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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주차 천국 세종

입력
2014.10.23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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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세종청사 출퇴근. 22일 주차공간 부족으로 정부세종청사 도로에 불법 주차된 차량들. 한국일보 자료사진
정부세종청사 출퇴근. 22일 주차공간 부족으로 정부세종청사 도로에 불법 주차된 차량들. 한국일보 자료사진

세종의 대중교통 체계는 열악합니다. 지하철은 아예 없고, 시내버스 한번 타려면 20분 이상은 기다려야 합니다. 서울에서 어지간한 도시를 오가는 시외버스도 10분에 한대 꼴로 있는데 말이죠. 출퇴근 시간 공무원들을 위한 셔틀버스가 그나마 대중교통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자전거 도시를 만들겠다고 깔아둔 자전거도로 역시 무용지물입니다. 세종으로 이주하면서 가정마다 자전거를 샀다고 하는데, 정작 거리에선 자전거 타고 다니는 사람을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사방이 공사장이라 분진이 장난 아니거든요. 오죽하면 “세종 자전거도로는 자전거 마니아인 모 장관의 전용도로”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까요.

자연스레 자가용 운행이 늘어나겠죠. 그런데 주차장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차를 어디다 세울까요? 도로 옆에 세웁니다. 그래서 세종에선 건물을 낀 블록 하나를 차들이 마치 울타리(과장하면 산성)처럼 빙 둘러싼 광경을 쉽게 목격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차 앞뒤가 아니라 옆에 이중으로 주차하기도 합니다. 불법주차로 인한 교통체증도 곳곳에서 벌어집니다.

그야말로 불법주차의 천국입니다. 누구보다 준법의식이 투철해야 할 공무원들이 주로 사는 도시에 불법이 판을 치는 것도 모자라 아예 일상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셈이죠.

공무원들도 할말은 많습니다. “건물마다 주차장이 부족하다” “대중교통부터 늘려라” “도시 구조가 비효율적이다” 등. 아이러니하게도 세종의 도시 구조를 기획하고 설계한 것도 공무원들입니다. “누가 도시를 이따위로 만든 거야”라고 자문하다가도 바로 머쓱해지는 이유가 결국 그런 비난이 동료 공무원들을 향한 ‘누워 침 뱉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죠.

단속이요? 가끔 합니다. 실제 2012년 1,500건이던 세종의 월 평균 주차단속 건수가 최근엔 2,500건 정도로 늘었다고 하네요. 그러나 이미 일상으로 굳어진 불법주차를 막기엔 한계가 있죠. 더구나 세종의 주차단속 차량은 2대, 인력은 4명이 고작이랍니다. 단속 장비인 고정식 폐쇄회로(CC)TV도 3대뿐이라고 하네요. 단속 장비를 추가 설치키로 한다고 하는데, 대당 5,000만원이 넘는다고 합니다.

결국 시가 빼든 카드는 주민신고제도. 스마트폰 앱을 내려 받은 시민이 불법주차 사진을 찍어 보내면 이를 근거로 과태료를 물린다는 구상인데, 너도나도 불법주차를 하는 처지에 나만 떳떳하다고 나설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게다가 이미 시행중인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는 허위신고와 늑장대응 등의 문제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불법주차가 일상화하다 보니 멀쩡한 무료 공영주차장이 있는데도, 그냥 길가에 차를 주차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네요. 무엇보다 세종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불법주차를 너무도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될까 봐 걱정입니다.

세종=고찬유기자 jutdae@hk.co.kr

정부세종청사 출퇴근. 22일 주차공간 부족으로 정부세종청사 도로에 불법 주차된 차량들. 한국일보 자료사진
정부세종청사 출퇴근. 22일 주차공간 부족으로 정부세종청사 도로에 불법 주차된 차량들.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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