 대기환경플랜트 전문업체 KC코트렐 같은 기업들도 부지런히 중국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포스코는 세계최초로 자체 개발한 신 제철기술 ‘파이넥스(FINEX) 공법’을 앞세워 중국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 공법은 원료 예비처리 단계를 생략해 원가를 절감하고, 먼지 황산화물. 질산화물 등 대기오염물질을 대폭 줄일 수 있어 중국 정부의 지향점과 일치한다. 포스코는 지난해 9월 충칭(重慶)시가 지분 100%를 소유한 국영기업 충칭강철과 300만톤 규모의 일관제철소를 건설하는 합작협약(MOA)을 체결, 파이넥스 공법의 중국 수출 교두보를 마련했다. 중국에는 제철소 200여 개가 가동 중이라 시장은 넓다.

23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아셈중소기업혁신센터가 공동으로 산시(陝西)성 시안(西安)에서 개최한 ‘한중 친환경산업 프로젝트 상담회’에는 국내 중소기업 30여 사가 참가해 중국 진출에 대한 높은 기대치를 드러냈다. 참가 기업 중 17곳은 주종목이 수처리였고, 중국 측 바이어도 절반 가까이가 수처리 프로젝트와 관련이 있었다.

왕동원 KOTRA 산업자원협력실장은 “중국은 분리막 여과와 생물학적 수처리 같은 고도화 기술이 필요한 프로젝트를 외국 기업과 협력하려 한다”며 “수처리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수요가 많은 대도시와 내륙을 중점지역으로 선정하고, 유망한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을 중점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생존

중국 시장에 장밋빛 전망만 가득한 것은 아니다. 급변하고 있는 세계 에너지시장의 지각변동은 중요한 변수다. 세계 최대 셰일가스 매장국인 중국은 미국의 셰일가스 양산에 자극 받아 셰일가스 개발에 열중하고 있다. 중국이 셰일가스를 성공적으로 뽑아내면 환경정책이 갑자기 바뀔 가능성이 있다. 태양광발전이나 전기자동차 등은 이런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겠지만 셰일가스 관련 플랜트 기업에게는 호재로 작용할 여지도 있다. 지난해 중국 정부의 지원 아래 성장한 세계 최대 태양광기업 썬텍(Suntec)사가 파산한 데 이어 정부 차원의 전기자동차 육성사업이 실패로 끝날 것이란 전망 등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게 급변하는 중국시장의 속살을 보여준다.

지리적으로 가깝고, 중국의 최대 수입국이라는 우리의 강점은 중국 친환경시장으로 성공적 진출을 하는데 보증수표가 될 수 없다. 세계적인 환경기업들이 중국 시장을 접수하기 위해 눈독을 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은 에너지 효율이나 대기환경에 대한 기준이 우리보다 높다. 베오리아(Veolia) 등 유럽시장을 석권한 환경기업들은 뛰어난 기술력에 탄탄한 자본까지 갖췄다. 일본의 미쓰비시나 히다찌 등도 기술력으로 중국시장을 노리고 있다. 중국인들의 선진국 브랜드 선호 분위기와 맞물리면 우리 환경기업들은 힘겨운 경쟁을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에 진출한 지 20년 된 한 에너지분야 중견기업 관계자는 “13억 인구를 가진 잠재력 때문에 중국에는 세계의 모든 기술이 다 들어와 있다고 보면 된다”며 “성공의 최우선 요건은 무엇보다도 높은 기술력”이라고 전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진리는 중국 친환경시장에서도 예외 없이 적용되는 것이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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