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과 섞여있는 IS 美, 공습에 한계 주도권 못 잡아
세르비아 공습 땐 하루 평균 138회, IS는 7회 그쳐 소심한 공습도 한몫
“미국을 위협하면 안전한 피란처가 없다는 것을 IS가 알게 될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10일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격퇴’를 공언하면서 호기롭게 던진 이 말은 아직 실현되지 않은 듯 하다. 미국이 공습을 감행한 지 한 달이 지난 현재까지 IS를 상대로 확실한 주도권을 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난달 23일 새벽 IS격퇴를 위한 시리아 공습을 개시했다. 지상군은 투입하지 않는 대신 이라크에서는 이라크ㆍ쿠르드 군, 시리아에서는 온건 반군을 지원해 공백을 메우고, 서방ㆍ아랍 동맹국과도 연합 전선을 구축했다. 공습 초기 시리아 접경마을 라비아를 탈환하는 등 그 효과가 나타났다. 영국에 본부를 둔 시리아인권관측소(SOHR)에 따르면 공습 한 달간 민간인 사망자는 32명인 반면 IS조직원 464명, 알카에다 연계 반군인 알누스라전선 대원은 57명이 사망해 인적 피해도 안겼다.
그러나 IS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IS는 그 동안 쌓아둔 자금과 장비로 끈질기게 버티며 주요 유전과 댐 등을 확보하고, 이라크와 시라아 영토 상당 부분을 점령했다. 특히, 최대 격전지인 터키 북부 접경도시, 시리아의 아인알아랍(쿠르드식 지명 코바니)을 한 달째 공격해 함락을 눈앞에 뒀고, 이라크에서도 수도 바그다드 서쪽의 이라크 내 최대 주(州)인 안바르주까지 넘보고 있다. IS격퇴 국제연합전선의 미국 대통령 특사인 존 앨런 전 해병대 대장은 지난 15일 기자들과 만나 “IS가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는 말까지 했다.
이처럼 미국 주도의 IS 공습이 성과를 내지 못하는 이유로 우선 공습의 한계가 꼽힌다. 현지 지형지물에 익숙하고 수니파 밀집지역에서 민간인들과 혼재되어 있는 IS를 공습으로만 궤멸시키기는 쉽지 않다. 또, 공습 목표는 정찰기와 휴민트(스파이 등 인적 정보망)가 사전 정찰로 정보를 파악하는데, 모래바람 등 변화 무쌍한 중동 날씨와 오바마 정권 초기 ‘최소개입주의’을 추구하며 약해진 인적 정보망이 정찰활동을 제약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칫 오폭 할 경우 무고한 민간인이 대량으로 희생돼 역풍을 맞을 우려도 있다.
미군의 개입의지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마크 건징거 전 미국 국방부 부차관보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 기고에서 “미국이 소심한 공습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미국과 동맹국이 1999년 세르비아 공습 당시 하루 평균 138회, 2001년 아프가니스탄전에선 평균 86회씩 공습했지만, IS격퇴 전에선 평균 7회에 그쳤다는 통계를 제시하며 “적절한 지상 표적을 찾지 못한 이유도 있겠으나 끝없는 중동개입에 대한 주저함이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상황이 악화하는데도 뾰족한 방법이 없어 미국은 곤혹스럽다. 11월 예정된 중간선거도 변수다. 미국 내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공화당이 상ㆍ하원을 장악할 가능성이 높아 중동문제에 적극적 대응을 원하는 공화당 내 강경파의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지상군 파병 불가’ 입장을 밝힌 오바마 대통령이 더욱 난처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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