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즈 교체한 스나이더, 타격에 눈떴나
LG 외국인 타자 브래드 스나이더(32)는 계륵 신세였다. 지난 7월 부진했던 조쉬 벨의 대체 선수로 합류했지만 기대했던 장타는커녕 정교함마저 떨어졌다. 또 7월말 허벅지와 골반 통증을 호소한데다 머리에 사구를 맞는 후유증까지 겹쳤다. 정규시즌 성적은 37경기에 나가 타율 2할1푼, 4홈런, 17타점으로 초라했다.
LG는 극적으로 4강행 막차를 탔지만 아무것도 보여준 것이 없었던 스나이더의 입지는 불안했다. 그러나 양상문 LG 감독은 스나이더를 끝까지 믿었다. 준플레이오프 시작 전 ‘미쳐줄 선수’로 그를 지목하기도 했다.
뚜껑을 연 결과 ‘스나이더 카드’는 로또였다. 스나이더는 22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NC와의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5전3승제) 2차전에 6번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결정적인 한방을 날려 팀의 4-2 승리를 이끌었다. 2차전 최우수선수는 5이닝 무실점 피칭을 한 우규민이 선정됐다.
이로써 2연승을 거둔 LG는 1승만 추가하면 플레이오프에 진출한다. 양 팀의 3차전은 23일 하루 쉰 뒤 24일 잠실구장으로 자리를 옮겨 펼쳐진다.
1차전에서 4타수 3안타로 맹타를 휘두른 스나이더는 2차전에서 1-0으로 앞선 4회 1사 1루에서 NC 선발 에릭 해커의 몸 쪽 높은 직구를 잡아 당겨 좌월 2점 아치(비거리 120m)를 그렸다. 스나이더의 홈런에 에릭은 이후 두 타자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 조기 강판됐다. 막강 불펜을 자랑하는 LG에 3점의 리드는 든든했다. 7회 NC한테 2점을 내주기는 했지만 8회 1점을 추가해 2연승을 거뒀다.
스나이더의 반전 비결은 달라진 ‘눈’이다. 양 감독의 제안으로 시력 검사를 받은 스나이더는 난시와 근시가 심한 상태였다. 기존에 사용하던 렌즈는 이를 바로 잡지 못했고, 병원에서는 렌즈를 바꿔주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렌즈를 교체한 스나이더는 타격에 눈을 떴다. LG 캡틴 이진영은 “그 동안 터무니 없는 스윙을 했는데 최근 방망이에 공이 잘 맞는다. 렌즈를 일찍 바꿨어야 했다”고 말했다.
야구 선수에게 시력은 가장 중요한 신체 부위다. 타자는 시속 140~150㎞로 날아오는 공을 0.4초 만에 반응해야 한다. 때문에 공을 더 잘 보기 위해 렌즈를 끼기도 하고, 라식 수술을 하는 경우도 있다. 잘 보이면 잘 치기 마련이다. 양 감독도 이를 믿고 스나이더의 부활을 기다린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이어진 포스트시즌 매진 행진은 13경기에서 멈췄다. 이틀 연속 2차전이 순연된 탓에 이날 관중은 8,094명에 그쳤다.
창원=김지섭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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