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음성 구간 역사 위치 논란 일자 철도공단, 감곡면 대신 장호면 선회
이필용 음성군수 안전성 문제 제기...300억 예산 낭비...저속철 우려도
중부내륙철도 이천ㆍ음성 구간의 역사 위치를 놓고 진행중인 한국철도시설공단의 설계 변경에 대해 충북 음성군이 안전성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이필용 음성군수는 23일 충북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애초 역사를 음성군 감곡면 왕장리에 짓겠다던 철도시설공단이 돌연 이천시 장호원읍 노탑리쪽으로 변경하려는 것은 부당하다”며 “노탑리는 안정성에 큰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군수는 “장호원읍 노탑리는 1944년 대홍수로 청미천 유형이 바뀐 뒤 상습침수 지역이자 연약지반 구간으로 남아 있다”며 “배수펌프를 상시 가동해야 하천부지에 철도 역사를 건립한다는 것은 사상누각을 짓겠다는 것”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그는 “설계 변경안 대로라면 하행선 분기기(철도차량을 다른 선로로 옮기기 위해 선로가 갈리는 곳에 설치하는 기계장치)에서 정거장 중심까지의 거리가 가까워지면서 제동거리도 70m나 줄어들어 돌발 사태에 대처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철도시설공단의 역사 변경안은 향후 열차의 고속화에 대비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음성군에 따르면 장래 철도 고속화를 위해서는 고속철도분기기(F18.5)를 설치ㆍ운용해야 하지만 설계변경안에서는 일반철도분기기(F15)로 바뀌었다. 일반철도분기기는 분기 각도가 커 열차의 운행 안성성은 떨어지고 속도는 시속 55km이상을 못내는 등 단점이 크다. 이 군수는 “중부내륙철도 구간 전체에서 F15분기기로 설계된 곳은 이천ㆍ감곡 구간 정거장이 유일하다”며 “애초 설계에 F18.5로 되어있던 분기기가 F15로 변경된 과정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군수는 예산 낭비의 문제점도 거론했다.
그는 “기본설계 때는 역사의 주 진입로가 음성군도 22호선이었으나 역사 위치가 변경되면 교량ㆍ진입램프 신설, 정거장과 37번 국도 연결 등으로 300억원 이상의 국가 예산이 낭비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는 안전 최우선의 설계와 합리적인 정책 결정으로 국민의 소중한 생명을 보호하는데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이천~충주~문경을 잇는 중부내륙철도(94.8km)중 이천ㆍ음성 구간의 역사 위치와 관련, 지난 4월 감곡면 주민설명회에서 감곡면 왕장리 설치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이후 이천시 장호원읍 주민들이 강력 반발하고 나서자 철도공단측은 7월 재검토 의견을 밝히고 설계변경에 들어갔다. 이에 음성군 감곡면 주민들이 “정책의 일관성이 결여됐다”며 원안 추진을 요구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선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감곡역사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경명현)는 “역사 설계변경 과정에 국토교통부 관계자가 관여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외압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양쪽 지자체와 주민들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자 철도시설공단은 역사 위치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중부내륙철도 5개 공구 가운데 실시설계를 확정하지 못한 구간은 이곳 뿐이다.
한덕동기자 ddha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