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박경리문학상 獨 슐링크 방한

“독일은 과거 주변국에 저지른 과오를 고백하고 함께 치유하려 했습니다. 그것은 독일인이 전쟁 중 잃어버린 영혼을 되찾는 중요한 과정이기도 했습니다.”
제4회 박경리문학상 수상자인 독일의 베른하르트 슐링크(70)는 2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부모나 선생님 등 사랑하는 사람들이 전쟁 중 잔혹한 행동을 했다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지만 후손들이 그 영향에 어떻게 대처하는지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영화 ‘더 리더’의 원작인 ‘책 읽어주는 남자’(1995)와 ‘귀향’(2006)의 작가인 그는 특히 2차대전 당시 나치 정권이 자행한 반인간적 학살과 문명의 파괴에 대한 독일인의 책임 등을 작품 속에서 다루며 용서와 화해를 강조했다.
박경리문학상 심사위원들은 “슐링크의 문학 세계는 나치즘의 실상을 바라보는 전후 세대의 시각을 탄탄한 서사 구조 속에서 작품화했다”고 평가했다. 슐링크는 특히 독일의 전후 1.5세대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전쟁을 직접 겪지는 않았지만 부모나 선생님 등의 경험을 통해 전쟁의 아픔과 고통을 간접 경험한 세대로, 그들이 어떻게 상처를 소화하는지를 소설에 담으려 했다. 이는 부모 등의 삶이 그들의 정체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때문이다.
평소 과거는 잊거나 극복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고 했던 슐링크는 과거사를 대하는 독일과 일본의 상반된 태도와 관련해 “직접적으로 대답하기 부담스럽다”면서도 “독일에 죄의식의 문화가 있다면 일본에는 부끄러움의 문화가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는 수상 소식을 접한 뒤에야 한국 문학을 읽었다고 했다. 하지만 한국 문학에서 풍성한 가치와 벅찬 감동을 느꼈다면서 신경숙, 조경란, 안수길 등 자신이 읽었던 작품의 작가 이름을 소개했다. 슐링크는 독일 문학과 한국 문학에 유사한 점이 있는 것 같다면서 “한국전쟁의 고통이 아직도 한국인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이를 어떻게 치유하는지가 숙제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최초의 세계문학상인 박경리문학상은 토지문화재단이 세계 문학사에 큰 업적을 낸 소설가를 선정해 시상한다.
연다혜 인턴기자(경희대 언론정보학과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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