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금융·이통사 업무관행 제동
금융기관과 이동통신사들이 신분증 뒷면을 복사하면서 지문을 수집해온 관행에 국가인권위원회가 제동을 걸었다. 인권위는 지문정보 수집이 개인정보 이용이나 저장 등에 대한 자기결정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23일 밝혔다.
인권위는 이들이 수집해온 지문정보를 파기하도록 계도하고, 불이행 기관을 조사해 적절한 조치를 내리라고 안전행정부 장관, 금융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에게 권고했다. 또한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주민등록법 등 법령 개정도 주문했다.
앞서 인권위는 금융기관이 계좌를 개설할 때나 공인인증서를 발급할 때, 이통사가 회원가입 신청을 받을 때 본인 확인을 명목으로 이용자의 신분증 앞ㆍ뒷면을 복사ㆍ스캔하면서 지문정보까지 수집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런 관행은 공공기관이나 민간기관에서도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에는 한 이통사가 지문정보를 삭제해 달라는 이용자의 요청을 거부한 일도 있었다.
인권위는 암호화하지도 않은 지문정보를 수집ㆍ저장하는 관행은 금융기관과 이통사들이 스스로 ‘개인정보 처리ㆍ취급방침’을 위반한 것일 뿐 아니라 이용자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으로 법에 의하지 않고는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하지 못하게 된 상황에서 서비스 이용자의 동의 없이 지문을 복사해 저장하고 삭제 요청까지 거부한 것은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아울러 지문정보 오ㆍ남용으로 인해 개인의 기본권이 침해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지문으로 본인 확인을 하는 기술이 출입문을 여는 데까지 적용될 정도로 확산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지문을 무단 복제해 범죄에 악용하는 일도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박소영기자 sosyo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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