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 새 회장에 윤종규 전 KB금융 부사장이 낙점됐다.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그제 최종 투표에서 재적위원 9명 중 6명의 지지를 얻은 윤 전 부사장을 차기 회장으로 내정했다. 이로써 지난 5월 전산시스템 교체를 둘러싼 전임 지주 회장과 은행장 간의 대립으로 촉발된 KB금융의 경영 불안은 5개월여 만에 정상화의 첫 단추를 꿰게 됐다. 회추위가 윤 내정자를 최종 낙점한 데는 7년 간에 걸친 KB금융 재직 경력이 작용했다고 한다. 그만큼 KB금융 정상화에 내부 화합이 중요하다고 본 셈이다.
일단 윤 내정자에 대한 평가는 좋은 편이다. 지방 상고 졸업 후 외환은행에 다니며 주경야독해 공인회계사와 행정고시에 합격한 입지전적인 성실성, 첫 통합 국민은행장이었던 고 김정태 전 행장이 삼일회계법인에 근무하던 그를 삼고초려 끝에 발탁해 재무담당 부행장을 맡긴 이후 재무ㆍ영업ㆍ전략 부문 요직을 두루 거쳤을 만큼 공인된 능력, 겸손하고 합리적인 성품 등으로 KB금융 내외의 신망이 높다. 무엇보다 KB금융지주 출범 이후 첫 민간ㆍ내부 출신 회장이라는 점도 긍정적 기대감을 갖게 한다.
하지만 윤 내정자가 KB금융 정상화를 위해 풀어야 할 과제는 결코 만만찮다. 우선 ‘리딩뱅크’로서 위상을 되찾는 게 시급하다. KB금융은 한 때 최대 금융지주였지만 지금은 자산 299조원에 머물러 신한, 하나, 농협금융에 이어 4위로 처져 있다. 국민은행도 지점수는 1,164개로 가장 많지만,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 규모는 업계 1위인 신한은 물론 기업, 하나은행에도 뒤처졌다. 통합 이전 국민은행과 주택은행 출신으로 나뉜 내부의 고질적 파벌 다툼, 최고경영진 ‘낙하산’ 인사에 따른 무사안일 경영 등이 KB금융을 정체에 빠트리고 전락시킨 셈이다.
따라서 윤 내정자는 우선 문제가 된 지주 회장과 은행장, 이사회 등의 역할과 기능을 새로 정립해 경영 갈등의 소지부터 없애야 한다. 또 통합 국민은행 출범 이후 수혈된 인사인 만큼, 적극적 탕평책을 통해 내부의 화합을 다져가는 노력도 요구된다. 절실한 수익성 제고 역시 조직의 안정과 화합이 전제돼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처음으로 ‘낙하산’ 인사 시비로부터 벗어난 만큼, 수익 못지 않게 금융의 공공성을 감안한 균형 잡힌 경영모델을 제시할 책임도 막중하다. 다음달 21일 윤 내정자를 새 사령탑으로 맞게 될 KB금융이 조만간 국내 금융산업의 선도 회사로, 또 공적 책임에 충실한 신뢰받는 사회 인프라로 거듭날 수 있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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