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 재용역 결과 "타당성 없다" 지원금 환수·국비 반환…
예정지 주변 부동산 가격 폭등 "이젠 떨어질 일만 남았다"
이영미(37)씨는 지난해 9월 포항시 남구 대잠동 H아파트 30평형대를 매입하려다가 포기했다. 이씨는 “당시 2년 전 1억4,000만원하던 집이 40~50% 이상 오른 2억원대를 호가했고, 공인중개사는 ‘바로 옆에 외국인학교가 들어서면 더 오를 것’이라고 했다”며 “포기하고 다른 집을 샀는데, 결과적으로 잘 한 일 같다”고 말했다.
외자유치를 명분으로 추진한 포항외국인학교 설립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애초부터 무리하게 밀어 부치다가 주변 부동산값만 올렸다는 지적이다.
지역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포항시가 2010년부터 포항시 대잠동에 외국인학교 설립 추진 이후 최근까지 주변 집값이 50% 이상 폭등했다. 같은 기간 한국감정원의 포항 전체 아파트매매지수 상승률은 33%로, H아파트가 입주 24년이 지난 노후 저층아파트라는 점을 고려하면 외국인학교 추진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인근에 개업 중인 한 공인중개사는 “교육환경과 조경 등이 훨씬 뛰어난 포스코 지곡단지나 신도심인 양덕지구보다도 훨씬 많이 올랐는데, 외국인학교 이외에는 설명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포항외국인학교는 사실상 완전히 물 건너갔다. 감사원 지적에 따라 포항시는 지난 6월 경북대 산학협력단에 타당성 재조사를 의뢰했고, 지난달 말 “타당성이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학교설립을 위해 확보한 국비 31억원도 반환키로 했다. 학교설립 주체인 포스코교육재단이 지출한 설계비 5억5,000여만원 등 8억5,900여만원도 허공으로 사라졌다.
이는 의욕만 앞섰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포항시는 지난 2010년 6월부터 설립인가, 포스코교육재단과 양해각서 체결, 국비 53억원 확보에 이어 2012년 5월까지 포스코교육재단에 99억원을 지원했다. 올 들어 감사원 지적에 따라 설계비 등으로 이미 지출한 금액을 뺀 90억4,000만원과 예금이자 2억2,600만원을 회수했지만 관련조례조차 무시하고 미리 건축비를 지급한 책임은 면키 어렵게 됐다.
설립인가 때부터 실패의 조짐은 곳곳에서 나타났다. 2010년 2학기에 개교한 대구국제학교는 합격자 77%가 내국인이었다. 외국인도 대부분 검은 머리 외국인(한국계 외국인)이 차지했다. 해외 유학파 출신의 한 지역대학 교수는 “국제학교나 외국인학교 입학 대상은 제한적인데, 이들 중 대부분은 국제학교의 높은 등록금을 감당할 형편이 안 된다”며 “일부 고액연봉을 받는 기업체 임직원도 있지만, 그 수가 극히 적어 포항시까지 외국인학교 설립에 나설 필요는 없었다”고 말했다.
외국인학교 설립은 무산됐지만 여진은 진행형이다.
먼저 다른 지역보다 크게 오른 인근 지역 부동산 시장이 폭풍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설계비와 함께 3억500여만원의 개교준비비도 논란거리다. 포항시의회 박승훈 부의장은 “재단 측이 서울지역 국제학교장을 지낸 외국인에게 매달 540만5,000원의 자문료를 11개월이나 지급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포항시와 포스코교육재단이 사건의 전모를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포항시 관계자는 “재단 측이 외국인학교 설립을 위해 준비를 철저히 하다 보니 자문료 등이 지출됐다”며 “예산 집행 내역에 큰 문제가 없어 추가 환수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김정혜기자 kj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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